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여러 아티스트들이 음악하는 '개인'으로서 던진 메세지들이 빛났던 14회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이 2월 28일 오후 7시 구로 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소란'의 고영배

이날 시상식에선 총 3개 분야, 24개 부문에서 시상이 이루어졌다. 사싱식 사회는 밴드 '소란'의 멤버 고영배가 맡았다.

   
 ▲'더 모노톤즈'의 축하공연

시상식의 시작은 밴드 ' 더 모노톤즈'의 축하공연으로 꾸며졌다. '더 모노톤즈'는 앞서 2016년 제 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했다. '더 모노톤즈'의 멤버 '훈조'는 "작년 시상식을 생각하면 박수를 굉장히 많이 쳤던 기억이 난다. 오늘 축제의 장에 모인 여러분들이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 응원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며 시상식의 문을 열었다.

   
▲ 선정위원 강일권

한편 최우수 알앤비 소울 노래의 시상자였던 강일권 선정위원은 "언젠가부터 '미디어가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상을 주고, 신경을 돌리는데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끄러운 시국에도 음악에 집중해 멋진 음악을 만들어 준 아티스트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 수상자 '지바노프'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 수상의 영예는 '지바노프'에게 돌아갔다. 수상곡인 '삼선동 사거리'에 대해서는, 현대적인 작법과 전통적인 노스탤지어의 작법이 조화를 이룬 곡이라고 평가됐다.

최우수 재즈 앤 크로스 오버 음반 부문에서는 두번째 달의 판소리 춘향가가 수상했다. 그들은 "10년 만에 앨범도 발표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기쁘다. 국악에 대해 잘 모르고 접근을 했다. 많은 선배님들이 닦아놓은 길에 숟가락만 얹었다고 생각한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수상자 뮤지션 이랑이 트로피를 경매에 부치고있다.

제 14회 한국대중음악상의 하이라이트는 '이랑'의 수상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랑은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에서 '신의 놀이'로 수상했다. 선정위원 정병욱은 이랑의 '신의 놀이'에 대해 "2016년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내밀한 일상의 노랫말이 날카로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이 노래가 증명해준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이랑은 "어렵게 아티스트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뭘 많이 내니까 돈이 많은 줄 아는데, 1월에는 42만원, 2월에는 96만원 벌었다"며 "제 친구가 돈, 명예, 재미 이 세 가지 중에 두 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는 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국대중음악상은 충족이 안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명예는 충족이 된다. 그런데 상금이 없고, 재미도 없다. 그러니 이 트로피를 경매에 부치도록 하겠다"라며 즉석에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쳤다.

이어 "내 방 월세가 50만원이니, 5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트로피는 현장에서 50만원에 팔렸고 이랑은 객석에 있던 모든 아티스트들,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자신은 별로 재미가 없다며 홀연히 무대를 떠났다.

   
▲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수상자 '이랑'

사실 이랑의 수상 에피소드를 퍼포먼스라고 이름 붙여야할지 잘 모르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티스트와 가난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이랑은 2016년 '신의 놀이'를 발매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신의 놀이'는 앨범과 책이 결합된 형태로 출간되기도 했으며 일본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또 최근 이랑은 만화 '혼자를 기르는 법'의 작가 김정연과 함께 토크 콘서트 형식의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주체적으로 많은 예술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들. 어쩌면 그들이 예술보다 더 자주 마주하는 것은 실감하는 '가난'일지 모른다.

   
▲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 전년도 수상자인 김사월이 시상하고 있다.

한편 최우스 포크 음반 부문에서는 이민휘의 '빌린 입'이 수상했다. 선정위원 최지선은 " 당돌하고도 진중한 이랑의 음반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민휘의 '빌린 입'은 낯설지만 아름다운 성취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만의 비유와 상징으로 직조되어 있는 가사는 신선한 통찰을 선사해 준다"고 전했다. 시상은 전년도 수상자인 김사월이 맡았다.

   
▲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 수상자 '키라라'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부문에서는 키라라의 'moves'가 수상했다. 그는 "알바하면서 만든 곡이다. 혼자 작업실도 없이 노트북 하나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만든 노래들인데, 이렇게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받으면 안되는데"라고 전했다. 이어 "우선 노트북을 사주신 엄마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친구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마무리 했다.

   
▲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 수상자 '9와 숫자들'

한편 최우수 모던 록 노래 부문에서는 9와 숫자들의 '엘리스의 섬'이 수상했다. 드러머 유병덕은 "더 많은 여성 뮤지션과 여성 평론가가 주목받길 원한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어 보컬 송재경은 "세 번째 정규앨범을 냈고 세 번째 수상했다. 그래서 오늘은 잘아 좀 하고 싶다. 그만큼 열심히하고있다. 특히 이번 앨범은 고독과 연대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위안만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들리길 바랐다.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 최우수 록 음반 부문 수상 팀 'ABTB'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을 수상한 팀은 티아라를 쓸 수 있는 영광을 안게 된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전통이다. 이날 티아라의 영예는 ABTB에게 돌아갔다. 선정위원 박병윤은 "클래식한 고전 하드록에서부터 메탈을 경유해 그런지 록에까지 이른 개별 곡들의 성향은 제각각 다양하지만, 음반 자체의 응집력은 출중하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재즈보컬리스트 '이부영'의 축하공연

이어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전년도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음반 부문 수상자인 이부영, 전년도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 수상자인 서사무엘, 전년도 올해의 음반, 최우수 랩&힙합 음반 부문 수상자인 이센스의 공연도 이어졌다.

   
 ▲ 뮤지션 '서사무엘'의 축하공연

2017년 제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여느 시상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모두 꾸밈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빛냈다. 축하공연을 보며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고,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 덕분에 시상식은 내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또한 이날 시상식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음악하는 '개인'들의 이야기였다. 바다 건너 열리는 어느 성대한 시상식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환경을 걱정한다. 그리고 어느 시상식에서는 아티스트 자신의 생계에 대해,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자살에 대해, 내 방 월세와 아르바이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결단코 전자와 후자를 한번 비교해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후자의 경우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 볼 필요 또한 없다

다만 우리가 그들을 보며 생각해야 할 것은, 전자와 후자의 간극. 그리고 그 간극의 원인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들도 우리도 모두 '개인'이기에.

[글·사진] 문화뉴스 박소연 기자 soyeon0213@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