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신간] 만화웹툰작가평론선 - 강경옥

30년이 넘는 긴 창작 생활을 거의 공백 없이 보낸 작가다. 순정만화의 황금기를 주도한 작가 중 한 명이고 다양한 장르에서 자기 세계를 뚜렷하게 구축한 작가다. 십대의 감성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학원물로 큰 인기를 얻었고 SF를 순정만화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인간의 본성에 천착한 공포물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탁월한 심리묘사는 빛을 발했다. 강경옥은 특유의 칸 나누기 연출과 내레이션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를 그렸고 이런 표현력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교감했다.

2019-10-10     주현준

■ 책 속으로 
강경옥의 장점이자 강점은 단연코 탁월한 심리묘사에 있다. 강경옥은 특유의 칸 나누기 연출과 내레이션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를 묘사했다. 탁월한 심리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 우선 제한된 페이지와 지면을 대담하게 활용한 아름다운 칸 나누기 연출을 들 수 있다. 자유로운 칸 나누기 연출은 순정만화가 가진 특징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강경옥은 이런 순정만화의 특징을 현명하게 잘 활용한 작가다. 무엇보다 감수성이 넘치지만 간결하고도 적확한 내레이션이 가진 문장력의 힘은 강경옥 작품 최고의 강점이다. 
-‘강경옥의 작품 세계’ 중에서

<17세의 나레이션>은 “너… 너를 좋아해!”라는 대사로 시작한다. 뺨을 붉히며 “온 힘을 다하여” 이 고백을 하는 사람은 여자주인공이다. 짧은 머리에 큰 키의 교복을 입은 여자주인공이 소꿉친구에게 던지는 뜬금없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첫 장면부터가 꽤 인상적이다. 고백하는 이가 ‘여자’주인공이고 그 고백의 대상은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지낸 친구다. 이 무렵의 순정만화에서는 보통 고백하는 사람은 남자이거나 ‘좋아한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생략되는 경우도 많았다. 긴 머리의 여성스러운 외모의 여자주인공이 당연하던 시절이다. 열일곱 살 세영은 여러 의미에서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여자주인공에서 벗어난다. 
-‘열일곱 우리들의 이야기, <17세의 나레이션>’ 중에서

별빛속에는 왕족의 특징인 금발이 아닌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 정통성을 부정당한 채 지구로 보내진 시이라젠느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야기의 전개 부분에서 작품의 배경이 가상의 우주 공간으로 확대되지만,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이라젠느와 레디온의 비극적인 로맨스다. 그리고 둘의 비극적인 운명을 만든 것은 발전된 과학과는 전혀 상반된 전 근대적인 국가 운영과 사고방식에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다. 별빛속에는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시이라젠느와 그녀를 곁에서 묵묵히 지키는 레디온의 절절한 로맨스로 많은 독자들이 기억한다.
-‘SF 순정만화의 대가’ 중에서

■ 지은이 소개

김소원

만화연구가다. 일본의 교토세이카대학교에서 스토리만화를 전공했다. 리츠메이칸대학교 대학원에서 만화 이론을 공부하고, 한일 소녀만화의 비교-순정만화의 성립과 전개를 중심으로(日韓少女マンガの比較ー純情漫画の成立と展開を中心にー)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 만화의 역사와 표현 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만화 이론을 연구해 오고 있다. 2014년에는 논문 “김용환의 일본에서의 작품 활동 연구: 1930∼40년대 삽화를 중심으로”로 제17회 부천만화대상 학술·평론상을 수상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포럼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만화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일본만화의 ‘영화적 스타일’이란 무엇인가”(2017), “초기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스토리 형식에 대한 비교연구”(2015), “근대 일본에서 ‘소녀’라는 문제”(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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