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사막에서 연어낚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화뉴스] 공무원이자 어류 전문가 알프레드(이완 맥그리거 분)는 아랍의 무하메드 왕자(아므르 웨이크드 분)의 투자 컨설턴트 해리엇(에밀리 블런트 분)으로부터 예멘에 연어를 방생해 키우는 계획을 제안 받습니다. 알프레드는 터무니없는 계획에 반대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추락하는 내각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총리실 홍보 담당자 패트리샤(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는 강행시킵니다.

맨땅에 헤딩하기

폴 토데이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영화화한 2011년 작 '사막에서 연어낚시(원제 'Salmon Fishing in the Yemen')'는 은유적이며 철학적인 제목의 첫인상입니다. 하지만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실제로 예멘의 사막 한복판에 댐으로 물을 막고 영국에서 연어를 공수해 키우려는 시도를 묘사합니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입니다.

처음에는 무모하고 불가능한 계획으로 규정했던 알프레드는 무하메드 왕자의 강력한 의지에 서서히 감화되기 시작합니다. 아내와 권태기를 맞이한 알프레드는, 연인 로버트(톰 마이슨 분)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어 실종된 해리엇과 가까워집니다. 무하메드 왕자, 해리엇과의 관계 진전은 알프레드가 계획에 적극적으로 몸담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희극과 비극의 교차

'사막에서 연어낚시'의 가장 큰 매력은 희극과 비극의 교차입니다. 인생에 닥치는 여러 사건들은 희극과 비극의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사건 발생의 순간에는 그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희극과 비극, 행운과 불운을 절묘하게 교차시킵니다.

이를테면 사막에서 연어낚시 계획에 참가하기를 꺼렸던 알프레드는 등 떠밀리다시피 강제로 참여하지만 해리엇을 만나며 불행한 결혼 생활로부터 탈출구를 찾게 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을 사직하는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알프레드가 퇴근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다 돌연 거슬러 올라가는 부감 숏은 연어가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움직임에 빗댄 것으로 클라이맥스를 암시합니다. 남자친구 로버트의 실종으로 슬픔에 빠진 해리엇은 진지하면서도 속 깊은 알프레드로부터 위안을 얻습니다.

알프레드 왕자의 계획에 반대하는 테러 집단에 의해 연어낚시터는 쑥대밭이 되지만 희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알프레드는 망가진 계획의 부활을 주도할 것을 결심합니다. 극적 생환한 로버트와의 삼각관계도 종지부를 찍고 알프레드와 해리엇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에 앞서 로버트가 생환해 출현한 순간 알프레드가 손에 쥐고 있던 낚시 바늘로 인해 부상을 입는 장면은 사랑의 상처를 암시합니다.

인생에서 완벽한 희극은 드물며 비극에도 희극의 측면이 숨어 있음을 감안하면 희비극이 교차하는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의외로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결말은 동화적이기도 하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아 소박한 해피엔딩입니다.

무하메드, 지나치게 완벽한 캐릭터

코미디의 요소도 가미되었습니다. 정계와 언론의 추악함은 익살스럽게 묘사됩니다. 로버트의 생환을 내각 지지율 상승을 위한 극적 장치로 활용해 해리엇이 근무 중이며 장관이 방문 중인 예멘에 깜짝 등장시키는 패트리샤의 의도적 연출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불가능과 다를 바 없는 계획이지만 총리실의 압력이 가해지자 부하 직원 알프레드에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버나드(콘레스 힐 분)의 행태는 관료주의에 다름 아닙니다.

아쉬운 점은 무하메드 왕자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인물로 형상화된 것입니다. 거부인 무하메드 왕자가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추진하는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예상은 결국 무의미해집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사막에 거액을 들여 연어낚시를 가능하게 만들려는 이상주의는 물론 자금력까지 갖춘 완벽한 인물로 설정한 것은 설득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계획을 실제로 주도하는 것은 알프레드나 해리엇이 아니라 신념으로 똘똘 뭉쳐진 무하메드 왕자입니다. 진짜 주인공은 무하메드 왕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군사 작전 중 실종된 로버트의 생존을 해리엇의 출장지 예멘에서 밝히는 연출 또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아내나 약혼녀도 아닌 연인보다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에게 먼저 로버트의 생존을 알리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글] 아띠에터 이용선 artietor@mhns.co.kr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운영자. 영화+야구+건담의 전문 필자로 활약.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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