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다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불륜'이라는 소재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진실한 인간의 갈등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랑'에 대한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 공연 중이다.

예술의전당과 이다엔터테인먼트가 공동기획하는 연극 '멜로드라마'가 2월 15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국내 최고의 창작자로 손꼽히는 장유정 연출의 연극 데뷔작인 '멜로드라마'는 지난 2007년 초연 공연된 이래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멜로드라마' 속 가장 보편적으로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얽힌 관계는 통상 사회적인 '규범'을 깨버리는 '금기'와도 같다. 하지만 그 '금기'에 다가서 있는 인물들은 계산적이거나 비열하지 않다. '멜로드라마'의 진정성이 발휘되는 지점은 바로 그곳이다. 우리가 통상 '금기'와 연결되어 예측하는 뻔한 감정의 연속성은 '멜로드라마'엔 없다. 다만 등장인물 모두에 대한 동질감을 유발한다.
 

   
▲ ⓒ 이다 엔터테인먼트

연극 데뷔작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장유정 연출은 여전히 섬세하고 시대에 유연하다. '푸르른 날에', '상사몽'의 극적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던 이윤수 무대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구윤영 조명 디자이너, 조윤형 소품 디자이너, 조혜정 의상디자이너 등 국내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프로덕션에 참여한다.

장유정 연출의 작품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그날들'로 이어지기까지, 그의 극 속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악인'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것은 곧 하나의 캐릭터가 전체를 흔들어 대는 전형적인 과정이 아니라 객석의 관객들 모두가 무대 위 배우 하나하나에 대한 이입이 가능해지도록 한다.

이것은 비단 이야기의 구조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극 중 '강서경'은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에 자기 일에 자신감을 느끼고 사는 당당한 전문직 여성이지만 일에 매여 결혼도, 사랑도 그저 자신의 생활 일부처럼 여기던 삶에 찾아온 '재현'에게 강렬한 이끌림을 느낀다.

'박재현' 또한 그렇다. 죽음을 목전에 둔 자신에게 오빠의 심장을 이식해 준 '안소이'와 결혼을 앞둔 그는 좀처럼 '소이'에게 끌리지 않던 마음이 '서경'을 만나게 되면서 둘의 살얼음 같은 만남이 시작된다. '강서경'의 남편인 '김찬일'은 무료한 결혼 생활과 특별할 일 없는 직장에 다니던 중 사고로 인해 지능이 낮아진 '박미현'과 만나게 되면서 그에게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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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에서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불륜'이라는 관계에 있을 법한 날 선 캐릭터들은 없다. 다만 본능이 이끄는 데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겁이 나는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들이 무대 위에 있다. 그들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비난받을 '악인' 대신에 사랑의 약속이 중요한지, 이끌리는 사랑의 열정에 따라야 하는지에 고민하는 그저 우리 같은 인간이 있을 뿐이다.

박원상, 배해선, 홍은희, 최대훈, 조강현, 박성훈, 전경수, 김나미, 박민정 등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인 '멜로드라마'는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월요일 공연은 없으며,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엔 오후 8시, 수요일엔 오후 3시와 8시, 토요일엔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엔 7시에 시작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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