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혁(오른쪽), 장석조(왼쪽)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석재현 기자] [문화 人] 오인용 "'한국형' 신카이 마코토는 한 순간에 나올 수 없다" ③ 에서 이어집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ㄴ 정지혁 : 저희가 15년 동안 하면서 만들고 싶은 작품은 되게 쌓여있다. 정치, 연예인 풍자도 다 좋지만, 결국 애니메이션 콘텐츠다. 풍자도 패러디도 해봤지만, 메이저 극장판을 가려면 그런 허물이 없어야 한다고 봤다. B급, A급 다 좋지만, 만드는 사람이 재밌는 작품을 해야 한다. 오리지널 극장판을 '만담강호 2'가 되든, 신작이 되든 극장용을 위한 장편 기획을 꿈꾼다. 1년 이상 '좀봐라'에 연재를 할건데 그 이후 웹애니메이션을 갈지, 극장판 갈지 고민이 된다.

잠시 정치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근해, 왕이 된 아낙'이라는 패러디 영상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재조명됐다. 어떻게 만들어졌나?
ㄴ 장석조 : 세월호 참사가 2014년 4월에 났고, 4개월 후 '세월호 특별법'이 문제가 될 때 만들게 됐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먹고 사는 직업인데, 나만 이렇게 여느 일상과 다름없이 잘 먹고 잘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가 "자기는 대학생 때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놀러 다닌 벌을 이제 받는 것 같다"는 말에 죄책감을 받았다. 뭐라도 해서 이 죄책감을 덜고 싶었다.
 
3일 만에 작품을 만들었고, 이 작품이 만약 잘못됐다면 나는 잡혀갔을 것이다. 무조건 처벌받는 때라, 혼자 몰래 구석에서 목소리를 다 변조하고 만들었다. 목소리 작업도 다 한 후에 올리기 전 이 친구에게 보여줬었다. 이 친구가 이건 정치적인 게 아니라,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혁 : 이 친구는 정치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 하는데, 나는 작품 만들 때 조심해야 한다고 봤다. 이 친구가 걱정할 때, "이걸 올리고 싶은데 '오인용' 이름으로 올리면 나한테 민폐 될 것 같다. 이걸 보고 이야기해줘"라고 했다. 딱 봤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사회 사건사고에 대한 풍자고, 이 상황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어서 공감을 하니 올려라"고 해서 올리게 됐다.
 
   
▲ '근해, 왕이 된 아낙'
 
장석조 : 그래서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해 개인 채널에 올렸다. 몇백 명만 보더라도 내 죄책감은 끝났겠지 했는데, 4일 만에 100만 조회수가 나왔다. 그게 무서웠다. 잡혀갈까 봐 무서웠다. 다행히 오인용이라는 팀명에 들어가서 잡히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블랙리스트' 명단엔 없었다. 지금은 200만 가까이 보고 계시고, '성지 순례를 한다', '최순실 사태를 예견했다'고 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왕자와 거지'라는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나는 '박근혜'보다 '길거리 아낙'이 더 일을 잘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데, 작품에 나오는 '길거리 아낙'은 최소한 누군가의 불행에 대해 같이 울어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유가족분이 영상을 즐겁게 웃으면서 보셨다고 하셔서 한편으론 마음의 짐이 덜어지기도 했다. 솔직히 풍자나 패러디는 나보다 강한 사람한테 해야 한다. 문희준 같은 경우도 우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풍자를 한 것이었다. '일베(일간베스트)' 애들이 너네는 문희준과 같은 연예인을 까놓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냐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정지혁 : '일베'에서 실망을 많이 해서, 배신자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잘살고 있고, 잘 했다고 생각한다.
 
장석조 : 결혼해서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공감 능력 없었을 것이다. 6살, 3살 딸이 있는데, 저렇게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다면, 내가 손발이 떨어져 나가고, 귀가 멀고, 눈이 머는 것이 낫다. 엄청난 슬픔인데, 그런 공감 능력조차 없다면 그런 사람들은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 '근해, 왕이 된 아낙'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인용되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탄핵 인용 결정된 당시 느낌은 어땠나?
ㄴ 장석조 : 사실은 이번 탄핵 인용에 대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날은 일이 손에 안 잡혔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지 않았다면, 저희한테도 문책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탄핵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현재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너무 과하게 비난하지 않는 쪽으로 순화되고 있다. 탄핵과 동시에 사드가 중국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까지 철회되길 바란다. 생각해보니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 200만 가까이 봤다.
 
정지혁 : 이건 애니메이션에 대한 무시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도 싫은데, 우리만 오르지 않은 것도 싫었다. 한때는 '만담강호'가 영화진흥위원회 투자작으로 선정된 것도 우리가 블랙리스트가 아니어서이지 않을까 싶었다. (웃음)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ㄴ 장석조 : 좀 더 젊은 신인들에게 많은 선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토리나 시나리오가 좋으면 이 사람들이 구비서류 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최대한 창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지금의 제도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한두 달 정도가 날아간다. 그분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현직인들에게 귀를 기울여서 심사했으면 좋겠다.
 
정지혁 : 저희도 영진위 지원 결정 당시에도 "뻥치지 말라"고 했다. 너무 놀라서 그랬던 것 같다. 저희도 젊은 감독이 열정적인 나이에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저희는 광주영상위원회 지원 사업 때는 광주로 이사가서 살겠다고도 했었다.
 
장석조 : 저희가 쓴 시나리오, 저희의 인지도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법인, 자본금이 얼마냐를 우선으로 본다.
 
   
▲ '만담강호'
 
정지혁 : 뒷감당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물론 지원을 해준 후, 극장에 안 걸리는 작품이 많아서 안전한 곳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력이 있는 분들에게 기회가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국형'이 아니라 한국 감독을 지원해줘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지원해서 만들어도 새벽 시간대나 프라임타임 외 시간대에 방송하기 때문에 아무도 보질 않는다.
 
차라리 황금시간대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1등은 10억 지원이라고 말한 후 애니메이터들과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방법이 있다. 심사는 가장 열심히 하는 연상호 감독님 등이 출연하고, 애니메이터들이 재미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경쟁하면 충분히 붐이 생길 수 있다.
 
우리 애니메이션이 죽었다는데, 정부에서 '너의 이름은.'을 보고 지원만 하면 한국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불가능하다. 냄비라고 비꼴 수는 있다. 김연아가 등장한 이후 피겨 스케이팅 몇 바퀴 점프를 국민 다수가 아는 것처럼, 애니메이션 스타 감독을 이렇게 만들어서 밀어줬으면 좋겠다. '쇼미더머니' 이후 힙합이 대중화된 것처럼,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밤새 코피 쏟아가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극장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투표해서 지원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우리가 15년 동안 애니메이션 무료 서비스했는데, 이쯤 되면 한 번 정도는 돈 내고 봐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때 중학생이 이제는 30대 초반인데, 형들이 15년 동안 공짜로 보여줬는데, 이젠 능력이 됐다면, 의리상 한두 번 정도는 봐줬으면 좋겠다. (웃음)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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