[박정기의공연문화산책] 한국생활연극협회의 낭독공연 사아달라 완누스 작 구미란 번역 김석만 연출의 왕은 왕이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박정기] 사아달라 완누스(Saadallah Wannous, 1941~ 1997)는 시리아의 극작가이자 연출가가 1977년에 <왕은 왕이다The King is the King>라는 제목으로 발표 공연했다.
완누스는 그의 첫 정치 연극 <6월 5일을 위한 야회>(1968)를 비롯해 <코끼리, 영원의 왕이여>(1969), <노예 자비르가 고안한 모험>(1970), <왕은 왕이다>(1977), <한쌀라의 무의식에서 의식으로의 여행>(1978) <강간The Rape>(1990)과 <신기루 서사Mirage Epic>(1996) 등 일곱 편의 작품을 발표공연하면서 민중과 대화를 통해 정치 현실에 대한 해결책을 민중 스스로 찾게 하고자 노력했다.
완누스의 희곡은 크게 기록극, 민중극, 역사극 등의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민중극에 속하는 <왕은 왕이다>에서 완누스는 정치억압을 끝내고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중이 힘을 합쳐 일어나야 한다는 주제를 피력한다. 또한 아랍 구전문학 속의 이야기 전달자 역할을 서구적 형식에서 벗어나 아랍연극의 특성을 살리려고 애썼다. 연극의 정치화라는 개념을 피력한 완누스는 기존의 정치극과는 차별화된 연극을 통해 민중에게 정치의식을 더욱 인식시키고 행동에 옮기도록 하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구미란은 명지대학교 아랍어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선문대학교 교수로 아랍어와 아랍희곡을 가르치고 있는 미모의 여교수다.
김석만 (1951~)은 6·25 사변 중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반 활동을 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과 공연 학을 전공했다. 연우무대를 중심으로 창작극 연출에 몰두해 <한씨 연대기>, <변방에 우짖는 새>,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각색에 참여하고 연출했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거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기, 연출을 가르쳤다. 가극 <금강>으로 2005년 평양 초청 공연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전통의 현재화 작업에 주목해 <영원한 사랑 춘향이>,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세종조 회례연), 정가극 <이생규장전> 등을 연출하고, 이진순 선생 기념사업회의 연극 <현자 나탄>과 인천시립극단의 <꿈 하늘>을 연출했다. 최근 가톨릭연극협회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을 연출했다.
<연기의 첫걸음>,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폴롯>, <통쾌한 희곡의 분석>, <연출가처럼 생각하기> 등의 역서와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극론> <연기의 세계>,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출> 등의 저서를 냈다.
<왕은 왕이다>는 이집트에서는 두 번 공연이 되었는데 총 열한 곡의 음악을 사용한 점이나 억압에 대항해야 한다고 외치는 등장인물의 호연은 갈채를 받을 정도로 원작자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
1967년 아랍국의 대패, 1975년 팔레스타인 문제로 연계되어 터진 레바논내전과 시리아의 전쟁개입 이후 지도자에 대한 시끄러운 논쟁 속에서 던져진 <왕은 왕이다>의 화두는 권력의 속성에 비추어볼 때 당시의 시스템이나 왕의 선출보다는 민중의 단합된 봉기에 대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서울시극단에 의해 <왕은 왕이다>가 김석만 예술감독, 구미란 번역, 최용훈 연출에 의해 공연됨으로써 사아달라 완누스(Saadallah Wannous)의 자취가 비로소 한국에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