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마타하리' 29일부터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초연

   
▲ 옥주현이 '마타하리'를 연기한다.

[문화뉴스] "'마타하리'는 중독될 작품이다." - 배우 옥주현

1966년 국내 첫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만들어지고 50년이 흘렀다. 그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에 창작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은 커져만 갔다. '영웅', '명성황후' 같은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부터 '사랑은 비를 타고', '빨래' 등 일상을 다룬 뮤지컬까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했다. 또한,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를 무대화하는 시도가 있었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국내 제작사가 제작 주체가 되어 국내외 크리에이티브 스태프들과 기획 단계, 국내 초연과 해외 공연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사례로 우리 창작뮤지컬의 미래를 향한 현주소를 보여주고자 공을 들였다.

그동안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팬텀' 등을 제작해온 EMK뮤지컬컴퍼니의 '마타하리'는 '뉴시즈', '하이스쿨 뮤지컬' 등을 맡은 제프 칼훈 연출가, '몬테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 등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과 잭 머피 작사가, '맨 오브 라만차', '데스노트' 등을 맡은 음악감독 김문정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 뮤지컬 '마타하리'의 한 장면.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되어 총살당한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리는 '마타하리'를 살짝 엿볼 수 있는 프레스콜이 29일 오후 취재진에게 첫선을 보였다. 이날 프레스콜엔 1시간 하이라이트 시연이 선보여졌다. 관능적인 춤과 신비로운 외모로 파리 물랑루즈에서 사랑받는 무희였던 '마타하리'의 삶을 음악, 무대, 의상과 함께 엮어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프 칼훈 연출은 "이렇게 수년간 이 일을 하면서 오늘처럼 긴장되는 날이 없다"며 취재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렇게 문화적이고 극적인 이벤트를 국내 제작자,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했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엄홍현 대표와 4년 전에 같이 하자고 했다. 2년 전에 뉴욕에서 첫 번째 리딩을 하며 어떤 면이 좋고, 나쁜지 깨닫게 됐다. 작년에 서울에 돌아와 리딩을 한 번 더 했다. 초연은 다시 쓰는 작업을 거쳐 가기 때문에 얻어간 것이 상당히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습에 들어서 배우들과 함께 했을 때도 배우들을 통해 얻어가는 게 많았다"며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을 좀 더 알아가며, 깨달아간 것이 많아 제안도 많이 해줬다. 그래서 아이반 멘첼 작가와 함께 많은 것을 고쳐나가게 됐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 제프 칼훈 연출(오른쪽)이 취재진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프 칼훈은 "사실 여러가지 예술 형태가 있지만, 공연이 가장 많은 협업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며 "정말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이 작품을 함께 참여한 한국 디자인팀이다. 시각적인 공연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웃기게 들릴 것인데, 이 작품은 기적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다.

기적적으로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제프 칼훈 연출은 "세트가 어마어마하게 크기도 하지만, 굉장히 위험하다"며 "세트가 들어오고 빠질 때 10cm 정도의 공간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뉴욕에서 공연을 올렸다면 프리뷰를 4~6주 정도 할 것이다. 전날 밤 작품에서 마음에 안 드는 건, 오전에 고치는 편이다. 저번 주에 극장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국과 미국의 시스템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저희가 프리뷰하면서 고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기술팀이나 배우들에게 노트를 통해 전해줬다. 실제 무대를 밟아가면서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 10시부터 출근해 기술팀, 배우들, 디자이너 다 같이 모여 계속해서 고쳐나갔다. 어찌 보면 처음으로 겪어보는 일이지만, 많이 배워갔다"며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질의응답 시간엔 제프 칼훈 연출을 비롯해 주요 출연진이 참석했다. 주인공 '마타하리' 역의 옥주현, 김소향, 사명감과 야망을 품은 '라두 대령' 역의 김준현, 신성록, '마타하리'가 사랑한 청년 '아르망' 역의 송창의, 정택운이 참석했다. '아르망' 역의 엄기준은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첫 공연을 앞둔 배우와 연출의 소감을 들어본다.

 

   
▲ 뮤지컬 '마타하리' 출연진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극 중 '마타하리'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ㄴ 제프 칼훈 : 내가 가장 집중한 것은 아이반 멘첼 작가와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의 노래에 어떻게 이 공연이 어울리는가였다. '마타하리'는 소문이 무성한 여인이었다. 그냥 창녀였다는 의견도 있고, 비운의 여인이었다는 의견도 있는데 확실한 진실이 나오지 않았다. '마타하리'의 인생 팩트를 놓고 드라마틱하게 풀도록 노력했다. 다큐멘터리식의 전개보다 진실과 재미를 좀 더해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ㄴ 제프 칼훈 : 뮤지컬 '마타하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로 수출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음악은 국경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세상 사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장르다. 유럽과 특히 브로드웨이 가서도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어떤 점에 이끌려 이 작품을 선택했나?

ㄴ 옥주현 : 제의받았을 때, 실존 인물이면서 100년 전에 이런 여성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매력적이면서 가여웠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마타하리'를 연기하면 재미난 모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옥주현이 '마타하리'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넘버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같이 작품을 수정했다고 들었다.

ㄴ 옥주현 : 감사하게도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가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악보 있는 대로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변형해서 부르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셨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느낌 가는 대로 부르는 게 더 듣기 좋다"고 적극적으로 나를 믿고 지지해줬다. 그게 감사했다.

