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이란 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장르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들이 대부분 오픈런 장르로 공연을 진행한다. 전 세계 공연의 메카 브로드웨이는 대부분의 공연들이 오픈런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브로드웨이처럼 연극 전용 극장이 없고 대부분 공연팀들이 공연장에 일정 기간 대관 계약을 하고 운영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주로 대학로의 전용극장에 밀집되어 있다.

 

오랜 기간 같은 공연을 진행한다는 것은 분명한 장, 단점이 있다. 오랜 기간 공연을 하다 보면 연출자나 공연팀은 문제점을 캐치하고 보완하여 더 나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리미티드런 공연(끝나는 기간이 정해진 공연의 장르)에 비해 시간적 여유 뿐 아니라 오랜 기간 공연하며 쌓아온 노하우 덕에 관객들의 니즈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 작품의 홍보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반면에 이러한 점이 오픈런 공연의 단점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오랜 기간 같은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히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초반 작품에 대한 열정,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들이 점차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사진= 오픈런 연극 '오백에삼십' 포스터
사진= 오픈런 연극 '오백에삼십' 포스터

 

 

우리나라 연극에서 오픈런 공연은 상업연극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연관람을 취미생활로 즐기는 소위 공연 마니아 보다는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이나 나들이 겸 공연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주 관람층이다. 그렇다 보니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도 보다는 가격 부담이 적거나, 입소문으로 유명한 작품, 코미디 작품들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한동안 오픈런 공연 시장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가격 낮추기에 급급해 말도 안되는 가격을 책정하거나 작품의 메시지나 이야기 보다는 웃음만을 강요하는 작품들이 넘쳐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픈런 공연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공연이 보다 더 대중적인 문화 활동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다. 공연은 영화나 TV, 도서 등에 비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르다. 우리는 이제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영화나 드라마도 볼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공연장을 찾아가 관람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일반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많지 않다.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친구와의 주말 나들이를 위해 공연을 접하고 관람 자체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결국 공연관람 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오픈런 공연에 대해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연극의 대중화를 이끈 시초 격인 연극 ‘라이어’가 없었다면 연극은 아직도 소수만을 위한 문화생활에 그치지 않았을 수 있다. 이제는 관객들도 가격만 저렴하다고, 유명하다고 공연을 선택하지 않는다. 스마트컨슈머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오픈런 공연들도 오랜 시간을 버텨오며 쌓아온 내공과 노하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공연의 매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공연을 접하게 된 관객들이 계속해서 다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로 이어질 수 있을 때 공연 시장의 발전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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