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12월의 추운 어느 날이지만 오늘은 밤새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창문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보고 싶다. 내가 살면서 잃게 된 사랑, 꿈,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지 잃고 난 뒤에 찾아오는 아쉬움과 후회를 어떻게 지나쳐 왔는지 한참 동안이나 생각나게 하는 하루였다. 제목을 잘못 지은 것일까? 너무 큰 기대를 해버린 것일까? 평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singin' in the rain(사랑은 비를 타고)를 꼽는다.

   
▲ 영화 'Singing in the rain'의 포스터.영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지만 제목만 듣고는 괜한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뒤늦게 이 영화에 빠지고 난 뒤 거의 일 년간 매일 영화를 다시 봤을 만큼 좋아했던 영화였기에 사실 그 영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지만 제목만 듣고는 괜한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일까 아니면 기대했던 것만큼 "비"가 갖는 의미나 비중이 거의 없어서일까. 비에 대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들은 행복한 사랑이야기보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더 끌린다.

영화도 음악도 해피엔딩보다는 슬픔에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를 선호하고 많은 사람 또한 이별 뒤에 좋았던 추억보다는 헤어지는 당시의 혹은 헤어지게 된 상황들이 남긴 아픈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기 마련이다. 죽음이 갈라 논 사랑은 더욱더 극단적이기에 그만큼 큰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죽어서 연인 곁에 남게 된 영혼과 인간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영화의 소재로 쓰였을 만큼 신비롭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사랑과 영혼" 과 같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그만큼 더 이루어졌으면 하는 사랑을 다들 안타까워하며 지켜봐 왔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 "지후"는 조르고 떼를 쓰고 애를 쓴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내 마음이 이렇다고 전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간절하다.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일까 쉽게 전해지지 못하는 감정이 더 쓰리다. 그동안 이런 극단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죽음이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서로 알아볼 수 없고 보거나 들을 수 없는 한계에서 오직 사랑이라는 진실 된 마음 하나로 관계를 천천히 회복한다는 점에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 공연장 전경. 사람들은 행복한 사랑이야기보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더 끌린다.

이 뮤지컬에서의 명장면이랄까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극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지후와 박하가 함께 맞이하는 아침의 모습일 것이다. 이승과 저승의 세계에 있는 두 존재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은 죽음보다도 더 싫고 사라지는 것보다 더 비참한 모습이다. 이런 극명한 대비의 장면은 오늘 필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고, 그만큼 비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줬으며 또 다시 비에 대한 아쉬운 감정으로 남게 되는 복잡한 감정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냈다.

짧은 내용 전개 동안 나이와 종을 거슬러 여러 유형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본인들의 경험이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본다면 공연 내내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의 적당한 반전과 신발이 갖는 의미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외국의 블록버스터급의 뮤지컬이나 유명한 뮤지컬들 사이에서 감동과 여운으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공연의 저력은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하기를 권한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김당당(김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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