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연극, 뮤지컬계에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출연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예전에는 어떤 그룹의 누가 출연한다는 뉴스 만으로도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석 매진을 기록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에 공연기획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우리 공연에 출연시킬 수 있는 아이돌 배우를 찾는데 혈안이 되기도 했었다.

TV에서 볼 수 있었던 아이돌 배우를 무대위에서 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대 아이돌 S.E.S의 바다와 핑클 옥주현이 뮤지컬 시장에서도 그 시작을 끊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공연 시장은 특정 마니아층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기존 공연 팬들 입장에서는 유명세를 갖고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 아이돌 가수들이 달갑지 않았다. 아무리 가수로서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이들이라도 뮤지컬 시작 초반만 해도 어색한 연기력이나 미처 완성되지 못한 발성 등으로 뮤지컬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이들을 떠올리면 아이돌 가수 보다는 뮤지컬 배우가 먼저 떠오를 만큼 자신만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케이스다.

 

사진= 뮤지컬 '엘리자벳'의 김준수, 옥주현

그 후 수 많은 그룹의 메인보컬을 자처하는 멤버들의 뮤지컬 출연 소식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한 동안 공연 흥행의 성패는 아이돌의 출연 여부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JYJ의 김준수는 뮤지컬 ‘모차르트!’와 ‘엘리자벳’등을 통해 기성 배우들을 능가하는 티켓파워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많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연극, 뮤지컬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실력 만으로 뮤지컬 시장에서 살아남아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의 경우 꾸준한 티켓파워와 홍보 효과로 공연기획자들의 끊임 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0년 이후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출연이 붐이었다면 2021년 현재는 앞서 말했듯 아이돌 배우들의 출연 뉴스가 과거에 비해 뜨겁지 않다. 실제로 아이돌 가수들의 흥행스코어를 보면 티켓 오픈 초반 반짝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아이돌 가수가 보유하고 있던 팬덤이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짝 예매를 하지만 뒤로 갈수록 팬덤 만으로 예매율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캐스팅의 경우 기존 공연 배우들에 비해 높은 개런티를 무시할 수 없다. 개런티 만큼의 티켓을 판매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은 결과적으로 높은 제작비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연극, 뮤지컬계에서 아이돌 배우의 경계선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과거에 비해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품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역시 대중적인 유명세를 기반으로 기성 배우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 실력을 갖춰야 함은 기본이다. 공연 시장의 성장만큼이나 관객들의 관객수준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연팀 역시 티켓판매를 위한 무차별적인 기용보다는 이들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맞추는 것에도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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