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기사에서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본 적이 있다. 회사를 선택할 때 복지와 연봉 중 어떤것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이었는데 과반수 이상이 복지를 선택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회사의 선택기준이 대부분 높은 연봉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의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YOLO', '워라밸' 등의 단어가 낯설지 않은 개념이 되었고 지난 2018년 처음 시작된 주52시간제도(300명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 대상 주 최대 근로시간이 법정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된 정책) 역시 이제는 근로자들의 기본 권리로 자리잡게 되었다. 성공보다는 성장, 행복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개인의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공연계 역시 주52시간제의 도입 이후 큰 변화가 생겨났다. 가장 큰 변화는 대극장, 국립극장들을 중심으로 공연의 불문율로 여겨졌던 ‘평일 8시’ 공연이 30분 당겨진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의 대극장은 물론 국립극장까지 올해부터는 공연 시작 시간 원칙이 7시30분으로 변경되었다. 물론 공연장들의 선택에 따라 8시 공연을 유지하는 곳들도 존재한다. 또한 '마티네'로 불리는 평일 낮공연이 16시 공연까지 한정되는 등 낮공연들도 활성화 되었다. 인터파크티켓에 의하면 주52시간제 시행 1년이 지난 2019년 기준 평일 낮 공연 관객이 전년 43만명에서 52만5천명으로 약 십만명 가까이 증가하며 2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 저녁시간의 보장 등의 인식이 강해지는 만큼 주52시간제의 본격적인 시행과 함께 구매력 있는 직장인들의 저녁 있는 삶이 공연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정책 도입 초반만 해도 공연업계와 관객 모두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8시 공연에 대한 인식이 워낙 강하기도 했지만 정책이 시행되고 안정화되기 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관객들도 퇴근 후 부랴부랴 공연시간을 맞춰 와야 하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현장 직원들 역시 변화된 상황으로 인한 업무 차질들이 발생했다. 거기다 공연 업계 역시 현장근무팀은 물론 무대 기술팀 등의 인력들의 충원과 근무 시간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발생했다. 이로인해 충무아트센터의 노동 조합이 주 52시간 근무에 대비하기 위한 인원 확충을 요구하며 오랜 시간 노동쟁의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에 300명 이상 사업장, 공공기관이 대상이었다면 내년 7월부터는 소규모 공연기획사, 제작사들에게도 적용된다. 공연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고 있고 인건비, 제작비는 계속해서 늘어가는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해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지수다.

 

어느덧 52시간제 도입이 2년을 넘어서며 안정세에 들어섰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존재했다고는 하지만 분명 주 52시간제의 도입 이후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문턱이 낮아진것은 사실이다. 내년부터 소규모 공연기획사들에게까지 정책 적용이 도입되면 또 다시 불협화음이 생겨 날 수 있다. 하지만 겪어야 할 성장통으로 여기며 관객들과 공연업계 종사자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서 기본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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