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2001년 창단 이후 오직 춤에 대한 열정과 패기로 15년의 역사를 개척해온 LDP(Laboratory Dance Project) 무용단과 LG아트센터가 드디어 만났다.

LDP 무용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출신을 주축으로 탁월한 춤 실력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무용수들이 모여 창단됐다. 특유의 파워풀한 군무, 가슴 뻥 뚫리는 시원시원한 움직임, 보는 이가 숨찰 정도로 빠른 속도감, 객석을 집어삼킬 듯한 폭발적인 에너지로 국내 현대 무용단으로는 유일하게 '팬들을 몰고 다니는' 열정적인 무용단으로 성장했다.

초반엔 이용우, 김영진, 김성훈, 김판선, 차진엽, 이인수 등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의 활약으로 한국 현대 무용계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면, 이제는 한국에서 춤 잘 추기로 유명한 차세대 인재들이 대거 모여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현대무용의 저력을 상징하는 브랜드처럼 인식되고 있는 LDP 무용단은 이를 입증하듯 공연마다 모든 자리 매진을 기록하며, 이른바 무용수들은 '현대 무용계의 아이돌'이란 애칭이 생기기도 하였다. 공연이 끝나면 마치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장처럼 휘파람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환호성이 극장을 가득 메우는 것도 국내 현대무용 공연 중 LDP 무용단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1부는 천부적인 춤 솜씨와 신선한 안무 감각으로 한국 무용계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는 김판선이 안무를 맡는다. 지금 현재 프랑스 엠마누엘 갓(Emanuel Gat) 컴퍼니에서 5년째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안무를 맡게 될 작품은 '12MHz'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소리, 파장, 진동'을 담은 작품이다. 그는 "사람과 공간, 사람과 물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여, 관계의 대립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파장들을 주파수에 비유해 전류의 반응을 극적으로 소리화시키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즉, 12명의 무용수는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나타내는 12개의 주파수가 되어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신체와 물체의 감각과 감정의 소리를 온몸으로 표현하게 된다. 24대의 스피커가 설치된 무대 위에서 '댄싱9'에 출연해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고 있던 류진욱(시즌1), 안남근(시즌2), 이선태(시즌1), 임샛별(시즌2) 외 총 12명(남자 6명, 여자 6명)의 무용수가 섬세하고도 세련된 움직임과 함께 LDP 무용단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역동적인 '군무' 또한 선보일 예정이다.

김판선 안무는 "신체(Body), 공간(Space), 물체(Object)의 상호 유기적 대면과 대립을 통해 반응하는 상황들을 소리(Sound)화시켜 전경화한 작품"이라며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12명의 무용수의 서로 다른 감정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며 물체(Object)를 통해 주파수를 생성하고 서로의 움직임과 연계되어 개인의 캐릭터를 구축해간다. 12개의 주파수는 인지와 대면, 대립을 통해 서로 적응해 나가며 신체의 물리적 반응에 따라 하울링을 만들어냅니다. 신체의 물리적 반응은 소리로 전달되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전류의 파장들을 움직임과 결합하며 주파수와 그래프로 형상화되어간다"고 밝혔다.
 

   
▲ 김판선 안무가

2부는 LDP 무용단의 레퍼토리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No Comment(2002)'의 안무가 신창호가 맡을 예정이다. 'No Comment'는 대부분 한두 번의 공연을 끝으로 작품이 사라지는 한국 무용계 현실에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활발한 지방 공연장 투어는 물론 이미 독일, 영국, 포르투갈, 스웨덴, 이스라엘,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중국 등 세계 여러 공연장에서 초청된 바 있는 LDP 무용단 최고 히트작이기도 하다.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파격적인 에너지 활용'을 키워드로 하는 신창호 안무가가 이번에 다룰 작품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Graying'이다. 신창호 안무는 "늙는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을 위한 '소멸'이며, 사라지는 것은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기 위한 '순환'"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작품의 주요 모티브는 "무한대로 반복되는 순환(Infinity Cycle), 링반데룽(Ringwanderung)으로 하며, 움직임의 질감은 '흥'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 무용과 타장르의 혼합을 통해 표현의 확장을 실험하고 있는 신창호 안무는 이번에는 무용 공연의 현장성과 비디오아트의 연출된 공간이 한 무대에 공존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크린을 활용한다. 'Graying'에도 역시 지난해 '댄싱9' 시즌 2를 뜨겁게 달궜던 윤나라, 안남근 외에 류진욱, 이선태, 강혁, 김성현, 임종경, 천종원 등 뛰어난 기량을 가진 6명의 섹시한 남성 무용수들이 'No Comment' 못지 않은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방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창호 안무는 "작품에서 바라보는 'Graying(노화)'은 '늙어간다는 것'을 미화시키거나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으로, 이를 춤·언어(Dance Literacy)를 통해 다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어 감각이라는 원초적인 성질을 찾아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신창호 안무가

LDP무용단의 무용수들은 남다른 재능과 끼는 물론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대중의 신뢰를 쌓아왔다. 이번 공연은 그들의 열정과 패기, 예술혼이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오는 4월 4일엔 오후 3시와 7시, 4월 5일엔 오후 4시에 열린다. R석 5만 원, S석 4만 원, A석 3만 원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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