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보셔야 하는 작품이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당신은 뱀파이어의 치명적인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가?"

2년 만에 돌아온 '마마, 돈 크라이'는 사랑이 두려운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치명적인 매력의 뱀파이어인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면서 파멸로 이르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0년 초연 당시 독특한 소재와 중독적인 매력의 분위기, 강렬한 넘버와 더불어 콘서트형 모노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화제가 됐었다. 이 작품은 특히 100분간 단 2명의 배우가 무대를 이끄는 만큼, 두 배우의 호흡과 연기력이 중요하다. 이번 공연에선 8인의 배우를 다양한 페어의 조합으로 만날 수 있어 그들이 어떤 시너지를 이끌어낼지 기대된다.

12일 오후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이하 마돈크)' 프레스콜이 열렸다. 오루피나 연출의 인사로 그 시작을 알렸다. 오루피나 연출은 "원작의 유쾌하고 독특한 매력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와 드라마를 보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장면을 강화할 수 있는 음악 편곡으로 무대와 배우가 한층 돋보일 것이다"고 달라진 '마돈크'를 설명했다.

이어서 다양한 극 중 넘버와 장면이 시연됐고, 출연진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질의응답에는 송용진, 허규, 김호영, 서경수, 고영빈, 박영수, 이동하, 이충주가 참석했다.

▲ '프로페서V' 역을 맡은 배우들이 포토타임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경수, 김호영, 송용진, 허규

'마돈크'가 2년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이전 공연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ㄴ 송용진 : 우선, 2013년 두 번째 공연보다 스토리가 보강됐다. 개연성도 많이 생겼고 처음 공연을 보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이전 공연은 4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곡을 연주했었는데 편곡에 한계가 있어 이번에는 MR로 가게 됐다. 드라마가 잘 녹아있는 편곡 덕분에 음악과 드라마가 모두 성숙해졌다.

무대와 음악 외에도 컬트적인 부분, 만화적인 부분이 추가됐다. 이전 공연에 참여한 배우로서 힘들지 않은지.
ㄴ 송용진 : 만화적이고 컬트적인 작품을 많이 해서 어려울 줄 몰랐는데 이번에 하면서 쉽지 않구나를 느꼈다. 뭔가를 해도 나이를 먹었는지 귀엽지 않더라. (웃음) 그런 부분들을 첫 공연하고 나서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재밌겠지' 하고 든 부분이 막상 공연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배우들, 연출님과 어떻게 하면 더 컬트적인 부분을 살릴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ㄴ 허규 :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마돈크'의 옛 모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살려야 하는지, 아니면 완전히 새롭게 연기해야 하는지. 내용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새로운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하는 점도 중요하고. 지킬 건 지키고 변할 건 확실하게 변하자는 생각인데, 어떻게 할지는 관객들을 만나야 알 것 같다.

ㄴ 고영빈 : 가장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건 이전에는 드라큘라를 그냥 사람들이 가진 이미지에 맞춰진, 인간과는 달리 감정도 없는 캐릭터로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러워지다 보니 그 이전과는 다르게 드라큘라에게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감정이 없다고 생각한 드라큘라가 공연하면서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화가 나는, 인간적인 감정을 극 안에서 느끼게 됐다. 이 점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은 배우들이 포토타임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충주, 이동하, 고영빈, 박영수

전 시즌에서 '고백작'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ㄴ 고영빈 : 무엇보다 소재 자체가 재밌다. 초연 당시 드라큘라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캐릭터의 매력을 많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드라큘라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에 배우 혼자 표현하기는 좀 힘들다. 극 중에서 매력을 계속 극찬해주고 무대 장치로 잘 꾸며주셔서 다행히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부담감도 크다. 프로페서가 극을 잘 이어가기 때문에 중간에 나와서 임팩트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런 것들을 맛깔스럽게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백작의 역할인 것 같다.

소극장 뮤지컬에 참여하는 것은 오랜만이고, 2인극은 처음이다.
ㄴ 김호영 : '마돈크'는 연극적인 요소가 매우 많다. 또 프로페서는 화자 관점에서 말하다가 어떤 장면을 재연 하기도 하고, 시제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프로페서의 모노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매력에 끌려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2002년에 뮤지컬 '렌트' 이후 대학로 소극장 공연 이후 처음인데, 대학로 리그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이 시점에 2인극 뮤지컬로써 도전장을 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마돈크'에 새로 합류했고 팀에서는 막내다.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ㄴ 서경수 : 일단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공연해서 영광이다. 특별한 에피소드라기보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남자다 보니 이도 안 닦고 나갈 때도 있었고 머리를 안 감기도 했다. (웃음) 하지만 그런 꾸밈없는 모습에 서로가 더 가까워지고 끈끈해지지 않았나 싶다. 이젠 눈빛만 봐도 기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간의 유대감을 느낀다. 가족이나 다름없다.

배우에 따라 무대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 각각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줘서 연기하는지.
ㄴ 송용진 : 역할 자체가 변화무쌍하고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이다 보니 그만큼 처절하다. 4명의 프로페서가 있지만, 각각이 표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저는 뱀파이어가 되기 전과, 드라큘라가 갖고 있었던 운명을 받게 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몸부림치는 모습 사이를 극명하게 보여드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 프로페서의 처절한 운명이 특히 와 닿는데, 프로페서를 맡은 배우 중 가장 연장자라 그런 고민에 대해 잘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ㄴ 박영수 : 아직 런을 많이 안 돌아봤다. (웃음) 언제나 공연을 준비할 때 인물의 심리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찾아가는 편이다. 특히 백작이 과거에서 프로페서를 만날 때와 근대에서 그를 만날 때 각각의 심리가 다르다. 이처럼 드라큘라의 심리가 바뀌는 부분이나 심리적 상태에 항상 주안점을 두고 있다.

4명이 배우가 표현하는 '프로페서V'가 모두 다르다.
ㄴ 송용진 : 프로페서는 여성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없다. 최대한 귀엽게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백작이 나타나면 우리는 거의 사라지더라. (웃음) 연출님이 연기, 외형, 의상 모두 각자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요구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 같다.

ㄴ 김호영 : '마돈크'는 작품 자체가 컬트적인 것, B급 장면이 있지만 그게 다 의도가 있다. 개그 식의 오버가 아니라 그 오버가 작품에서 묻어날 수 있고 관객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장치다. 거기에 플러스해주기 위해 괴짜 같은 느낌으로 제 나름대로 헤어를 꾸미고 다양한 표정을 생각해봤다. 네 명이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고 페어들이 섞이기 때문에 여러 번 보셔야 할 거다. (웃음)

▲ 뱀파이어의 유혹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최근 창작 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고 있다. 지금과 비교하면 열악했던 환경에서 시작해서 삼연까지 하게 된 ‘마돈크’의 의미가 있다면.
ㄴ 허규 : 좀 아쉬운 부분은 초연 때도 좀 더 대외적으로 지원을 받았다면 더 빨리 더 잘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좋은 제작팀에서 제작을 해주시는 건 '마돈크'가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인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ㄴ 송용진 : 콘텐츠가 좋다면 지원이 없어도 누군가가 발견할 거로 생각한다. 제 생각에는 지금 뮤지컬 창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외국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창작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 공연의 라이선스를 사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창작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마돈크'도 적은 돈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뮤지컬이 상업적인 예술이지만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아이디어만 있다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돈크'가 그 선례가 됐다고 생각한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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