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자살예방센터, 일반인·기자 대상 조사결과 발표…“자살보도 권고기준 필요” 대부분 공감

한국기자협회는 13일 '2018 사건기자 인권·생명 존중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기자협회]

[문화뉴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자살 방법이나 도구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언론들의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자살률을 높이는 ‘베르테르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1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린 ‘2018 사건기자 인권·생명 존중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올해 7월 3일부터 18일까지 일반인 602명과 기자 3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두 집단 모두 현재의 자살보도 행태로 인한 자살률 증가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자살보다 행태로 일반인 응답자의 74.8%가 ‘자살 도구 공개’를 지목했다. 이어 ‘자살 방법 공개’,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72.3%였다. 

같은 질문에서 기자의 경우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꼽은 응답자가 78.6%로 가장 많았고, ‘자살 도구 공개’ 78%, ‘자살 방법 공개’ 77.7%, ‘유명인 자살보도’ 75.4%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자살보도에 관한 권고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의 응답자가 공감했다. [Created by Jcomp on Freepik]

아울러 일반인과 기자 집단 모두 자살보도에 관한 권고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권고기준 필요성에 동의한 비율은 일반인과 기자가 각각 81%, 88%로 집계됐다. 

신 부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는 2시간 동안 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며 “특히 자살 원인이나 방법을 노출하는 선정적인 보도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언론의 자살보도는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베르테르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기자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자살보도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최근 보도 권고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살 보도 권고기준은 말 그대로 ‘권고’일뿐이어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자살 보도 권고기준 3.0’에서는 5대 원칙 중 하나로 ‘구체적인 자살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를 내세우고 있다. 

자살 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묘사가 담긴 언론보도는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정보나 암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스스로 자살보도에 따른 영향력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권고안이 있음에도 지난 7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별세했을 당시, 주검을 태운 구급차를 버젓이 생중계됐다. 작년 12월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자살 도구로 추정되는 ‘갈탄’에 대한 내용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에 ‘갈탄’이 오를 정도였다. 

세마나 발제자로 참석한 CBS 권영철 대기자는 “수많은 언론매체가 생겨나면서 자살보도마저 이른바 ‘클릭’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론사 스스로 자신들의 자살보도에 따라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자살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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