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 선정작 '핑키와 그랑죠' 프레스콜

   
 


[문화뉴스]
신인 창작자를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프로그램이 작년 공모를 거쳐 선정된 작품을 드디어 관객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은 '바람직한 청소년', '소년 B가 사는 집', '먼로, 엄마'에 이어 올해에 두 작품을 발표한다. 신채경 작가의 '핑키와 그랑죠'와 김슬기 작가의 '크레센도 궁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 중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릴 작품은 바로 '핑키와 그랑죠'다.

62:1의 경쟁력을 뚫고, 조광화와 배삼식의 멘토링을 거쳐 탄생된 이 작품들은 각각 연출가 문삼화, 전인철과 만나 완성도를 높여갔다. 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대학로 CJ AZIT(아지트)에서 공연되는 '핑키와 그랑죠'는 개막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오후 2시 프레스콜을 열어 언론에게 먼저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신선한 시각을 가진 젊은 창작자 신채경과 노련한 연출가 문삼화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게 됐는지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자.

 

   
신채경 작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무대를 올리게 된 소감은?
ㄴ 신채경 작가 : 작년부터 꾸준히 예술 감독님들의 코멘트를 받으면서 작품을 고쳤다. 실제로 무대에서 작품을 만나니 떨리고, 기대되고, 기쁘다.

ㄴ 문삼화 연출 : CJ 아지트라는 공간에서 공연예술 파트로는 우리가 처음으로 무대를 꾸몄다. 냄새가 나는 새집증후군 현상이 있다(웃음). 극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무대 반 객석 반이어서 깜짝 놀랐다. 새롭고 낯선 공간이다. 작품 또한 만만치 않다. 아이들의 상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비춰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정신이 없다.

 

   
 

어떤 의도로 작품이 만들어졌는지?
ㄴ 신채경 : 미국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인 헨리 다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인생을 바쳐 만든 작품 중에서 '비현실의 제국에서(In the Realms of the Unreal)'라는 소설이 있다. 실제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작가의 실제 삶과 그 작품의 줄거리를 연관시키는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헨리 다거가 실제로 어린 시절에 정신병원에서 학대를 받다가 탈출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아이들을 학대하는 어른들 즉, 그랜델리니아들과 아이들이 맞서 싸우다가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것이고, 이 내용이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극에 등장하는 '그랜델리니아', '에비엔'이라는 개념들은 모두 헨리 다거의 작품에 실제 등장하는 단어들을 차용했다.

실제 헨리 다거는 병원 청소부로 일했지만, 자기처럼 학대당하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작품만을 남겼다. 우리는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살기 때문에, 가상이 위로를 줄지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썼다.

 

   
문삼화 연출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출가는 작품을 어떻게 풀어냈나?
ㄴ 문삼화 : 결국 우리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핑키와 그랑죠로 대변되는 각자의 성장기, 혹은 이유기 시절, 그리고 피해자가 의도치 않게 자신도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 등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신채경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것들이 사실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풀어내고자 고민했다.

 

   
 

헨리가 핑키와 그랑죠를 놓아주게 된 결정적 계기는?
ㄴ 신채경 : 그랑죠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들의 복수 대상이었던 존이 죽었다고 말한다. 핑키는 그 사실을 인정해버리면 자신이 살아온 세계관 자체가 무너져 내리니, 그것을 부인하려고 한다. 아버지(헨리)는 균열이 일어난 이 세계관이 딸에게 커다란 고통을 가져다줌을 보며, 더 이상은 이 세계관을 지킬 수 없다고 인식한다. 결국 헨리는 자신이 존의 역할을 맡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ㄴ 문삼화 : 사실 24살인 여자의 생리를 멈출 수는 없다. 그 동안은 호르몬제를 하루에 12알씩 먹으면서 핑키의 생리를 억제했다. 그러나 이내 생리가 터지고 만다. 더 이상 약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에비엔 왕국은 아이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다. 이제 핑키는 아이로만 머물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헨리가 핑키를 놓아주게 된 결정적 계기는 더 이상 멈추거나 미룰 수 없는 핑키의 생리다.

 

   
 

결국 헨리는 남는다. 헨리는 유일하게 현실도 살아보고, 환상도 만들어내는 존재다. 핑키와 그랑죠는 밖을 향하지만, 그는 이곳을 나가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 살기를 택한다. 작가의 의도는?
ㄴ 신채경 : 그랑죠와 핑키는 떠난다. 헨리는 두 발을 현실과 환상이라는 각각 다른 곳에 걸쳐놓고 있는 삶을 살았다. 그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려와 또 다른 가혹행위를 했다. 하지만 헨리의 결말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불행한 결말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지켜주던 딸을 놓아주고 자신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으로 끝맺고 싶었다. 헨리가 이전에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던 인물일지라도, 이후에는 더 밝고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이들을 내보내면서 헨리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있길 바랐다.

관객들이 이 공연에서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는가?
ㄴ 문삼화 : 일단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다. '이게 뭘까'하는 고민 보다는 굉장히 '재밌는 이야기구나'하면서 무대 위의 핑키와 그랑죠의 세계에 빠져드셨으면 좋겠다. 그러나 끝에는 '재밌게 봤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라고 느끼셨으면 좋겠다(웃음).

ㄴ 신채경 : 트라우마를 다루는 이야기다. 공연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어떻게 우리가 풀어내며 살 수 있는지, 같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