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서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 전시 진행

ⓒ 갤러리현대,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 전시장 전경

[문화뉴스 MHN 김선미 기자] 미술가 양정욱은 개인전 준비와 글쓰기뿐만 아니라 지난해 바쁜 시간을 쪼개 연극을 올렸다.

"연극을 준비할 때 사람들과 한창 '으으' 했는데 이제는 그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어요. 각종 레지던시에 참가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죠" 이는 양정욱이 신작 '단체 사진'을 구상한 계기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작가는 '단체 사진' 연작을 소개했다. 바윗돌같이 큼지막한 덩어리들을 줄 따위로 연결한 모습의 작품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한 덩어리들이 있었다.

작가는 단체 사진을 막 찍을 때 풍경을 떠올려 보라고 권했다. "사람들이 쭈뼛쭈뼛하는 가운데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도, 모여서 찍을 때의 에너지 같은 것이 있잖아요. 촬영에 임하는 구성원과 상황, 환경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체 사진에는 특유의 유대감 또한 남아 있어요"

ⓒ 연합뉴스, 양정욱 작가

양정욱은 소리와 빛, 움직임을 활용한 공감각적인 설치 작업으로 기억되는 작가다.

전시장에서 마주친 양정욱 작품은 근사한 장난감 같은 외관에 먼저 끌리게 된다. 작가는 "빛이나 그림자, 소리는 관람객 눈길을 잡아끄는 책 표지 같은 것"이라며 "작업을 하면서 움직임을 더 연구하게 됐고, 이제는 그 에센스를 뽑으려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단체 사진' 연작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양정욱의 작업 재료는 소소한 일상이다. 갤러리현대 2층 '이제는 만나지 않는 친구들' 연작은 요즘 멀어진 옛 친구를 떠올리며 만들었고, 지하 1층 '대화의 풍경'은 집 보수공사를 놓고 아내와 다툰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 갤러리현대, 양정욱, 대화의 풍경 #2: 저녁이 되면 말하는 것들, 혼합재료, 193(h)×870×197cm, 2018

누군가 지나치게 개인사에 매몰된 작업이라고 지적한다면, 작가의 대답은 명쾌하다. "우리 삶의 바닥에 있는 가장 딴딴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은 이야기를 탄탄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작은 이야기는 거대한 사회 담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늦은 밤 경비원 초상을 구현한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2013)와 같은 작품은 한국 노동자 현실을 비추는 작업으로도 읽힌다. '단체 사진'이나 '이제는 만나지 않는 친구들'은 현대사회 인간관계의 다양한 일면을 보여준다.

갤러리현대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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