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긴 여름, 당신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할 책 한 권이 절실하다면, 러시아 문학을 꺼내드는 건 어떨까. 더운 여름과 반대되는 추운 곳을 배경으로 한 러시아 문학을 읽다 보면 여름 속의 겨울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긴 책의 두께에 겁을 먹거나, 어떤 작가의 책을 읽어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도 분명 있을 터. 그런 당신을 위해 작가의 특징과,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러시아 문학을 정리해봤다.

우선 러시아 문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9세기 러시아의 대표작가, 레프 톨스토이를 추천한다. 톨스토이의 자세한 묘사와, 흥미로운 소설의 전개는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예술은 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듯, 톨스토이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세세하게 묘사한다. 톨스토이가 이러한 세밀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톨스토이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다.

사랑과 가족, 그리고 진리에 대한 고민을 담은 톨스토이의 삶은, 그의 고민만큼 아름답지만은 않다. 톨스토이는 십수번의 외도를 하면서도 아내에게 집착하고, 차갑게 대했던, 냉혈한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삶의 의미에 대한 자신의 고뇌를 문학에 그대로 드러냈다.

톨스토이 작품에는 외도나 불륜이 등장하기도 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사고가 변화하는 과정이 그대로 달려있다. 또한 자신이 이상을 쫓으면서도 이상과 다르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삶의 단편이 아닌 긴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톨스토이의 사유를 한번 들여다보고 싶다면 긴 휴식 기간동안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당신에게,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추천한다. 죽음이 다가오며 삶을 되돌아보는 이반 일리치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19세기 러시아의 귀족 사회를 들여다 보고 싶다면 ‘안나 카레니나’를 추천한다. 이미 뮤지컬로 유명한 이 소설은 보수적인 러시아 사회에서 안나라는 여성이 사랑하고, 불륜이라는 세상의 시선 속에서 죽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안나가 자신의 감정과 사회적 상황 속에서 고민하는 과정을 들여다 보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레빈이 귀족의 삶과 시골 농민들의 삶을 경험하며 느낀 점을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화려한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무도회, 그리고 귀족들 사이의 이야기는 당신의 상상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다음으로, 뭔가 몽환적이고, 신비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고골'의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부패한 러시아의 관료들을 풍자한 그의 소설은 기괴하고 우습다. 순수하고 우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칼날과도 같은 비판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소설을 쓴 고골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 야망에는 고통스러운 자의식이 섞여 있었다. 그에게 문학은 자신의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는 모스크바의 상류층들과 잘 어울렸다. 그렇기에 그는 상류층과 자기 자신을 풍자하는 소설을 썼고, 그의 독특한 서사 전개는 소설에 재미를 더해준다.

그의 독특함을 그대로 품고 있는 소설은 바로 '외투'다. 아주 가난한 말단 관료 아카키가 겨우 돈을 모아 산 외투를 뺏기고 관료사회에서 소외돼 죽게 되고, 유령이 돼 사람들의 외투를 뺏고 다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한 권선징악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 소설이 들어가 있는 상징들은 소설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휴머니즘과 러시아 혁명기 등 역사 속 러시아 사람들을 보고싶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어보자.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는 구 질서와 새로운 질서가 교체하는 사회에서, 시대적인 고민을 문학을 통해 늘어놓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농민을 이상적으로 생각했고, 그들 사이의 휴머니즘을 문학 속에 담도록 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향한 애정은 그의 소설 전반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문체는 우리나라의 남북전쟁 시기 때 드러나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애정과도 같이 느껴진다

그러한 그의 애정은 "가난은 죄가 아니라 진리이다. 음주가 선행이 아닌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이것은 한층 더 명백한 진리이다. 그러나 빈곤도 동전 한푼 없는 빈곤은 죄악이다. 가난할 때만 해도 점잔을 빼고 있을 수 있지만 한푼 없는 빈털터리가 되는 날엔 스스로 자신을 모욕할 각오가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술집이란 것이 필요해지는 것이다"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또한 그에게는 사랑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그는 "사랑이 없는 곳에는 감각도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러한 그의 아름다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은 '백야'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그의 백야,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나는 아련한 사랑은 짧고도 강력한 감동을 준다. 여름에 걸맞는 소나기 같은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백야라는 독특한 시간대의 사랑을 담은 이 소설을 읽어보는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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