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예술적 진실성과 지성, 음악적 통찰력이 이뤄낸 하나의 랜드마크다." -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

뛰어난 음악적 통찰력과 투명한 음색으로 동시대 음악가들 가운데 가장 신뢰받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창단한 세계적인 명성의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5월 12일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로 고양아람누리를 찾아온다.

그동안 그리그와 라흐마니노프,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수많은 작곡가의 작품을 탁월한 해석과 무결점 연주로 선보이며 깊이 있는 음악성과 끝없는 탐구정신,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 온 안스네스는 4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베토벤을 제대로 탐구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 자신과 음악적 가치를 공유해 온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지난 2012년부터 전 세계 22개국 55개 도시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공연하고 녹음하는 '베토벤 여행(The Beethoven Journey)'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제목에 대해, 베토벤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안스네스 자신의 '개인적 여행'이자 4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지리적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 본 페스티벌과 뉴욕 카네기 홀, 파리 샹제리제 극장, 비엔나, 함부르크, 프라하 등 지난 4년간 세계 주요 무대에서 펼친 150회 이상의 공연과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발매한 3장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집 음반, 그리고 곧 공개될 예정인 필 그랍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Concerto - A Beethoven Journey'에 담긴 이들의 음악 여정은 특유의 명징함과 따스한 시선으로 더없이 사려 깊은 베토벤 사운드를 구현해내며 세계 음악 애호가들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프로젝트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올해, 아시아 투어 기간 중 내한하는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의 1부에선 순정한 매력이 빛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2부에선 교향적 협주곡의 정점을 이루는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선보인다.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와 긴밀한 호흡을 바탕으로, 음악적 난도가 높은 베토벤의 작품을 피아니스트가 직접 지휘하며 협연하는 이번 공연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황제' 협주곡과 같이 친숙한 작품을 더없이 새롭고 신선한 해석과 일체감 있고 완성도 높은 연주로 만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 Ozgur Albayrak

40대에 이르러 시작된 안스네스의 베토벤 탐구, 그리고 그의 내면으로 떠난 여행 1989년 뉴욕에서 데뷔한 이후, 지난 26년간 오직 음악성과 실력만으로 세계무대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는 특유의 투명하고 정갈한 음색과 간결하면서도 힘찬 타건으로 바흐에서 현대 작곡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

특히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녹음의 영향으로 관객들은 자동으로 안스네스에게 고향인 북유럽의 정취와 민족적 색채를 덧입혀 그의 레퍼토리와 음악 세계를 제한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쇼팽, 라흐마니노프 등 대중적인 작곡가는 물론, 닐센, 시마노프스키, 에네스쿠, 쇠렌센 등 비교적 익숙지 않은 이름의 작곡가까지 섭렵하고 있는 30여 장의 디스코그래피는 안스네스가 얼마나 강한 도전 정신과 호기심의 소유자인지를 잘 보여준다.

화려한 커리어의 정점에서 막 40대에 접어든 그가 당분간 베토벤 탐구에만 전념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관계자는 그제야 안스네스의 방대한 디스코그래피에 베토벤의 레퍼토리가 포함돼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대감에 부풀었으며, 혹자는 투명하고 맑은 그의 음색과 자유로운 스타일이 과연 베토벤의 작품에서도 빛을 발할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변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시작한 4년간의 '베토벤 여행'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봄이면 두 곡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2012년 1번 & 3번, 2013년 2번 & 4번, 2014년 5번 & 코랄 판타지)으로 구성된 투어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프라하의 루돌피눔에서 음반을 녹음해 그해 가을에 발매, 11월에는 동일 프로그램으로 다시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가 3년 차에 접어든 지난해 9월, 총 3장의 음반에 담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사이클이 완성됐고, 2014-2015 시즌엔 본, 비엔나, 루체른, 런던, 파리, 뉴욕 및 아시아 일대를 포함한 4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집중적인 세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음반과 연주를 통해 어떤 작곡가의 작품도 자신만의 깊은 통찰력이 담긴 명연으로 재해석할 수 있음을 증명해왔던 안스네스는 뒤늦게 베토벤에 집중하면서 "한음 한음이 매우 중요하고 더없이 진지한 베토벤의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 매일 새롭게 느끼고 있으며, 마치 작곡가가 작품을 통해 내 손을 잡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만큼 삶에 깊은 위안을 얻고 있다.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기회라는 점에서 젊은 연주자들에게 베토벤을 많이 연주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4년간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안스네스는 자녀를 갖게 되면서 베토벤을 연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베토벤의 작품들은 주로 그 장엄함과 철학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졌지만, 아버지가 된 안스네스는 이 위대한 작곡가의 표현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직접적이고 때론 장난기 가득한 면에 주목, 관행적으로 연주되기 쉬운 작품들을 더욱 신선하고 폭넓은 해석과 깊이 있는 연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베토벤 여행' 프로젝트에서 안스네스와 함께 파트너십을 이뤄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006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내한공연으로 국내 애호가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 '베토벤 여행' 본 페스티벌 공연 ⓒ Holger Talinski

