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영화'에 질린 관객들에게 탈출구 같은 시원한 영화
임윤아 X 조정석의 미친 케미

엑시트 스틸컷

[문화뉴스 MHN 김나래 기자]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궈 줄 재난 영화가 있다. 심각한 분위기에 사람이 대거 죽고 어딘가에서 적이 나타나고 또 가슴을 울리는 신파가 있는 뻔한 재난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기본 바탕은 코믹인데 어딘가 모르게 짠내가 폭발한다. 기존의 재난 영화가 아닌 한국 대중들에게는 신선한 코믹 재난 영화 '엑시트'가 오는 31일 개봉한다.

 

엑시트 스틸컷

영화 '엑시트'는 대학교 산악 동아리 출신이지만 백수로 지내는 용남 (조정석)과 같은 동아리 후배 의주 (임윤아)가 용남의 어머니 칠순 잔치에서 만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칠순잔치가 끝나가는 중 알 수 없는 유독가스가 도심을 덮고 가스를 마신 누나 (김지영)를 보며 용남과 의주는 가족과 현장을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엑시트 스틸컷

이 영화는 기존의 재난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부산행'이나 '지오스톰'처럼 히어로나 지식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재난에 맞서는 게 아니라 재난을 피하는데 급하다. 건물을 건너갈 땐 체육관의 덤벨과 아령을 이용하고 건물을 올라갈 땐 미끄러움 방지 파우더 대신 분필을 바른다. 특히 유독가스가 몸에 닿지 않게 쓰레기봉투로 온몸을 감싼 장면은 어딘가 모르게 슈퍼 히어로 같은 느낌도 난다. 이 영화는 현실이라면 히어로는 없고, 일반인이 재난 상황에 닥쳤을 때 할 수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공감과 큰 웃음을 선사한다.

 

엑시트 스틸컷

이 영화의 큰 장점이라면 재난 영화에 꼭 나오는 신파가 없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뭉클한 장면이라면 용남이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인데, 이 다음 장면에서 금방 웃음으로 바뀐다. 주인공들 또한 본인들의 처지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짜증 내면서 할 거는 다 한다. 이런 모습들이 기존의 재난 영화와는 다른 엑시트만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엑시트 스틸컷

메가폰을 잡은 이상근 감독은 "사람들은 누구나 필살기 하나쯤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정받지 못하거나 작은 능력처럼 보일지라도 그런 능력이 적재적소에 발휘되는 순간이 온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 출신으로 평소에는 쓸모없는 능력이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지붕 위를 달리고 건물을 오른다. 하지만 멋있게가 아닌 어딘가 웃기고 짠내나게 움직인다. 이런 모습들을 보는 관객들은 최선을 다해 재난 현장을 벗어나려는 이 둘을 응원하게 된다.

취준생과 예식장 부점장으로 일하면서 불안한 현실 속에 사는 두 주인공이지만 재난 상황에선 가족과 이웃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이런 모습이 진정 우리네 삶 속의 '히어로'가 아닐까 싶다.

최근 한국 영화를 보면 남성 배우들이 주를 이루며 범죄, 액션에만 치우쳐진 일명 '어두운 세계'를 그리는데 급급했다. 영화 '엑시트'는 비슷한 내용의 '남성 영화'에 질린 관객들에게 탈출구 같은 시원한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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