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대극예술연구회 50주년 기념공연 손영규 작 연출의 일천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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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두레문예관에서 서울미대극예술연구회 50주년 기념공연 손영규 작·연출의 <일천구백>을 관람했다.<일천구백>은 디자인학과 11학번 손영규가 쓰고 연출과 출연을 했다.

<일천구백>은 1900년에 태어나자마자 운항선 베르기니아 호에 버려진 고아 천구백의 이름이기도 하다.

천구백은 일본인의 운항선 베르기니아 호에서 청소일을 하는 여인에게 발견되어 그 여인을 어머니로 알고 성장한다. 천구백은 음악적 재능이 있어,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악보를 읽을 줄 모르지만, 배 한 귀퉁이에 있던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즉흥연주를 하는데 그 재주가 비상하다.

일본인 선장은 천구백을 가끔 배의 지하창고에 가두는 벌을 주지만, 천구백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의 연주를 손님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베르기니아 호에 러시아에서 성악을 공부한 박만수라는 여인이 술에 취해 잘못 탑승을 한다. 그러나 운항선은 이미 부두에서 멀리 떠나 바다 한가운데로 나왔기에 꼼짝없이 배에 머무르게 된다.

박만수도 역시 일천구백년 생으로 천구백과 동갑네다. 박만수가 부르는 러시아 민요를 천구백이 기타로 반주를 하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일본인 선장의 허락으로 박만수도 이 운항선에서 일을 하게 된다. 박만수는 이 배에 동승한 조선인 아버지와 딸 부녀와 가까이 지낸다.

박만수는 천구백에게 자기가 몹시 좋아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성악가 윤심덕 이야기와 소설가 심 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평생 한 번도 뭍에 나가보지 못한 천구백을 이상스럽게 생각한다.

천구백의 기타연주소리를 듣고 김해출신의 백씨 성을 가진 남성이 일부러 운항선에 올라, 천구백의 연주를 경청하기도 한다.

하루는 일본인 선장이 한 신사를 배로 인도한다. 그 신사는 영사기와 축음기를 들고 탑승을 한다. 그리고 천구백을 찾는다. 선장이 나가자, 그 신사는 자신은 조선 사람이며, 영화감독 나운규라고 소개하고, 자신이 3년 전에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며, 벽에 영사기를 돌려 영상을 보여주며, 이 영상에 알맞은 연주를 해 달라고 천구백에게 청한다.

천구백은 주저주저하다가 연주를 시작한다. 그의 연주는 축음기를 통해 레코드판에 저장이 된다. 나운규는 수고했다고, 고마워하며 레코드판을 보이고, 연주가 축음 되었다며, 새 영화에 이 음악을 삽입하겠노라고 한다. 그러자 천구백은 그 레코드판을 빼앗아 가슴에 품고 나운규에게 내어주지를 않는다. 나운규가 항의를 하고 돌려달라고 하지만, 천구백의 귀에는 나운규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나운규는 부질없는 짓을 했노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되돌아간다.

이 운항선에 윤심덕이라는 미모의 여인이 경호원 여인과 함께 탑승을 한다. 천구백은 박만수에게서 윤심덕이 성악가라는 소리를 들었기에, 박만수의 러시아 민요 열창에 반하듯, 윤심덕이라는 성악가에게 마음이 끌리어, 나운규가 놓고 간 레코드판을 그녀의 방에 몰래 가져다 놓고 나오려다, 경호원 여인에게 들킨다. 경호원 여인은 권총을 겨누고, 천구백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그 때 윤심덕이 깨어나, 천구백에게 다가와 천구백이 조선인이자 이 배에 동승한 승객으로 알고 돌려보낸다.

1,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천구백은 부상당한 일본 군인과 그의 시신까지 돌봐준다. 일본이 패전하고, 배에 종사하던 일본인이나 조선 사람들 모두가 운항선에서 내려 제 고향이나 제 갈 길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천구백은 배에서 나고 성장했기에 갈 곳이 없다. 텅 빈 운항선에서 남은 그는 자신이 갇혀 지내기도 했던 창고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 버린다.

대단원에서 조선의 해방과 함께 45세의 노처녀 박만수는 천구백을 찾아 폐선이 된 베르기니아 호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천구백의 이름을 부르며 배의 구석구석을 미친 듯이 찾아다닌다.

박만수는 언젠가 자기가 천구백에게 들려준 러시아 민요를 다시 부른다. 노래가 절정에 달했을 때, 어둠 속에서 천구백의 모습이 서서히 등장을 한다.

박만수의 노래가 끝나자, 천구백의 서있던 자리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채 연극은 끝이 난다.

임창곤, 아규석, 손경아, 손유진, 한승훈, 김명주, 장인영, 정현주, 방민철, 윤하연, 손영규, 전상원, 이문영, 감한별, 김승희, 강준휘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2시간 30분의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김승희, 기획 최지웅·이정수, 무대 김재란·김현시·김수민·김슬기·김현아·이동엽·윤지음·이소연·최지웅·전 원, 홍보 김소래·엄후영, 음향 안창모·임해리, 조명 이준원, 의상 김다솜·이경주·장아린·김아린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서울미대극예술연구회 50주년 기념공연 손영규 작·연출의 <일천구백>을 한편의 명화 같은 고품격 고수준의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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