일반적으로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15~6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일컫지만,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명칭에서 체임버의 의미는 단순히 규모만을 지칭하기보다는 긴밀한 앙상블을 선보이는 단원들의 연주 스타일과 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구스타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를 전신으로 창설된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의 자율성을 무엇보다 중시했던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기존 오케스트라의 구습에 물들지 않은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서로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자유롭게 연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았던 단체다.

1997년 창단 이후 18년간, 멤버들 간의 긴밀한 호흡을 바탕으로 유연성과 섬세한 표현을 겸비해 예술적으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앙상블을 선보이는 단체로 인정받아 온 이들은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페스티벌, 이탈리아 페라라 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등 유럽 주요 음악축제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활동해 왔으며, 2011~2013년 EU의 공식 문화 사절로 임명됐고 2006년 마르타 아르헤리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으로 그래미상을 받는 등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 지휘자 다니엘 하딩과 함께 첫 내한 공연을 했는데, "참신한 해석과 패기 넘치는 연주력", "기존의 고답적 오케스트라들과의 확실한 변별력", "지휘자에게 아주 섬세하게 반응하는 오케스트라" 등 열렬한 지지와 호평을 받았다. 앙코르를 5곡이나 연주했을 정도로 당시 공연장 분위기가 뜨겁고 폭발적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지난 2011년, 이들은 1998년부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상임지휘자 다니엘 하딩을 종신지휘자로 추대했고, 2012년 새로운 음악감독을 선임하는 대신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를 공식적인 예술적 동반자(Artistic Partner)로 임명하고 '베토벤 여행'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안스네스는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연주하는 것은 새로운 공간에서 각기 다른 피아노로 그곳의 사운드에 적응해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도전의 연속이지만, 깊은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의 제스처를 이해하는 특별한 연주자들과 함께 이러한 도전을 하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와 파트너인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연주자 개개인이 훌륭한 솔리스트인데다 앙상블을 이루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솔리스트의 연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유연함을 두루 겸비한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최고의 피아니스트 안스네스의 행복한 이 여정에 전 세계는 그야말로 열광했다.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을 이루는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는 찾아내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 영국의 가디언 지와 "안스네스는 그저 우리 시대의 명 베토벤 해석가라는 명성을 얻는 것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다"고 평한 독일의 키일러 나흐리히텐 지를 비롯해 각국의 언론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3년에 걸쳐 발매된 음반들은 뉴욕 타임즈 선정 '2014 최고의 음반',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선정, 2012 아이튠즈 '최고의 기악 음반' 선정 등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현악파트 ⓒ Holger Talinski

또 '베토벤을 찾아서'와 '모차르트를 찾아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명 감독 필 그랍스키는 이들의 작업을 '협주곡 - 베토벤 여행'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아 올해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여름이면 이 아름다운 베토벤 여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특유의 명징함과 따스한 시선으로 더없이 사려 깊은 베토벤 사운드를 구현해내며 전 세계의 호평을 받은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여행'에 동행할 놓칠 수 없는 기회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열려있다.

문화뉴스 편집국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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