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관악극회의 김동식 작 · 정한룡 연출의 유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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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金東植)은 일제시대 작품 활동을 벌인 희곡작가다.

일본은 1941년 태평양 전쟁을 도발하면서 식민지 한국에 대해 무자비한 희생을 강요한다. 한국인들의 성씨를 모두 일본식으로 개칭하게 하고, 한국어와 한글을 일체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힘을 전쟁에 투입한다.

이 시기 한국문학은 일본어로 만든 친일적인 <국민문학>의 창간(1941), 친일 문학 단체인 조선 문인 보국회의 결성(1943) 등으로 이어지는 강제된 친일문학운동에 빠져들면서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암흑기 속에서도 근대극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운 연극운동도 일어난다. 도쿄[東京] 유학생을 중심으로 토월회(1923)와 같은 극단이 조직되었으며, 조명희의 희곡 〈파사〉(1923), 김우진의 희곡 <산돼지>(1926) 등이 발표되어 극문학의 발전도 가능하게 된다. 계급연극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이동소극장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 공연이 이루어졌으며, 특히 신건설사와 같은 전문적인 계급연극 극단이 결성되어 계급연극의 대중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와 함께 송영의 희곡 <일체 면회 거절하라>·<황금산> 등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1930년대에는 극예술연구회(1931)의 창립과 함께 수준 높은 번역극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창작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극문학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유치진의 경우에는 〈토막〉 등의 문제작을 내놓으면서 사실주의적 연극의 새로운 성과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희곡은 일제 강점기 이래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일부 희곡작가들은 일제 강점기의 삶과 항일 투쟁을 작품으로 구성하는데 주력했다. 유치진의 '조국', '원술랑', 오영진의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김동식의 '유민가', 김영수의 '혈맥', 함세덕의 '고목', 이광래의 '독립군', 시나리오로 윤봉춘의 '유관순' 등이 있다.

<유민가(流民街)>는 1949년에 희곡문학에 실린 김동식(金東植)의 희곡이다. 일제치하에서 좀 더 낳은 삶을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동쪽 빈민가한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막노동을 마다 않고 사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다. 대부분 허름하고 낡은 집에 세를 들어 사니, 생활이 구차한 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월세를 받으러 온 사람에게 사정을 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홀로 된 아버지와 아들 셋이 한집에 살고, 큰아들은 장가를 갔지만, 연극의 도입에 형사에게 끌려가 감옥살이 신세가 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큰아들의 처가 살림을 도맡아 한다. 둘째는 형 대신 집안 기둥노릇을 하고, 셋째도 공장에 나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지만, 셋째는 견디다 못해 극의 후반부에 일본인의 양자로 들어간다. 이웃에 사는 노인들이 이 집에 모여들어 아버지와 말로나마 한풀이를 하고, 노인 중에는 아편으로 어려움을 잊으려는 인물도 있어, 아버지는 이 노인의 권에 이끌려 아편을 가까이하게 되고, 종당에는 아편중독에 이르게 된다.

연극에서 빠질 수 없는 동포 청춘남녀의 사랑이 전개가 되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사랑을 버리고, 경제력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니, 젊은 처녀의 애통 절통해 하는 모습이 한때 그려지기도 하지만, 경제적 시름을 덜은 후,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그 여인의 모습에서,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편 중독자가 된 아버지는 아편을 끊어보려 하지만 몸이 이미 말을 안 듣기에 결국 며느리에게 아편 값을 얻어 아편굴로 향한다. 둘째 아들은 이웃 처녀와 사랑을 하지만, 결혼을 생각할 엄두도 못 낼 현실, 그리고 아버지의 아편중독으로 절망감에 빠져, 평소 안 하던 술을 친구들과 마시고 크게 취해 나둥그러진다. 아버지는 자신의 의지로 아편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엄동설한에 전봇대를 끓어 안고 버티다 기절을 한 것을 동네사람이 데려온다. 아버지는 깨어나, 며느리에게 얻어간 돈을 꺼내 보이며, 돈을 쓰지 않았노라고 며느리에게 되돌려주는 모습에서 객석은 눈물과 감동의 공간이 된다.

한편, 아버지에게 아편을 권하던 노인은 유서를 남기고 호수에 빠져 자살을 한다. 유서는 이 집 둘째 아들에게 딸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대단원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죽으나 사나 고국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살자는 의지를 내보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기둥과 널판조각으로 된 허름한 집 한 채와 조그만 쪽마루 그리고 주변의 역시 널판으로 된 구름다리 형의 등·퇴장로, 의자와 화분대 등이 전부다. 그러나 무대 전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인다. 방 입구에 전등이 있어, 출연자가 직접 켜고 끈다.

 이순재, 이수찬, 허광영, 박재민, 김동영, 홍승오, 김은혜, 정창옥, 황현주, 김인수, 전준범, 서은영, 나호숙, 김일호, 윤정금, 강규현, 류근욱, 고근섭, 이인석, 이석문, 설경수, 손준혁, 박정민, 김하은, 김정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 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도입부터 공연에 몰입을 시키고, 대단원에서 메가톤급 감동을 선사한다.

제작총괄 윤완석, 제작책임 나호숙 김일호 김인수 설경수 천승욱 김동범, 제작기획 김은자 이현숙 박경일, 기획보 백영호 황윤아, 조연출 최선영 차주영, 무대감독 문원섭, 무대디자인 남경식, 무대자문 윤정섭, 무대제작 에스 스테이지 이윤중, 조명디자인 조철민, 조명팀 이승희 오정훈 김두리 김지형, 저명오퍼 윤아르나, 음악 이태원, 음향오퍼 김예슬, 분장디자인 지병국, 분장 헤어 관가은 채영주, 의상 강기정, 의상보 백현철 곽정화, 프로덕션 기록사진 윤준섭, 사진 그래픽 디자인 김 솔, 홍보마케팅 오진화, 진행 전영희 이조행 방혜란, 기획 케이 아트 플래닛 등 제작진과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극단 관악극회의 김동식 작, 정한룡 연출의 <유민가>를, 뛰어난 출력이 감지되고, 누구나 관람해도 박수 받을 역사극이자, 한 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극단 관악극회의 김동식 작 정한룡 연출의 유민가
- 공연기간 2015년 1월 9일~18일
- 공연장소 서강대 메리홀
- 관람 일시 1월 10일 오후 3시

[글] 박정기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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