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장두이 각색, 연출, 출연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장두이 레퍼토리 극단의 1인극 중 프란츠 카프카 원작 장두이 각색 연출 출연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2017-07-27     박정기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공연은 3인의 연기자가 세 개의 작품을 제각기 공연한다. 안톤 체호프 원작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와 미국 흑인 여성 작가 엔토자케이 숑게이의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 원작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피터> 등 세 편이 공연된다.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는 일요일에만 공연한다.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는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 강연하러 나온 전직 교수가 인생과 아내에 대한 푸념을 쏟아내는 내용의 풍자 코미디다. 원작은 매우 짧은 내용이지만 시대에 맞춰 각색해 분량을 늘렸다. 성우로 시작해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를 해온 배우 임성표가 출연한다.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에서는 애니메이션부터 낭독 공연까지 목소리 연기를 해 온 전영수가 출연한다. 6명의 흑인 여성이 출연해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겪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원작을 1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장두이 각색 연출 출연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는 프란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가 원작의 제목이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단편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1917년에 집필하고, 같은 해 월간지 "유대인"에 발표했다. 호프만의 단편소설 「개 베르간자의 최근의 운명에 관한 소식」과 「교양 있는 원숭이 밀로가 북아메리카 여자친구 피피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빌헬름 하우프의 「젊은 영국인」의 영향을 받았다. 소위 인간으로 변한 원숭이 피터가 어떤 학자 모임의 요구에 따라 원숭이 시절의 삶과 인간으로의 변화과정에 관하여 강연을 한다. 그는 이 과제를 아주 능란한 언변으로 풀어나간다. 호프만과 하우프의 단편소설을 모범으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은 풍자가 핵심을 이룬다. 다윈의 진화론뿐만 아니라 문명 전체를 이 작품은 조롱한다.

1883년 카프카가 태어났을 당시, 체코 프라하에는 체코인, 독일인, 유대인이 섞여 살았다. 그는 프라하의 다수 집단인 체코인이 아니었고, 독일어를 사용하긴 했으나 독일인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는 유대인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아버지는 서방 세계에 동화(同化)된 유대인이었기에, 유대인 고유의 정체성도 지니지 못했다. 카프카는 소수 집단 중의 소수에 속했으며, 그런 가운데 주류 집단에 동화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데 대한 고뇌, 갈등,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제 나름대로 자수성가한 중산층 가장이었고, 아들이 상류층에 속하기를 바랐기에 독일어 학교에 보냈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는 작가의 길이 자신의 실존을 위한 중차대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버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카프카의 아버지는 전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나 대도시로 상경해 성공한 전형적인 서부 유대인으로, 유대교의 전통을 지키려 애썼던 동부 유대인을 혐오했다. 반면 카프카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세속화된 현실에 괴로워했다. 카프카는 한편으로는 계몽된 서부 유대인 사회를 혐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부 유대인의 문화, 진정한 유대인의 삶을 동경하면서 그 내적 갈등을 소설에 담았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유럽 원정대에 의해 잡힌 후 인간이 되기로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해 온 아프리카 원숭이 피터가 그간 자신이 겪은 일을 학술원에 보고하는 이야기이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서 인간에게 잡힌 원숭이 피터는 자신이 '자유'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모방한다는 탈출구를 선택한다. 그러나 원숭이 페터의 선택은 배 안 궤짝에서의 탈출이자 동물원 우리 철창에서의 탈출일 뿐, 갇힌 공간에 전시되는 원숭이라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인간 사회의 눈높이로 보면 그는 여전히 전시 대상이다. 그는 창살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거기에서 자유의 몸이 되거나 진화된 인간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신기한 타자로 전시될 뿐이다. 여기에서 유럽에서의 유대인 동화와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서부 유대인들에게 '동화'는 자유를 누릴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택한 탈출구였으나, 결국 그들은 유럽 주류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

장두이

장두이는 카프카의 소설을 각색해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로 제목을 바꾸고 연출 출연 뿐 아니라 음악도 선곡을 해 열창을 한다. 미국의 가수, 재즈 음악가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의 〈What A Wonderful World〉 〈La Vie En Rose〉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그리고 최희준의 가요 영화 <하숙생>의 주제가를 열창해 갈채를 받는다.

무대는 중앙에 크고 작은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계단식으로 가로 늘어놓고, 그 위를 오르내리며 연기를 하고 노래도 부른다. 하수 쪽 천정에는 기다란 등 모양의 조형물을 매달아 놓고, 배경에는 여러 개의 백색 커튼을 철제 조형물에 걸어 놓았다.

무대좌우에 원숭이의 두상과 인간의 두상을 철 지주 위에 받쳐놓았고, 중앙에 해골전신상도 매달아 놓았다. 크고 작은 두개골을 무대좌우 사각의 입체조형물 위에 얹어 놓았다.

의상은 백색 상의에 세로 줄이 들어간 하의를 입고, 빨간 바탕의 셔츠를 속에 입고, 톱 햇(top hat)를 쓰고 출연해 마치 곡마단의 어릿광대처럼 모노드라마를 펼쳐간다. 과거 추송웅을 비롯해 많은 연기자들이 이 작품공연을 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의 호응과 공감대 속에서 연극성, 작품성, 대중성, 음악성까지 고루 갖추어진 공연이라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다른 두 작품 안톤 체호프 원작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와 미국 흑인 여성 작가 엔토자케이 숑게이의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는 공연을 관람한 후 평을 게재할 생각이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