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화리뷰, 11.27]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연극 '혜경궁 홍씨'
2015-11-27 문화뉴스 양미르
비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아버지 '영조',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와 그의 부인 '혜경궁', 그리고 영조의 세손인 '이산(훗날 정조)'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작품에 등장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최근 종영을 한 SBS 드라마 '비밀의 문'부터 올해 4월에 개봉한 영화 '역린' 등이 이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1988년 방영된 MBC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한중록' 편에서 최수종이 '사도세자'를, 최명길이 '혜경궁 홍씨'를 맡아 열연했다.
이처럼 수많은 작품의 단골 소재의 원천 중 하나인 '한중록'은 1795년인 정조 19년 '혜경궁 홍씨'가 지은 회고록이다. 자신의 출생부터, 유년 시절, 9살에 세자빈으로 간택된 사연부터 '사도세자'가 당한 참변의 진상 폭로 등이 기록됐다.
그날 밤, 진찬례를 마친 '혜경궁'이 침소로 들어간다. 어릴 때부터 가려움증을 달고 살아온 '혜경궁'은 상궁에게 등을 긁어달라 하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이때 '사도세자'가 나타나 그녀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며 장난을 친다. 그러다 '영조'(윤여성)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사도세자'는 놀라 자리를 피한다. '혜경궁'은 급히 다홍색 호롱박치마를 찾아 입는다. 이때부터 시점은 '혜경궁'이 입궁해 '영조'가 궁궐의 여자로 지켜야 할 책무를 알려주는 때로 돌아가게 된다.
이 작품이 단순히 정치 싸움에 휘말리는 한 여자의 운명을 다룬 것이 아님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족 간의 관계와 대인 관계 문제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과도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작품은 회전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과거로의 회상이 진행되는 장면 등 여러 장면에서 회전 무대가 돌아간다. 때로는 배우들이 직접 그 회전을 시키면서 열연을 펼치기도 하고, 회전하는 사이에도 계속 무대의 바깥에선 연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간 '혜경궁'의 사연이 고스란히 무대에도 적용되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이순재(MBC 드라마 '이산') 등 훌륭한 배우들이 맡은 바 있는 '영조' 역엔 올해 '2인극 페스티벌' 공로상을 받은 연극계의 원로인 윤여성이 연기한다. 또한 '정조'의 외조부인 '홍봉한'엔 역시 연륜이 빛나는 정태화가 맡아 작품의 품격을 살렸다. 원로 배우들이 확실한 기틀을 잡아준 덕분에 이들과 같이 중심축을 잡아줘야 하는 젊은 배우들(이기돈의 '정조', 백석광/김하영의 '사도세자')이 활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 연극 정보
- 제목 : 혜경궁 홍씨
- 공연날짜 : 2014. 12. 16. ~ 2014. 12. 28.
- 공연장소 :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 작·연출 : 이윤택
- 출연 : 윤여성, 김소희, 정태화, 박현숙, 황석정 등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