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칠곡가시나들'에 8개 스크린 퐁당퐁당 배정한 반면 비슷한 규모 자사 배급 영화에는 95개 극장 140개 스크린 배정

주인공 할머니들과 가장 가까운 '대구칠곡CGV'마저 배정하지 않아

ⓒ 단유필름

[문화뉴스 MHN 주재현 기자]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김재환 감독이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를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다. '칠곡 가시나들'은 '할매 시인'들의 유쾌한 삶을 담은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주인공인 칠곡군 복성2리 할머니들은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고령의 나이에 글을 배운 뒤 지난 2015년 시집 '시가 뭐고?'를 출판해 화제가 됐다. 김재환 감독은 3년간 할머니들과 동거동락하며 할머니 시인들의 유쾌한 삶을 스크린으로 옮겨냈다.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칠곡가시나들'은 27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던 지난 25일 김재환 감독이 돌연 '칠곡가시나들' CGV 상영 보이콧을 알려왔다. 지난 22일 CGV측으로부터 '칠곡가시나들' 스크린 운용 계획을 통보받은 후 내린 결정이다. CGV는 '칠곡가시나들' 제작사인 '단유필름'측에 '칠곡가시나들' 개봉 당일 전국 8개 상영관 8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이마저도 운영율을 0.5로 즉 하루 중 절반은 '칠곡 가시나들'을 상영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영화를 상영하는 이른바 '퐁당 퐁당' 상영 하겠다고 알려왔다. 이후 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개봉일 실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편성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주인공 할머니들과 가장 가까운 대구칠곡CGV에 조차 스크린이 배정돼지 않았다.

  

ⓒ 단유필름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에 많은 스크린이 배정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김재환 감독도 "멀티플렉스 없지 전국 4개관에서 개봉한 적도 있어 이정도 일로 상처받지는 않는다"며 운을 땠다. 김재환 감독이 문제삼는 것은 CGV의 불공정한 스크린 배정 기준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에 스크린 배정이 적은 현실은 이해하지만 '칠곡가시나들'과 제작비 규모가 비슷한 다른 영화가 95개 CGV극장에서 140개 스크린을 배정받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사 투자 배급 영화만 챙기는 '속물 근성'이라는 것이다.

김재환 감독은 "비교 대상으로 삼은 영화 제작진에 상처를 줄까봐 걱정이다"고 언급하면서도 "CGV의 스크린 배정은 아무리 봐도 CGV 아트하우스 투자 배급 작품이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예매율과 실적 기준으로 스크린 운용을 한다지만 겨우 8개 스크린을 배정하고 예매창도 개봉 3일 전 열어주면서 예매율을 실적 기준으로 삼는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상업영화와 다큐 영화의 스크린 배정 기준이 다르다면 CGV 아트하우스는 왜 만든거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보이콧이 CGV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김재환 감독은 "힘 쎈 자가 최소한의 금도를 지키지 않고 돈만 쫒을 땐, 교만의 뿔을 꺾어 힘을 분산시킬 룰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이콧에 임하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는 "투자 배급과 극장의 고리가 법으로 끊기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것 같다"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칠곡가시나'들은 27일 전국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필름포럼, 아트하우스모모 등 87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날 2시 기준 누적 관람객 5,000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