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生] 눈을 뗄 수 없는 그들의 72시간, 연극 '만추'

가을에 딱 맞아떨어지는 연극 '만추'

2015-10-13     문화뉴스 이우람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멜로를 좋아한다면, 혹은 연극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멜로 연극, '만추'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다.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애나'가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외출을 나오며 우연히 마주치는 남자 '훈'과의 특별한 만남에 대해 그리고 있는 연극 '만추'는 현빈, 탕웨이 주연으로 유명해진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1)'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한승원 프로듀서, 박소영 연출, 이진욱 음악감독과 함께 이명행, 박송권, 김소진, 김지현 네 주연 배우들이 참여한 프레스콜이 열렸다. 

'파리넬리'등의 뮤지컬을 선보여왔던 HJ컬쳐에서 첫 연극으로 '만추'를 선보였는데 '만추'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ㄴ 한승원 프로듀서 - 장르를 특별히 정하고 하지 않았고 늘 좋은 작품을 전해드린다는 마음가짐이다. 영화를 봤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사랑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되새김질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작품을 시작했다.

   
▲ 프레스콜에 참여한 제작진 및 배우 일동.

어째서 원작이나 다른 버전이 아닌 최신 버전의 '만추'를 원작으로 했는지? 
ㄴ 프로듀서 원작이 있는지 모르고 보았다. 이전 버전도 보았지만 ‘동시대의 사람이 느끼는 쓸쓸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최근 영화를 원작으로 택했다.

   
▲ 좌측부터 한승원 프로듀서, 박소영 연출, 이진욱 음악감독.

두 여배우에게 질문 드린다. 중국어는 어느 정도로 배우셨는지? 남자 배우 두 분이 현빈보다도 더욱 잘생기셨는데(일동 웃음) 티켓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각각의 훈에게 받은 느낌을 말씀해달라
ㄴ 김소진 배우 - 중국어는 선생님이 계시고, 원어민만큼은 아니지만 대사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언어가 방해되지 않도록 집중했다. 관객 여러분이 느끼시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계속 연습하고 있다.

김지현 배우 - 관객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모르시더라. 관객분이 "중국어 너무 잘하시던데요" 하길래 "중국어 아세요"하고 물어봤더니 "아뇨 모르는데요"라고 하시더라(웃음). 마찬가지로 중국어가 연기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두 훈에 대해 말하자면 관객이 보시기에 더 잘생긴 배우에게 오면 좋겠다(웃음). 둘 다 영화 속 현빈이 가지는 느낌은 가지고 있지 않다.(일동 웃음). 외모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두 배우 다 각각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명행 배우의 '훈'은 '애나'를 더 웃게 만들려고 노력해주고 장난기 있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박송권 배우는 '애나'에게 가려져 있는 '훈'만의 외로움을 더 잘 보여준다. 두분 다 매력적이므로 좋은 쪽으로 와달라.

   
▲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애나 역의 두 배우. 김소진(좌)과 김지현(우).

여러 번 리메이크 된 만추인데, 우리의 만추는 '이것이 포인트다'하는 부분을 말씀해달라.
ㄴ 박소영 연출 - '애나'와 '훈'의 과거에 조금 더 집중해보았다.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배경에 집중했고, 이로 인해 둘이 현재에 가지고 있는 외로움을 보일 수 있게끔 했다. 걸음걸이 등에도 둘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려고 애썼다.

   
▲ 현빈과 탕웨이 이상의 열연을 선보인 배우들. 김지현 배우(애나 역)와 박송권 배우(훈 역)

박송권 배우는 8년 만의 연극 출연인데 소감과 함께 어떤 면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ㄴ 박송권 배우 - 계속 뮤지컬만 하다가 만추가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기’ 자체에 목이 말라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걸음마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내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배우로서, 캐릭터로서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다.

   
▲ 8년만의 연극 출연이라는 박송권 배우.

