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혼자 봤는데 민망할 정도로 펑펑 울었다. 노부부의 사랑을 보고 20대가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며 '다들 진정한 사랑을 바라고 있지 않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오늘의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이승기가 끝인사로 한 말이다.

다들 이렇게까지 흥행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의 진모영 감독조차 이런 스코어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혹자는 "대작의 틈바구니에서 손익분기점인 10만 명 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보란 듯이 비웃으며 당당하게 28일 '비긴 어게인'을 넘어서 역대 다양성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님아'는 개봉 전부터 흥행의 조짐을 보였었다. 지난 9월, 아시아 최대 다큐멘터리 축제인 '제6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두 차례 상영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관객상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개봉 전 가수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 11월호 '행복한 눈물'의 뮤직비디오로 '님아'의 주요 장면을 사용했다. 윤종신은 '행복한 눈물' 뮤직비디오 콘티를 구상하던 중 이 작품의 예고편을 접하고 이보다 더 노래의 느낌을 잘 표현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먼저 영화사 측에 제의해 뮤직비디오 제작을 하게 됐다.

또한, KBS2에선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인간극장'의 '백발의 연인' 편 재방송을 통해 두 부부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또한, 몇 차례 유료 시사회를 통해 SNS 등 여러 루트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명문화공장과 공동배급을 맡은 CGV 아트하우스의 배급력에 힘입어 상영관도 일반적인 다양성영화를 뛰어넘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대의 개봉관 수인 전국 156개 상영관으로 시작한 '님아'는 1주일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의 조짐을 보였다. 이 기록은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단 기간 10만 관객 관람으로 남겨졌다. 그리고 천만 관객을 지난 크리스마스에 돌파한 '인터스텔라',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할리우드 대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제치고 개봉 15일 만에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스크린 수가 806개까지 늘어나면서 18일 만에 '님아'는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계에선 영화 개봉 주보다 2주차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일컫는 은어로 '개싸라기 흥행'이 있는데, '님아'가 그 주인공에 오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후 승승장구한 '님아'는 '국제시장', '호빗: 다섯 군대 전투', '기술자들' 등 국내외 블록버스터들과 한판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개봉 2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개봉 29일인 크리스마스에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009년 '워낭소리'의 흥행기록인 293만 관객을 넘어서며 이룬 쾌거였다. 그리고 지난 주말인 28일, 지난 여름 영화계와 음악계에 'Lost Stars' 신드롬을 만들었던 '비긴 어게인'의 340만 기록을 넘어서며 355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젠 '님아'가 만드는 기록이 한국 다양성영화사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 흥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 중 하나는 예매 분포를 보면 알 수 있다. 29일 기준 '님아'의 스크린 배급 비율이 가장 높은 CGV의 예매 분포를 보면 성별로 남자 34.3%, 여자 65.7%로 여성 예매 비율이 높다. 여기에 연령별 예매 분포를 보면 20대가 48.9%로 거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고, 30대 27%, 40대 18.1% 순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76년을 동고동락한 노부부의 사연이 20대에게 적중한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정다감한 낭만주의자 조병만 할아버지는 장난을 좋아하는 98살의 '소년'이다. 할머니에게 물을 뿌리는 것은 다반사일 정도로 장난기가 많은 할아버지다. 그러나 화장실에 혼자 가길 두려워하는 할머니를 위해 함께 화장실을 가는 것은 물론이고 밖에서 노래까지 불러주는 자상한 남편의 면모도 보인다.

89세 '소녀' 강계열 할머니 역시 자신을 향해 늘 짓궂은 장난을 치는 할아버지에게 똑같이 귀엽게 복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할아버지를 향한 할머니의 지고지순한 애정은 이들의 '황혼 로맨스'를 더욱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20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150만 관객을 동원할 무렵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진모영 감독은 "저분들이 보여주실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것들이 정말 큰데 이것을 그냥 지나가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출발했다"며 "우리가 이 시대의 부부·연인으로 살 때 저 두 분의 모습을 보면 사랑에 대한 큰 이야기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작품 제작 의도를 밝혔다.

또 그는 "시골에 나이 드신 부모님도 계실 것이고, 당신들의 사랑에 아쉬운 점도 있기 때문에 중년 세대분들의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요즘 20대가 지금 부모님과 그 윗대의 부모님도 모시고 있는 상황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들의 사랑 주기는 굉장히 짧다"는 것에 있었다. 그는 "최근 20대들은 사랑하는 과정에서 밀당하고 썸타는 것도 힘들다"며 "자기들도 순수한 사랑과 완전한 사랑, 누군가를 만나 영원히 만나는 것에 동경하는 점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갈증을 이 작품을 통해 해소"했다는 것이다.
 

   
▲ 진모영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감독(오른쪽)과 한경수 프로듀서(왼쪽)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이 성공하게 된 이유는 첫 번째로 노인들의 사랑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 두 번째로 이런 노부부의 실제 이야기가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따뜻한 정서를 찾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 끝으로 한 연령대만을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티켓 파워 분포가 현재 가장 높은 20대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끝으로 '님아' 자체의 작품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진모영 감독은 확실하게 관찰자 입장에서 노부부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 작품을 위해서 연출된 상황이 아닌 실제 노부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도 칭찬받을 수 있다. 여기에 내레이션이 없이 다큐멘터리 전개를 한다는 것이 어려운 데, '님아'는 인물들의 대화만으로 일반 극영화의 내러티브를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마무리 장면에서 롱테이크로 고정된 샷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연출로 기억될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