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사하는 판타지 어드벤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작품성과 의미를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고 나누기 위해 소설가 김영하 작가와 매거진M 장성란 기자가 나섰다.

지난 29일 CGV 영등포에서 진행된 감성 무비토크는 문학과 영화 분야 전문가들의 만남으로 네티즌들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모든 자리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만큼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먼저, 장성란 기자는 "몇 번이나 다시 본 작품이고 이번 기회에 극장에서 또 한 번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운을 뗐고 김영하 작가는 "나 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세 번이나 봤다. 내 인생 가장 많이 본 애니메이션"이라며 무비토크의 포문을 열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결국 치히로라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다"라는 장성란 기자의 말에 김영하 작가는 "그렇다. 진정한 성장은 부모에게 실망하면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어릴 적 버스를 탈 때 나이를 속이고 타라는 어머니에게 실망했다"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답을 시작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어, 그는 "치히로는 탐욕스러운 부모에게 실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결국 부모를 구해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진정한 성장을 그린 영화다"라고 전했다.

장성란 기자는 "영화를 보면서 사회 초년병 때의 감정을 느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밥을 먹을 수 없는 작품 속 세계와 노동의 대가를 거절하는 센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며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노동과 대가에 대해 메시지를 언급하기도. 이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노동을 하면서도 끝까지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다. 그것을 지켜야만 인간답게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노동하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대가는 거절할 줄 아는 센의 모습이 그중 하나다. 영화를 통해 탐욕과 탐식을 이겨내고 얼굴 없는 요괴, 가오나시를 품는 것에 가치를 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간관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김영하 작가(왼쪽)와 장성란 기자(오른쪽)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무비토크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장성란 기자는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 현실 세계로 갈 수 없다는 설정 자체가 영화의 주제와 동일선에 있는 것 같다"며 이름과 관련된 영화 속 설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영하 작가는 "사회로 나오면 이름부터 빼앗긴다. 훈련병이나 교도소의 수형자가 그렇듯 어떤 계급이나 직책으로 불린다. 최근 이슈였던 '백화점 주차장 모녀'에게 주차 아르바이트생은 이름이 있는 인격체가 아니라 단지 계급으로 분류된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 이 사회에서 이름의 가치를 간직하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남을 대하는 태도의 품격과 예의 등이 그것"이라는 소신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관객 반응 또한 뜨거웠다. 영화의 음악, 캐릭터 등에 대해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객들의 열정적인 질문공세가 펼쳐졌으며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는 열린 소통의 장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김영하 작가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해 "20년, 30년 뒤에도 사랑받는 작품일 것이고, 앞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명작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길 바란다"는 추천 평과 함께 무비토크를 마쳤다.

한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오는 5일 재개봉해 팬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줄 예정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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