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3일부터 3월 5일까지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하카나'가 2일 프레스콜을 통해 작품 초반부를 공개했다.

요코우치 켄스케가 쓴 작품을 김영록 프로듀서와 극단 시월이 만들어낸 연극 '하카나'는 2010년 초연, 2012년 재연을 거쳐 2017년 오랜만에 삼연에 오른다. 

연극 '하카나'는 노름의 여신에게 총애받는 천하의 노름꾼 '스즈지로'가 적귀에게 돈 대신 절세미인 '하카나'를 얻게 되며 벌어진 일을 다뤘다.

이날 벌어진 하이라이트 시연에는 노름을 통해 하카나를 얻게 되는 스즈지로의 모습, 이후 하카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스즈지로가 사이코히메의 질투를 받아 묘해와의 내기에서 패배해 하카나를 넘겨주는 장면이 선보였다.

   
 

스즈지로는 도박과 여자를 좋아하고 매춘을 하는 저속한 모습으로 주연인데도 악역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이에 스즈지로 역의 김장동 배우는 "하카나를 소유물로 대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이후 하카나와의 인간적인 교감을 통해 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미니멀리즘한 요즘 추세와 달리 소극장 작품답지 않게 화려한 조명과 의상이 돋보이는 하이라이트 시연이 이어진 후 김영록 연출과 함께 스즈지로 역 김장동, 하카나 역 서혜림, 적귀 역 진영선, 묘해 역 김영찬, 사이코히메 역 선정화, 조로마사 역 서동석, 미키마츠 역 황원, 청귀 역 김병철이 참여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 앉은 순서대로 좌측부터 김영록 연출, 스즈지로 역 김장동, 하카나 역 서혜림, 적귀 역 진영선, 묘해 역 김영찬, 사이코히메 역 선정화, 조로마사 역 서동석, 미키마츠 역 황원, 청귀 역 김병철

캐릭터가 모두 독특하다. 극 중 캐릭터와 평소 모습이 비슷한 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ㄴ 김장동 : 저는 '스즈지로'와 비슷한 면이 있는 편이다. 평소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무대에서는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것 같다.

ㄴ 서동석: 다른 분들이 많이 오해를 하시는데 저는 '조로마사'와 정반대로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한다. 옛날에는 비즈공예도 했었다(웃음).

   
 

캐릭터 특성상 어린 아이부터 성인의 연기까지 어려운 난이도의 연기를 한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낀 소감이 있다면?

ㄴ 서혜림: 2011년에도 '하카나' 공연을 했었다. 그 당시 아이의 영혼이 들어간 부분이 제가 가진 캐릭터와 맞았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했었다. 지금은 조금 나이를 먹다 보니 성인이 된 '하카나'가 느끼는 '스즈지로'에 대한 마음이나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마음이 더 와 닿으면서 그때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하카나'라는 역할이 처음에는 어리고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선물 같지만, 끊임없이 스즈지로를 시험하는 모습이 있다. 남자의 입장에서 하카나를 어떤 시각으로 봤는가.

ㄴ 김장동: 배우의 입장에서 본다면 연기로 나타난 부분이 맞을 것 같다. 한 사람으로서 남자의 입장에서 '하카나'를 본다면 아주 간단하다. 저는 사람이고 '하카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영혼이 들어가서 100일 후에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부분에 가장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분히 소유물로만 생각했던 이 괴물을 사람처럼 느끼는 순간이 온다. 이런 것을 통해 사람이 아닌, 내 주위에 있는 아주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김영록 연출이 생각하는 '하카나'의 매력은 무엇인가.

ㄴ 김영록 연출: 연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형태도 있고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캐릭터가 강하다. 저는 그런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 작품을 처음 골랐을 때 '스즈지로' 자체가 나였다.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선배들이 "사람이 되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교육적으로 살거나 형식적인 예의를 갖춰 산다. 여기에 '하카나'라는 인물을 던져주면서 영혼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저도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참 화려했다.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는가.

ㄴ 김영록 연출: 제일 신경 쓴 것은 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의상이나 무대나 음악이나 좋은 전문가들을 만나서 좋은 작품이 짜여졌다. 제일 신경 쓴 것은 제 영혼이었던 것 같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ㄴ 김장동: '스즈지로'는 쓰레기인데 홀로인 쓰레기다. 친구들과 쓰레기같이 지낼 수는 있지만 혼자 쓰레기 짓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고 그게 힘들었던 것 같다. 저는 결혼한 사람인데 혼자 시간을 보내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ㄴ 서혜림: 때 묻지 않은 맑은 영혼을 표현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굉장히 많이 뛰어다니고 '스즈지로'가 '하카나'를 내던지기도 한다. '하카나'가 어린아이로 표현이 되는데 그때 표정이나 움직임에 많은 신경을 썼다.