악보를 처음 봤을 땐 어땠나?

ㄴ 옥주현 : 걱정도 있었다. '마타하리' 전체 넘버가 재즈 느낌이 있어서, '지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넘버의 큰 장점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음악인 것 같다. '마타하리' 넘버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폭을 넓게 해서 힘들었지만, 잘 소화한다면 들으시는 분들이 풍부하게 들을 수 있겠다고 봤다. 보통 여성 아리아보다는 음역이 저음도 많다. 'Be Careful With My Heart(내 맘을 조심해)'는 특히 그렇다. 풍부한 소재를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프랭크 와일드혼이 만든 것 같다.

팜므파탈과 순수함에 사이에 선 '마타하리'가 어떻게 보이면 좋겠는가?

ㄴ 김소향 :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마타하리'는 험난한 폭풍 같은 운명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고 개척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여자가 되길 바랐다. 우리가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그 운명을 내가 원하는 대로 그 결과가 비극적인 삶이 될지라도 내가 선택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멋진 여자가 되길 바랐다. 그런 여자를 연기하기 위해 초점을 많이 뒀다. 여배우의 삶 이면엔 굉장히 외롭고, 고독한 모습이 있다. 강한 뒷면엔 여린 면이 있다. 옥주현 씨나 나나 여배우들의 그런 뒷모습을 더 보여주고자,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 김소향이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르망' 캐릭터 구축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ㄴ 송창의 : 작품 시작할 때 엄기준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아르망'이 '마타하리'를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고민을 많이 했다. 정택운과 젊음의 기운을 받아가며 했는데, '아르망'이 사랑 앞에서 순수하다. 이 시대에 찾기 힘든 남자다운 모습과 '마타하리'에 대한 인물의 순수성을 찾아주는 인물로 접근했다. 나의 재미나고 유쾌한 부분을 셋이서 알콩달콩 만들려 한다.

'라두'의 명장면이나 넘버가 있다면?

ㄴ 김준현 : 개인적으로 '마타하리'에 대한 '라두'의 감정을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2막 3장 'Because Of You(너 때문에)' 넘버가 있는데,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노래로도 좋다.

'빅스'로 가수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뮤지컬 무대에서 연습하며 힘든 점은?

ㄴ 정택운 : 사실 '마타하리' 하면서 가장 걱정한 건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한 무대에서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지였다. 중압감과 압박감이 많이 들어서 많이 걱정 줬는데, 연습하면서 형, 누나들이 정말 잘 가르쳐주셔서,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 송창의(왼쪽)와 정택운(오른쪽)이 '아르망'을 맡았다.

 

'라두'가 단순한 악역은 아닌 것 같다. 표현할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은?

ㄴ 신성록 : 아무래도 보시는 분들이 '라두'의 감정을 이해하셔야 저희가 하는 행위에 빠져들고 재밌게 보실 것 같다. 의미 부여를 가장 많이 생각했다. '라두'는 전쟁에서 찌들어있고, 프랑스 국민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짓눌린 부담감이 굉장히 있는 친구다. 엄청나게 짓눌렸던 것이 '마타하리'라는 사람을 만들며, 집착 같은 사랑이 이어지게 된다. 결국, 나라를 선택하고 신념을 찾는 인물이다. 현실에선 못된 사람이 많은데, 그런 인물인 것 같다. 나는 어떻게 보면 사실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어떤 메시지를 주는 작품인가?

ㄴ 제프 칼훈 : 뮤지컬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 관객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오늘 공연 보고 나가면서 "뮤지컬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집에서 TV만 계속 봐도 재미있을 법도 한 시대인데, 극장에 오셔서 금전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여기까지 와서 경험하는 게 힘드실 것이다. 집을 떠나오시면서, 굉장히 값진 경험을 하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희 옆에 앉아계신 배우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이분들 덕에 '마타하리'를 올릴 수 있었다. 사실 저희 작업 자체가 이분들을 무작정 믿고 가는 부분이 많다. 연습하면서 배우분들이나 스태프들이나 미쳤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장면이나 부분이 다 바뀌고, 노래도 바뀌는 환경에서 연습한다는 게 배우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로 올 수 있다. 연습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이해해가며 진심으로 협업하게 됐다. 그런 공연이기 때문에, 나에겐 더욱더 감격스러운 공연이다.

 

   
▲ 신성록(왼쪽)과 김준현(오른쪽)이 '라두' 대령을 연기한다.

 

'마타하리' 뮤지컬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ㄴ 신성록 : 사랑이다.

김준현 : 이 작품으로 인해 뮤지컬계가 난리가 날 것이다.

김소향 : 아련한 아픔이다.

옥주현 : 리허설 때, 극장에 만들어진 세트를 보며 연출님께서 영화처럼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전환의 세련됨을 꼭 눈여겨 보셔야 할 것 같다. 암전이 거의 없다. 그것도 저희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무대가 내려오고, 다가오는 것들이 영화 필름을 틀어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시는 느낌이 드실 것이다. 실제로 지인 중에 모니터하신 분들도 영화 같다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마타하리'는 중독될 작품이다.

송창의 : 전율이다.

정택운 : 미쳤다.

제프 칼훈 : 잔인하게 이렇게 맨 마지막에 시킨다. (웃음) 옥주현 씨가 한 말을 빗댄다면, 뮤지컬 '마타하리'는 20세기 일어난 일을 보여주는 21세기 뮤지컬이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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