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2015-08-19 문화뉴스 전주연
누구나 꿈은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 각양각색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만 몰래 속삭이며 꿈을 나만의 것이 아닌 다른 이와 공유한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나 혼자에게만 되뇌며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냉정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자.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요즘, 꿈을 물었을 때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비단 젊은 세대뿐 아니다. 은퇴 후의 삶을 장밋빛 미래로 꿈꾸던 이가 분명 있을 텐데 돌아오는 답은 비슷하다. 그저 자식이 취업 잘하고, 결혼 잘하길. 아니면 은퇴하고 나서 생활이 어려워지지 않길.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알론조는 자신을 돈키호테라 칭하며 진정한 기사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한다. 비록 남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해도, 너무 멀리 있어 손에 닿지 않아도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돈키호테에게 꿈은 이루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도 더없이 소중하고 순수한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하는 관객들은 어느새 귀여운 '할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돈키호테는 상대가 누가 됐건 함부로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돈을 노리는 집시도 그 나름대로 사연을 부여하며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한다. 결국 돈을 모두 뺏겨 빈털터리가 된 돈키호테. 하지만 과연 관객들을 그를 바보라고 비웃을까?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마 관객들은 그의 행동이 지극히 그답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없이 고결한 존재인 기사를 좇는 그를 미치광이라 손가락질하기에 너무나도 순수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슬며시 미소 짓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관객들에게 극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라고 윽박지르지는 않는다. 귀여운 할배의 모습에 웃고 울며 자연스레 그 메시지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할 뿐이다.
다시 돈키호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돈키호테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임시방편일 수도 있다. 아니 그럴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세 시간 남짓한 공연을 본 후 회의감이 드는가? 오히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느끼게 해준 돈키호테에게 감사함이 더 크다면 당신은 이미 꿈을 꿀 준비가 돼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현실이 각박해 그를 잠시 내려놓고 있었을 뿐이지 사실 언제나 꿈을 꾸고 그를 좇아가고 싶어 했던 것이다. 조금은 허무맹랑할지라도, 남들이 수군거려도 꿈을 꾸는 것이 어떠한가? 손을 힘껏 뻗어도 닿을 듯 말듯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본디 꿈이거늘.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