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수순
중증, 경증 구분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적용

출처: 연합뉴스TV 장애등급제 폐지

[문화뉴스 MHN 최윤진 기자] 제도 도입 31년 만에 장애등급제가 폐지 수순을 밟는다. 25일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게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적용되는 제도에서는 기존 1~6등급의 장애등급을 두 개로 재편한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기존 1~3등급)’과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기존 4~6등급)’으로 구분하게 된다. 

지난 1988년 도입된 장애등급제는 장애 유형과 그 정도에 따라 1~6등급으로 나눠 복지혜택을 지급했다. 기존의 장애등급제는 의학적 심사에만 기반해 실제 장애인의 개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관련 1호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2017년 12월 국회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장애인 개정안이 통과 되었으머, 이후 2018년 12월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새로운 제도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출처: 보건복지부 장애등급제 폐지

등급 구분을 위한 인정조사 대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를 통해 각 장애인들에게 맞춤형 복지를 지원한다. 조사원이 장애인의 복지 욕구, 생활 수준, 건강 상태 등으로 구성된 종합조사표를 가지고 장애인들과 상담을 진행한 후, 개인별 맞춤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종합조사는 활동지원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서비스 4가지 분야에 우선 적용된다. 박능후 장관은 “2020년에는 장애인 이동지원 분야(예: 특별교통수단)를, 2022년부터 소득 및 고용지원 분야(예: 장애인연금)는 서비스 특성에 맞는 종합조사를 추가 개발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현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종합조사 방식을 적용하면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월평균 지원시간이 현행 120시간에서 127시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연합뉴스 장애등급제 폐지

그러나 장애인단체는 이러한 제도 변화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종합조사를 적용하면 기존 등급제에 비해 장애인 활동지원급여(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장애인 25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조사표 기준’에 따른 온라인 모의평가 진행 결과를 발표했다. 모의평가에 따르면 34.4%(867명)가 지원시간이 현재 받는 활동보조 시간보다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나 역시 종합조사표로 모의평가를 해보니 지금보다 100시간이 더 줄어들더라”라며 “많은 장애인들이 활동보조 시간이 줄어드는 걸 불안해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되레 평균 7시간이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에는 한자협 소속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등 20여명이 오전 8시경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 동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위치한 서울 중구 사회보장위원회 사무실을 점거,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출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장애등급제 폐지

또한 장애인단체는 종합조사표가 장애인들을 유형 및 개인별로 갈라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유형별 특성에 맞는 평가항목과 매뉴얼 적용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윤민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낸 종합조사표 초안이 시각장애인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 4월 수정안을 냈다”며 “하지만 도리어 뇌병변 장애인에 대한 점수는 줄어들고, 발달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 점수만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를 살리려면 이에 걸맞는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이 확대되어야만 장애유형별로 고르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자별연대 소속 정다운 활동가는 “복지부의 종합조사표는 기획재정부가 준 ‘실링(Ceiling) 예산(정부 예산 한도액)’에 갇혀 있다”며 “장애인은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왜 장애인들끼리 싸우게 만드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김현준 국장은 “활동지원 관련 예산은 지난해 600억에서 올해는 42.5% 증가한 1조35억원이었고, 내년 예산은 1조2000여억원을 기재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애유형별로 다른 종합조사표 구성에 대해서는 실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과장은 “이번에 만든 종합조사표와 평가 매뉴얼은 2017년부터 11차례에 걸쳐 장애인 단체와 정부, 전문가가 모여 협의한 끝에 만들어낸 것”이라며 “지금 와서 또 다시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그 대신 시행 3개월 이내에 활동지원제도 관련 고시개정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1년 안에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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