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은 좋은 사람 같아요. 우리 아빠라는 게 조금 당황스럽지만…"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트렌스젠더 댄서 아빠와 술집 마담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딸 사요코의 독특한 스토리를 담은 영화 '아빠는 나의 여신'이 30일 개봉했다. 

귤 농장의 장남인 '앤젤'은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고 싶어 한다. 태국에서 완벽한 여자가 되기 위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앤젤은 실수로 친한 친구 '마나미'와 아이를 가지게 된다. 마나미는 혼자 딸 '사요코'를 낳아 키우고 가정을 위해 술집을 운영하기로 한다. 해맑았던 사요코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술집 딸'로 놀림 받기도 하고 청소년기엔 실연의 상처도 받으면서 미소를 잃고 어두워져 간다. 도피하는 마음으로 도쿄에 가서 살아보기도 하지만 결국엔 똑같은 삶을 되풀이하며 돌아온다. 마을의 작은 술집으로는 쌓여가는 빚을 갚을 수 없었던 미나미는 빚을 갚으라는 독촉으로 힘들어한다. 그러던 중 사요코가 떠올린 것은 바로 옆 동네 트렌스젠더 술집인 '샴푸'처럼 엄마가 운영하는 '사요코'를 트렌스젠더 술집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앤젤은 사요코의 요청으로 도움을 주게 되고 그들은 성공적인 사업 전략을 실행하면서 빚을 갚아간다.

화려하고 성공적인 비지니스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조용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분위기의 작은 술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여자가 된 앤젤도 어딘가 쓸쓸해 보이고 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쉽사리 딸을 보고 싶어 할 수도 없다. 사요코 역시 아빠의 빈자리로 인해 연애의 기술이라던가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

영화 '아빠는 나의 여신'은 그냥 단순히 '트렌스젠더 영화'가 아닌 가족의 필요성과 서로의 존재와 취향을 존중해줘야 함을 보여준다. 개그스러운듯 슬프기도 하고, 어딘가 어둡다가도 밝은 빛이 난다. 가족을 떠올리며 웃고 울게 한다. 귤이 오렌지색이든 유자색이든 무슨 상관인가. 귤은 귤일 뿐이고 귤색을 가지고 있다. 가족 영화 '아빠는 나의 여신' 감상 후 가족의 색깔을 생각해보고 존중해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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