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100여 명의 연극인이 한국공연예술센터를 항의 방문했다. ⓒ 서울연극협회

[문화뉴스] 일방적인 대관 심사 탈락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과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는 입장이 충돌했다.

1977년 시작해 내년 36회째를 맞는 서울연극제.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공연예술센터의 '2015년 정기 대관 공모 선정결과' 명단에서 '서울연극제'가 제외됐다.

'대한민국연극제'란 이름으로 1977년 시작한 이후, '서울연극제'는 아르코예술극장(옛 문화회관)을 중심으로 대학로 일대 공연장에서 개최됐다. 작품 경연과 기획 초청작 공연 등이 매해 열려왔고, 올해는 53개 작품이 공연됐다. 그러나 이 축제가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대관 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한편, 이번 공모에는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 197건이 신청됐고 71건이 선정됐다.

연극계는 즉각 반발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17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지난 18일 비대위는 탄압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서울연극제의 35년의 전통을 순식간에 말살하는 처사이며, 연극계와 문화시민들을 우롱하는 직권남용임에 다르지 않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아울러 "대관 심의절차와 심의위원, 서울연극제 대관 신청의 탈락 사유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재심의를 요구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감사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반 문화융성적 행정을 즉각 조사하라"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19일 비대위와 100여 명의 연극인이 한국공연예술센터를 항의 방문하여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유인화 센터장과 김의숙 공연운영부장을 통해 서울연극제의 대관 탈락 사유에 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견해를 들었다.

   
 

다음날,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기자 간담회를 열였다. "서울연극협회가 제출한 공연장 대관신청서(접수번호 kp1171~4)의 구성요건인 작품소개와 주요참여인력의 기재 미비로 인해 심의진행이 불가"했다며 "심의위원들은 심의 근거가 될만한 자료가 없는 단체에 대해 심의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행사의 공익성 문제도 주장했다. "특이사항으로 2014년 공동기획제작 연극 레미제라블(50대 연기자그룹, 로얄씨어터)은 2014년 정기대관공모에서 심의위원들 전원이 '공공극장에서 공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선정되지 않은 공연이었다"며 "공익성을 추구하는 극장대관의 목적에 적절치 않은 동일 작품을 '서울연극제' 프로그램으로 13회에 걸쳐 공동기획·제작으로 추가한 것은 '창작연극 개발에 주력하고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연극인들의 정신을 담아내고자'하는 '서울연극제'의 취지를 훼손하였다는 심의의견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올해 서울연극제가 무대에 올린 8개 작품 중 4개 작품이 재연 작품인 등 내용상의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으며,지난해와 올해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일부 작품은 유료 관객이 1%, 4%에 그쳤으며, 전체 유료관객 점유율도 평균에 못 미쳤다"며 이번 심사 탈락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21일, 비대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자간담회에 대한 반박 의견을 냈다. "대관신청서 작성 시 '서울연극제'는 참가작에 대한 공모, 심사 등을 진행하여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연극제 기간 명시(매년 4~5월 중 1개월)만을 하여 대관 신청을 해왔다"며 "차기 년도 대관 신청을 당해 연도에 진행하고 상호 간 예정된 심의의 신뢰와 공정성을 믿고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관계임을 고려할 때 해명 자체가 비논리적이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재연 작품 논란에 대해선 "공식참가작 공모자격에 분명히 '국내 창작극 우선 선정'과 '초연, 재연 모두 신청 가능'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번역 작품이 아닌 국내 창작극의 재연이 연극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어찌하여 '내용상의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유료 관객 점유율에 대해선 "'서울연극제'의 목적은 수준 높은 국내 창작극의 활성화를 통해 서울연극의 발전은 물론 한국연극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지 공연을 통한 수익사업이 궁극의 목적은 아니"라고 답했다.

24일, 비대위는 예술공간 SM에서 서울에서 활동하는 극단 대표자 회의를 열고 대관 탈락에 대한 경과보고, 앞으로 일정 논의, 질의응답 및 의견 수렴 등의 일정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범연극인/범시민 서명 운동, 작품 홍보 시 '서울연극제를 지켜주세요 35+1' 기재, '서울연극제지키기 100인의 릴레이 글' 진행을 비롯하여, 3차 공동 성명서 발표, 서울연극제 장례식 퍼포먼스 등을 함께 할 것을 결의했다. 그리고 비대위에서 '서울연극제 지키기 시민운동본부'로 명칭을 변경하며 '서울연극제 지키기 운동'을 점차 확대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