만추는 캐릭터가 중요한 작품인데 네 배우의 캐스팅은 어떻게? 
ㄴ 한승원 프로듀서 - 모든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게 캐스팅인 것 같다. 공연은 배우예술이기 때문에 대사의 언어문제와 함께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목표는 하나였다.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 배우를 찾고자 노력했고 캐스팅에 대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런 캐스팅이 돼서 기쁘다.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이명행 배우가 처음에는 만추를 하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현빈 버전'인지 몰랐다면서 자기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데(웃음) 현재로서는 대만족 하고 있다.

   
▲ 김지현 배우가 환하게 웃고 있다.

무대에 철골 구조가 사용되었는데 어떠한 의도인지?
ㄴ 박소영 연출 - 인물들이 이방인으로서 무대에서 많이 떠돌면서, 동시에 무대에 갇혀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인물들의 성격이 직선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했고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무대를 디자인했다.

   
▲ 쾌활하면서도 어두운 과거를 지닌 양면성을 띈 '훈' 역의 이명행 배우.

라이브밴드가 음악을 연주한다고 되어있는데 어떠한 의도에서인가. 그리고 무대 어디에 보이는지(웃음)
ㄴ 이진욱 음악감독 - 무대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지만, 여건상 무대 뒤에 들어가 연주를 하고 있다. '만추'는 음악을 넣기 까다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사가 촘촘하고 분위기가 음악이 들어갔을 때 자칫 정서를 깨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영감을 얻었다. 작품 내내 거의 느낌을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 순간에 0에서 100으로 한 번에 치고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 김지현 배우는 김소진 배우(사진)를 보며 '연출가의 시점을 가지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만희 감독 타계 40주기를 기리며 만든 작품이라고 했는데, 어째서 2011년 영화 '만추'를 원작으로 했는가? 1966년 원작 '만추'가 가지는 느낌에서 어떤 걸 살리고, 어떤 걸 더 담으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영화 '만추'는 현빈과 탕웨이의 느낌이 워낙 강한 작품인데 어떤 부분을 통해 연극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드러내고자 했는가?
ㄴ 한승원 프로듀서 - 원작 '만추'의 필름이나 시나리오를 찾을 수 없기에 제대로 참고할 수 없었음이 무척 아쉽다. 그래서 가장 동시대의 감성을 담고 있는 '만추'를 베이스로 했다. 영화의 좋은 점을 굳이 바꾸지 않으면서 연극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박소영 연출 - 영화를 연극으로 만든다고 할 때 이를 뛰어넘는다기보다는 얼마나 연극으로써의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느끼는 기다림을 관객들이 리얼타임으로 최대한 공유할 수 있게끔 하려고 노력했고, 이를 위한 장치나 애나의 심리로 드러내려고 했다.

   
▲ 함께 공연하는 이명행 배우와 김소진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훈' 역의 두 배우에게 질문 드린다. 현빈에 대한 부담감이 크셨던 것 같은데 어찌 극복해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는가.
ㄴ 이명행 배우 - 처음에는 이전 버전인 줄 알았다가 '현빈 버전'임을 듣고 걱정했지만, '훈'의 과거, 역사를 더 보여주고 이 사람이 느꼈을 외로움, 고립감 등을 깊이 가져가려고 했다. '만추'는 '애나'가 중점이 되고 전면에 드러나지만 '훈'도 그에 못지않은 무게감을 느끼실 수 있게끔 하려 했다. 쾌활하고 여자를 웃게 만들려는 캐릭터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그보다 외로워지는 지점을 표현하려 했다. 이런 부분이 영화와는 다른 색깔을 낼 수 있기에 굳이 그만큼 꽃미남이 아니어도(웃음) 잘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멋진 의상팀과 분장팀을 믿고 작품에 임했다.

박송권 배우 - 이명행 배우가 할 말을 다 해주셨다. 영화와의 차이 등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가 어떻게 하면 훈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노력하려 했다.

   
▲ 연극 '만추'는 네 배우의 더블캐스팅으로 이루어진다.

네 배우의 호연이 돋보이는 연극 '만추'는 10일부터 11월 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러닝타임 105분. 평일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2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문화뉴스 이우람 기자 pd@munhw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