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애심(왼쪽)과 김소진(오른쪽) 배우가 연극 '크레센도 궁전'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문화뉴스]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무언가 점점 더 세게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껴 '크레센도'를 사용하게 됐다."

 
현재의 가족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도 두려워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 공연된다.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크레센도 궁전'이 24일부터 6월 5일까지 CJ 아지트 대학로 무대에서 선보여진다. 신진 공연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지난해 선정 작품 중 '핑키와 그랑죠'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다.
 
SNS에서 만난 낯선 남자를 통해 여자가 마음속 어둠을 끄집어내고 이를 가정 내에서 표출하면서, 가족은 결국 깨어지지만, 그것이 제자리걸음만 하는 가족의 삶을 나아가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김슬기(오른쪽) 작가가 작품을 쓴 의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품을 쓴 김슬기 작가는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족의 무게에 짓눌리며, 애증의 줄타기를 하고 때로 가장된 평화 속에서 불운을 숨기는 위태로운 관계가 지속한다"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족의 의미와 형태도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배삼식 예술감독은 "굉장히 젊은 작가임에도 수많은 인간관계 및 경험이 쌓였을 때 느낄 수 있는 '관계의 퇴색감'이란 감정을 제대로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전인철 감독의 노련한 연출로 이야기나 감정들이 더 잘 살아난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CJ 아지트 대학로 무대에서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엄마' 역의 강애심, '여자' 역의 김소진, '남자' 역의 권일, '아들' 역의 김민하가 출연한 전막시연 후 김슬기 작가와 전인철 연출의 질의응답이 열렸다. 작가와 연출의 '크레센도 궁전' 작품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떤 내용을 담고 싶었나?
ㄴ 김슬기 :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오면서, 대한민국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러한 계기로 작품이 출발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고여있고, 멈춰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내 안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쓰게 됐다.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ㄴ 전인철 :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에서, 궁극적으로 작가님이 해결하고 싶은 부분이 뭘까라는 그 지점에 집중했다. 딸과 어머니의 관계 중 어머니가 가진 상처가 무엇인지 파헤쳐보려고 노력했다.
 
   
▲ 연극 '크레센도 궁전'의 무대 위에서 김슬기 작가(오른쪽)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자'라는 존재가 이 집안에서 어떤 역할로 나오나?
ㄴ 김슬기 : 무대로 오는 과정에서 '남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 구성원이 아닌 '남자' 외부인이 들어오면서, 파괴가 일어나고, 동시에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작품에서 그네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ㄴ 전인철 : 무대 전체 방향은 어머니가 계속 내면에서 만들어 온 꿈의 공간으로 설정했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그려오고 싶었던 궁전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네 같은 경우는 어머니의 심리를 무대 안에서 들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해서 시도하고 있다.
 
전 연출작인 '게임'과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영향이 있나?
ㄴ 전인철 : 열흘 전에 연극 '게임'이 끝났다. '게임'은 20~30대들이 2016년 현재를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결혼, 죽음, 가족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런 질문을 듣고 보니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쓴 마이크 바틀렛 작가는 영국에 사는 30대 중반의 결혼도 한 남자 작가고, 거친 설정과 공격적 표현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작품을 하고 '크레센도 궁전'으로 넘어가며 여성적 감정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섬세한 엄마와 딸의 관계라 어려움이 있었다. '게임'을 하면서 마이크 바틀렛의 내면, 그가 말하고 싶은 세계에 고민했다. 작품을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젊은 김슬기 작가가 내면에 해결해야 할 감정적, 관계에 대한 문제가 있다.
 
연출자 입장에서 작가가 고민하는 지점을 같이 생각하고, 이것을 관객과 나누려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희곡 작가들이 보통 연습 초반에만 참석하는데, 김슬기 작가는 희곡을 막 쓰기 시작한 작가라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례적으로 한 달 정도 되는 연습 기간에 글이 무대가 되고, 관객을 만나는 과정을 공유했다. 어떤 시스템을 통해 희곡이 공연화되는지 알게 되고, 그것을 나누는 과정이 재미났다.
 
   
▲ 연극 '크레센도 궁전'의 한 장면.

 

크레센도라는 용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듣고 싶다.
ㄴ 김슬기 : 크레센도가 점점 세게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무언가 점점 더 세게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껴 '크레센도'를 사용하게 됐다.
 
'엄마'와 '딸'의 대사가 현실적이라고 생각됐다. 3포세대나 가정폭력 등 사회 전반적 문제를 대사에 녹였다. 영감은 어디서 온 것인가?
ㄴ 김슬기 : 엄마와 딸의 관계는 나 역시 엄마의 딸이기 때문에, 같이 나눴던 대화가 대사로 많이 선택됐다. 엄마가 이 연극의 '엄마'와 똑같지 않지만, 30대 초반의 딸을 둔 엄마로 비슷한 대사가 많이 있던 것 같다. 내 친구들도 많이 공감해줬다.
 
전인철 : 김슬기 작가의 어머님을 만나 뵀는데, 여기 인물들과 비슷한 것 같다. 반년 정도 전에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아버지 이야기를 쭉 하시는 것이 극에서 본 '엄마' 모습대로 묘하게 비슷했다. 내가 40대 남성이어서 딸과 어머니의 관계는 잘 모르지만, 한 여자가 남자를 만나서 살아가면서, 같이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무대 톤이 하얀색인데, 와인만 붉은 색채가 있다. 특별한 의도가 있나?
ㄴ 전인철 : 와인은 특별한 의도는 없고, 작가가 와인을 쏟는다고 해서 쏟은 것이다. 무대를 하얗게 만들어서, 와인이 많이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효과에 견줘 잘 퍼지지 않아서 고민도 많다.
 
마지막 대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ㄴ 김슬기 : "뭐가 들어오든 뭐가 중요해"라는 대사 부분이다. 백지상태의 희망은 연약하고 부서지기 쉽다. 순수한 형태의 희망이 부서지고, 직시한 다음에 새로 붓는 희망은 좀 더 성숙한 희망일 것이라 봤다.
 
   
▲ 강애심(왼쪽)과 김소진(오른쪽) 배우가 연극 '크레센도 궁전'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이 주고자 하는 전체적인 의미는?
ㄴ 전인철 : 공연 직전까지 김슬기 작가와 작품이 주고자 한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머니가 마지막에 남편과 결혼하기로 마음먹기로 한순간을 대사로 표현하는 게 있다. 작품 내내 어머니가 남편과의 지난 과거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는다. 상처와 폭력을 이야기하지만, 마지막에 남편과 결혼하기로 마음먹는 순간을 말하면서, 관객들이 저들의 시작도 뜨겁고 희망을 품고 관계가 시작됐는데, 왜 이들의 삶이 30년 후엔 이렇게 됐괬느냐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도 일상에서 간혹 결혼이나 가족관계가 상당히 좋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머니의 첫 결혼 순간의 묘사를 통해 왜 우리의 가족관계와 결혼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보면 작품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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