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에 자금 지원 강요, 사적 자치 원칙 침해해"…조윤선 전 정무수석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선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지 61일 만에 법정구속됐다.

[문화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 보수단체를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김 전 실장 등 9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의 혐의 가운데 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8월 6일 석방된 지 61일 만에 다시 구속수감됐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은 최초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구체적 단체명과 지원 금액이 적힌 목록을 보고받아 실행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52)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해선 “정무수석으로 취임하며 전경련 자금지원 목록을 인수인계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필요 시 보수단체를 활용하는 기본적 구조를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승인‧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비롯해 박준우 전 정무수석,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을 제외하고는 강요죄만 유죄로 인정된 다른 피고인의 경우 모두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이다. 

앞서 김 전 실장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을 통해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통령 비서실 구성원이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왕(王)실장'으로 불려온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월 21일 구속된 이후 최근까지 구치소와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실장 혐의와 관련해 "헌법은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 재산의 보호를 중요시하는 데 이런 헌법 가치를 중시해야 할 대통령 비서실 구성원이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침해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어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위해 국가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강요할 수 없도록 하는데, 시민단체를 보수와 진보로 양분해 보수단체에 지원을 결정하고 이들 단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행위의 경우 비서실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업무적인 형식을 갖췄다고 볼 수 없어 직권남용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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