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가족의 정상가족화에 대하여

[문화뉴스]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림이 있다. 엄마와 아빠가 한 명씩, 아이가 둘 정도 있는 그림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 한다'로, 정부는 성차에 기반한 가족의 성립을 기본적인 것으로 보고 그것을 골자로 한 다양한 가족 정책을 지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갖는 형태가 대부분 초혼 부모 각 1명과 아이들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에서 합리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부모가정과 재혼가정, 조손가정에 대해 편견 어린 시선을 보내온 바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가구 대비 10.9%의 가족이 혈연기반 부모-자녀로 구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미디어에서는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가족 예능을 방영하며 부와 모의 각기 다른 역할과 그것을 수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왔다. 

이 과정에서 표준 가족이 아닌 가족들의 존재는 지워져왔고, 사실상 미디어나 연예인들의 가족사에서 이러한 부분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등장한 장신영 강경준 부부의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2009년 이혼 후 12살 아들을 키우는 장신영은 지난 5월 25일 강경준과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간 SBS '동상이몽'을 통해 결혼생활을 공개했던 이들은 지난 30일 아들과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장신영의 아들이 강경준을 '삼촌'으로 칭해왔지만 이날 강경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며 장신영을 통해 '아빠'라고 부른 것이다. 새로운 가족 구성원에 대한 호칭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과정이 브라운관에 담기게 됐고, 출연진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눈물을 흘렸다는 평이 뒤를 이었다.

그간 방송가에서 관행처럼 표준 가족에 입각한 사연들만이 내내 담겨왔던 것과 다르게 이날 장신영 강경준의 가족 이야기는 새로운 감동을 전했다. 새로운 가족 개념이 따뜻하고도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다시 확인시키는 계기도 마련했다. 

네티즌들은 '사랑하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다운 추억이다', '혈연 맺은 자식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이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응원한다'며 이 가족에게 따뜻한 말들을 보내고 있다. 

조금은 '달라보이는' 가족들은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 똑같은 크기로 존재하고 있다. 장신영 강경준 가족의 사례가 '특이한', '이상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차이의 정치학와 정의에 대한 책을 써낸 정치철학자 아이리스 영(Iris Young)은 가족 관념이 비정상 가족과의 대조를 통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정상성과 자연스러움이 소비되는 저편에는 울타리 밖의 낙인된 자들이 소리를 죽여야 하는 현상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이 침묵의 절규가 계속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할 시점에서 '동상이몽'의 방송은 가뭄에 단비처럼 보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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