ㄴ 진영선: '적귀'라는 캐릭터는 인간 세상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도깨비다. 그러면서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것들을 대사가 아닌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ㄴ 김영찬: 겉으로 보기에는 약간 '사짜'가 낀 땡중 역할인데 마음속으로는 사람과 정을 가지고 있는 인자한 스님의 모습도 갖고 있다. 제가 실질적으로는 유머스럽지 못하고 '사짜'가 있지도 않아서 이 역할을 하면서 상당히 힘들었다.

ㄴ 선정화: 저는 말 한마디 없이 방울과 사투를 벌이는데 방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말이 없다 보니 동작 같은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것들이 잘 전달됐는지 걱정된다.

ㄴ 서동석: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외모와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성격에 악역을 맡아서 아직까지는 힘든 것 같다.

ㄴ 황원: 저도 힘든 부분이 참 많았다. 몸이 뻣뻣한데 여성의 태를 흉내 내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그래서 한국 무용 등의 영상을 보며 도움을 받았다. 또 선정화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그나마 나아진 것 같다.

ㄴ 김병철: 저는 이 작품에서 캐릭터라기보다는 이야기를 열어주는 사람이다. 이야기가 잘 열릴 수 있도록 관객들과 소통을 하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미키마츠'가 신고 있는 빨간 양파망 스타킹은 어디서 샀는가(웃음).

ㄴ 황원: 그냥 망사 스타킹이다(웃음). 양파망은 아니고 색깔이 빨강이라 그렇다. 의상 선생님이 따로 알고 계시다.

   
 

'스즈지로'와 '하카나'는 한 사람은 인간이고 한 사람은 인간이 아니었다. 후반에 절절하게 서로를 아껴주는 감정을 전하는데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ㄴ 김장동: 그 관심이 사랑의 시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스즈지로'가 '하카나'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그것을 질투한 '사이코히메'의 방울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스즈지로'는 당연히 다시 거렁뱅이가 될 것이고 그 순간 '하카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스토리가 이어진다. 공연에는 너무 놀랄만한 스토리가 숨어있기 때문에 오늘 다 못 보여드려서 너무 아쉽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격려 한마디 부탁한다.

ㄴ 김병철: 지금 시국이 시국이지만 많은 분들이 관람해주셨으면 좋겠다. '시월'이라는 극단이 참여를 하게 됐는데 처음 참여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저도 대학로에 10여 년 있으면서 처음 왔을 때의 느낌도 들고 처음 하는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즐겁다.

ㄴ 황원: 저도 많은 도움을 받고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한다.

ㄴ 서동석: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모두 배우가 안전하게, 아무 탈 없이 잘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ㄴ 선정화: 연극은 '치유'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배우들이 연극무대에서 스스로 치유되기도 하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라 상황도 많이 어지럽고 살기 팍팍한데 연극으로 기운 받아가셨으면 좋겠고 공연도 대박 났으면 좋겠다.

ㄴ 김영찬: 어떻게 하다 보니 제가 출연진 중에 제일 선배가 되어있다. 여러 극단에서 공연을 하면서 느낀 건데 이번 '하카나'를 준비한 '시월' 극단 배우들처럼 열정적이고 성실한 젊은 배우들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믿고 보실 수 있는 '하카나'가 되겠다.

ㄴ 진영선: '하카나'는 2월 3일부터 3월 5일까지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한다. 오늘 다 보지 못한 부분 한 번 더 재미있게 관람해주셨으면 하고 마음 따뜻하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ㄴ 서혜림: 제가 아름다운 공연에 아름다운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 연습실에서 추운 겨울날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연습했다. 내일부터 공연이 시작되는데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우리가 가진 영혼에 대한 이야기다. 가슴 따뜻하게 보고 가실 수 있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한다.

ㄴ 김장동: 매 공연 마지막 공연처럼 열심히 준비하겠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ㄴ 김영록 연출: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이 작품은 마지막에 큰 반전이 있다. 요즘 시국도 어렵고 여러분도 어렵고 저도 어려운데 우리 인생에 큰 반전이 또 한 번 있을 것이다.

   
 

[글] 문화뉴스 김수미 인턴기자 monkey@mhns.co.kr

[편집]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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