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매운 맛'과 '라면'의 만남...식문화의 엔도르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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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은 유명하다.

매운맛을 즐기는 민족임을 자연스럽게 과시하는 유튜브 콘텐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산되고, 높은 수치의 매운 맛을 자랑하는 라면들이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한다. 

35도 이상의 기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요즘이지만,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운 맛이 유발하는 땀으로 더위를 극복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 한국 음식에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넣게 된 일은 임진왜란 이후에 시작된 일로, 그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우리가 느끼는 '매운 맛' 또한 맛이라기보다는 고통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운 맛'을 접한 뇌가 고통을 줄이기 위해 엔돌핀을 분비하면서 고통이 강할수록 그것이 사라지는 느낌 또한 강렬하게 전해준다고 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간편식 라면에도 매운맛의 지평은 펼쳐진다.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은 세계 최초로 1912년 캡사이신의 농도를 측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섯 명의 사람이 동시에 매운맛을 느끼지 않으려면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잴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추로 알려져있는 청양고추가 4000에서 10000스코빌 지수를 자랑한다. 2013년 말 새롭게 등장한 미국의 캐롤라이나 리퍼 페퍼(Carolina Reaper pepper)의 스코빌지수는 150만 정도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인스턴트 라면' 중에서, 스코빌지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5위부터 1위까지 우리나라에서 맵기로 이름 깨나 유명한 라면들을 알아보자. 

ⓒ 삼양 불닭볶음면

'매운 라면'의 시대를 다시 열면서 라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불닭볶음면'이 스코빌지수 5위를 차지했다. 스코빌지수 4404의 불닭볶음면은 출시 이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떨치며 '매운 맛'을 전하는 데도 톡톡한 역할을 수행했다. 

스코빌지수 4위에는 5000점으로 '짜왕 매운맛'이 올랐다. 농심의 프리미엄 짜장라면으로 출시된 짜왕에 청양고추 페이스트를 첨가한 맛으로, 짜장면에도 고춧가루를 올려 먹는 우리나라 특유의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군이었다. 

3위는 스코빌지수 5013의 '열라면'이 차지했다. 오뚜기의 '가성비' 상품으로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는 열라면은 싸고 매운 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2위에는 5위에 오른 불닭볶음면의 스핀오프 격인 '핵불닭볶음면'이 올랐다.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8706으로, 4404의 스코빌지수를 자랑했던 원조 불닭볶음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를 보여준다. 실제로 불닭볶음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사람들조차 핵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는 어려움을 표한다는 후문이다.

1위에는 스코빌지수 9413점으로 '틈새라면'이 랭크됐다. 틈새라면은 1981년 김복현의 명동 빨계떡에서 유래해 현재는 전국에 라면 전문 체인점으로 자리매김한 음식점이다. 이 라면은 GS 25에서 PB 상품으로 출시되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 PxHere

매운 라면은 이제는 한국의 독특한 음식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매운 라면에 도전하는 여러 유튜브 영상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들 또한 게스트 하우스 등에 매운 라면을 가져가 Challenge 문화를 형성하는 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매운 라면'의 시대는 식문화에 새로운 엔돌핀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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