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긔공연문화산책] 국립극단 젊은 극작가전 임빛나 작 진용석 드라마투르기 박정희 연출의 얼굴도둑
  • 박정기
  • 승인 2018.05.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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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박정기(한국창작희곡워크숍대표)] 임빛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출신이고 진용석은 극작과 전문사 출신으로 <시에나, 안녕 시에나> <레알 솔루트> <에이미 Go>는 임빛나 진용석 부부의 사랑의 결실이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임빛나 작 진용석 연출의 환경문제를 다룬 연극으로 임빛나의 제12회 대산문학상을 수상작이다. <레알 솔루트>는 진용석 작으로 한예종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예술가 극작부문에 선정되고, 2017년 국립극단 작가의 방에 참여작가로 선정되어 <얼굴도둑>을 발표 공연하게 된 것이다. 작품마다 모두 독창적이고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한 우수작품이다.

드라마투르기를 한 진용석은 <완벽한 관계>와 <레알 솔루트>를 집필 연출하고, <시에나, 안녕 시에나>를 연출했다. <얼굴도둑>은 드라마투르기로 참여했다.

연출가 박정희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뒤, 독일 Frankfurt a/M Goethe 대학에서 영화연극미디어학과 수학(1988-1994)했다. 연출과 배우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올린 박정희는 1996부터 2000까지 극단 사다리의 상임 연출을 지냈다.

그녀가 국내 귀국 후, 아동극을 선택한 것은 서정성과 이미지, 신체적 상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무대가 아동극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2001년 극단 풍경을 창단하고 <하녀들>과 <평심>을 선보이며 보다 독자적인 행로를 선택하였다.

극단 풍경 대표, 동숭아트센터 연출부, 옥랑문화재단 연기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연출작은 <타오르는 추억> <피터와 늑대>, <공주님의 달> <브레멘 음악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거울 속의 내가> <하녀들> <평심> <발코니>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은하궁전의 축제> <달의소리> <하녀들> <새벽 4시 48분> <기타맨> <응시> <예술하는 습관> <햄릿 업데이트> <철로> <죽음의 집 2> <러브 앤 머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영녀> <시련> <아버지> <방문> <마라나 츠베타예바의 초상>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2년 <하녀들>로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2008년 제29회 서울연극제 연출상, 2011년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八자형으로 세워지고, 상수 쪽에 책장과 책모형의 백색 조형물이 잔뜩 꽂혀있다. 하수 쪽에 출입문이 있고, 조리대가 놓여있다. 무대 좌우에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고, 무대좌우 객석 가까이에는 승강기 출입문이 있어 열리고 닫힌다. 청정에는 전등이 나란히 걸려있다. 무대중앙에 큰 안락의자가 자리를 잡고, 바닥에는 사각문양이 들어간 비닐 같은 탄자가 깔렸다. 독특하고 산뜻한 창의력이 감지되는 무대다.

어느 시대나 사회를 막론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크기 마련이다. 이 연극에서처럼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딸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딸이 로펌을 수석 졸업하고 이제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날아다니려 하고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으니, 어머니가 그럴듯한 남성과 맺어지기를 바라는데, 이 연극에서처럼 홀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동성애 여인과 함께 살겠다고 한다면, 세상의 어머니들이 납득과 수용을 할 것인가?

딸의 피투성이의 죽음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당연히 경찰이 달려오고 자살이냐 타살이냐? 를 가리려 애쓴다. 어머니는 충격을 가라앉히기 위해 무녀와 흡사한 친구여인이 권하는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한다. 연극은 딸의 성장과 학창생활에서의 따돌림 그리고 사회에서 알바를 하던 때의 모습과 최근에 이르러 승강기(昇降機) 안에서 한 여인과의 만남 등이 한 장면 한 장면 소개가 된다.

어머니의 강한 바람과 지나친 간섭으로 어머니를 정면으로 바라보기가 싫었던 것이 학창시절 동료의 얼굴까지 바라보기가 싫어지고, 급우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으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오로지 어머니와 자신의 얼굴만을 가슴과 뇌리에 지니고 살았던 딸이 우연인지 숙명인지 승강기 안에 갇히게 되면서 비로소 함께 탑승한 여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고, 향후 그 여인과 탑승 시간을 맞춰 함께 승강기를 타면서 동성애에 빠지는 과정이 펼쳐진다.

딸의 희열은 어머니에게 전해지고, 당연히 모든 어머니들처럼 동성애에 빠진 딸을 질책하는 모습이 늘 상 반찬을 만들 때 식칼을 사용하던 모습과 중첩되어, 어머니는 분노에 쌓여 승강기를 타러가는 딸의 뒤를 따른다.

수 만 년간 계속되어온 남녀의 결혼풍습이 현대에 이르러 변화를 가져와 독신주의자는 물론 동성애자까지 양성되는 현실에 이르러 있음직한 내용과 장면이 예리한 칼날 같은 솜씨로 극 속에 치밀하게 구현된다. 결국 딸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극은 귀결을 맺는다.

성여진이 어머니, 이지혜가 딸로 출연해 실제 모녀간 이상의 성격창출과 호연을 보인다. 신현진....직업을 경찰로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적역임이 드러난 배역이다. 주인영이 무당여인으로 출연해 성격설정에서부터 노력한 흔적이 호연으로 드러난다. 황선희가 승강기 여인, 우정원이 직장동료로 출연해 미모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호철이 딸의 남자친구로 출연해 역시 호연과 열연으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예술감독 이성열, 무대 신승렬, 조명 김창기, 의상 홍문기, 음악 장영규 김 선, 분장 백지영, 소품 김혜지, 영상 윤민철, 움직임 고재경, 음향 최유진, 연기지도 장재키, 조연출 최정환 채유니, 무대기술총괄 신용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국립극단의 젊은 극작가전 임빛나 작, 진용석 드라마투르기, 박정희 연출의 <얼굴도둑>을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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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 press@mhnew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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