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이 11일을 마지막으로 '윤리와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마무리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겨보자.

네이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은 2016년 3월부터 오늘의 한국 사회에 윤리 도덕이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1년여에 걸쳐 '윤리와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로 50회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은 가속화되는 세계화와 브렉시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상징되는 역방향의 흐름이 부딪쳐, 이른바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상황과 마주하며 인류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와 보편 윤리가 무엇인지를 되묻는 시간이었다. 또한, 윤리적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도 우리의 모습과도 연관이 있었다.

'열린연단:문화의 안과 밖'은 지난 50회차 윤리 강연 원고와 강연 및 토론회 영상 7천 9백여 분의 내용에서 총 4만 6천여 개의 키워드를 뽑아 빅데이터 분석을 했다.

   
 

강연, 토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학자는 비판철학을 통해 서양 근대 철학을 종합한 독일 철학자 칸트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윤리 도덕을 설명하기 위해 '의무의 윤리학'을 완성한 칸트가 많이 언급되지 않았나 보인다. 서양의 칸트에 맞서는 동양의 공자가 2위에 올랐다. 공자가 말한 인(仁), 예(禮), 극기복례(克己復禮), 나아가 정치를 맡아 다스리는 사람을 육성하는 군자(君子)에 대한 성찰이 오늘날 우리 사회 공적 영역에서 붕괴한 공공윤리를 설명하는 데 많이 언급되지 않았나 풀이된다. 3위는 서양의 고대 사상가 플라톤으로 나타났고 4위는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로 공공성이 붕괴하는 현실에 비추어 어떻게 하면 건강한 정치 공동체를 재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독일 관념론 철학을 완성한 헤겔(5위)도 빠지지 않았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강연마다 빈번히 나올 수밖에 없는 '윤리'라는 단어를 제하고는 강연 주제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존재'가 1만 회를 넘어 압도적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2위부터 5위. '권력', '욕망', '정의', '도덕'이 나란히 차지했다. 이는 위기의 민주주의와 소비 자본주의 사회 속 불평등이 자연스러워진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주역(周易)'이 가장 많이 언급된 저작으로 나타났고 공자의 '논어'가 2위로 나타났다. '주역'과 '논어'에는 철학, 종교, 정치, 문학, 과학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연계하여 삶의 이치를 성찰하고 삶의 방향을 논할 수 있어 강연, 토론에서 많이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상으로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44만 페이지뷰(PV)와 강연 영상 45만 회 재생 수를 기록, 2014년부터 시작된 강연 영상 전체 재생 수로는 228만 회를 돌파했다.

그 중 로그인한 이용자 기준으로 50대 남성이 PC(18.2%)와 모바일(21.2%)에서 가장 많은 이용을 했다. 그동안 강연장을 꾸준히 찾은 한 50대 청중은 "그동안 윤리 하면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배워온 터라 우리 사회에 윤리적 공백이 많았었는데 윤리라는 대주제로 묶어 한 번쯤 사유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배우는 계기가 되어 한 강연도 빼놓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영상 재생수 기준으로 인기가 높은 강연은 '금욕, 체념, 달관', '인공 지능과 인간', '성과 결혼, 그리고 가족', '윤리와 인간의 삶',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상에서도 불안한 시대에 끊임없이 지적 성찰을 하게 됐다는 이용자 댓글들이 다수 달렸다. 특히 "깊이 없는 인스턴트 같은 시대"에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시대의 윤리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강연"을 접하며 "또 다른 인식의 틀을 가질 수 있었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매년 다른 주제의 강연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학문의 세계가 전에 비할 수 없이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지금 우리는 도덕과 윤리가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이번 윤리 강연을 통해 인간의 윤리적 삶의 복구도 멀지 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3년째 문화의 안과 밖 강연 프로젝트를 후원해온 네이버문화재단 오승환 이사장은 "이번 윤리 강연은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사회 전반적인 윤리 문제를 짚어 보자는 취지로 진행했다"면서 "석학들의 수준 높은 강연을 온·오프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후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의 안과 밖'은 학자들이 직접 주도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로, 7명의 운영위원이 강연 기획부터 강사 섭외, 강연 진행까지 행사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강연 신청할 수 있으며 지난 강연 영상과 강연 전문은 열린연단 홈페이지(http://openlectures.naver.com) 및 모바일에서 볼 수 있다.

   
▲ ⓒ 네이버 열린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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