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문화뉴스 변성재 기자] 마이크 하나로 대중을 압도하는 직업 바로 아나운서, 우리는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접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아나운서는 방송이 종료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마치 숙명과 같다고 한다.  

올바른 언행과 단정한 모습, 당당함까지 겸비한 남녀 아나운서들, 최근 '아나운서의 중심부' 여의도에 아나운서 준비생(이하 아준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바로 제2의 김현욱과 신영일, 전현무, 장성규 등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 합성어/ 이하 아나테이너)를 꿈꾸는 학생 및 아준생을 대표적으로 예로 들 수 있다.

그 꿈을 쫓기 위해 국내 아나운서학원과 아나운서아카데미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도 하나다. 보기엔 쉬울지 몰라도 아나운서들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마인드 컨트롤 등을 통해 대중과 호흡한다.

오늘 이 시간에는 티브로드 전주방송 아나운서 출신이자 KBS DMB 아나운서 및 리포터 활동,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 출신의 '미녀 아나운서' 김혜연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말하는 아나운서 세계와 다양한 에피소드, 잊지 못한 추억을 소개한 그녀를 문화뉴스 변성재 기자가 만나봤다. 아래는 25일 여성 아나운서 김혜연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만나서 반가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9년차 프리랜서 방송인이자 7년차 접어든 강사 김혜연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포터와 MC, 아나운서 등을 거쳐 현재는 오디오북이나 광고 녹음, 그리고 우리나라 공무원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떡볶이를 사랑하는 평범한 여성이자, 현재 아나운서 회사 관련해 교육사업팀 책임 연구원 및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꿈꿨던 모습을 직업삼아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웃음)

인터뷰 요청 받았을 때, 어떤 기분 이셨나요?

당혹과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이런 인터뷰 주인공이 될까 싶었고요. 제 주변에 많은 선-후배 아나운서님들도 계신데, 사실 이 자리가 부담스럽기도 해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자! 어린시절로 돌아가볼께요. 김혜연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남 앞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나서기 좋아했던 재치있고 꿈이 많았던 아이였어요. 질문이 많고 호기심도 많아 발표하고 대화하기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사실 밖에 나가서 또래 친구들과 노는 건 좋아하지 않았는데, 부모님의 영향 덕분인지 책 읽고 글 쓰는 걸 더 좋아했던거 같아요. 돌아보면 남에게 지기 싫어했고, 악바리처럼 공부하면서 차차 성장했던 당찬 아이였습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된 계기가 있다면요?

초등학교 5학년때 일까요? 학교 방송국 아나운서를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했어요. 처음으로 교내 안내방송을 했는데, 제 목소리가 전교와 운동장까지 울려 펴지더라구요. 

제가 다니던 학교와 저희 집이 굉장히 가까워서 집에서 베란다 문을 열고 내다보면 학교 운동장을 볼 수 있었거든요. 집에 돌아온 저에게 엄마가 바로 알아채고는 "너. 오늘 방송했지?" 하고 집에서 반겨주실 때가 기억납니다.

제 자신이 너무 뿌듯하고 기뻤던 것 같아요. 그 계기로 어릴 때부터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오다가 아나운서를 꿈꾸게 된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꿈을 이뤘던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나운서를 꿈 꿨던 12살 때 부터 무조건 국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학교수업시간에도 국어공부를 제일 열심히 했고, 시험 성적도 국어 과목이 제일 좋았죠.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도 국어선생님일 정도로 국어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제 적성과도 잘 맞았고요. 그러다 대학에 진학하며 국어국문학과 또는 신문방송학과를 가면 내가 원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진로 설정에 아버지가 없었다면 많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는 대학 입학 수시전형 중 논술특기자 전형으로 7개 학교에 국문과 또는 신문방송학과로 원서를 냈고, 그 중 저희 모교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하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전공 공부를 하면서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로 지원해 합격했어요.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등록했습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총 2개정도 다녔던걸로 기억나요.

그러다 ‘추천' 이라는 제도를 통해 리포터 활동부터 티브로드 전주방송에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안에서 토익공부, 한국어능력시험 공부, 이미지 관리 해야 한다고 다이어트에 메이크업 배우고 퍼스널 컬러 공부까지 하면서 아나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이제 돌아보면 아나운서 지망생일 때는 그 타이틀이 생겨야만, 앵커가 되어서 데스크에 앉아야만 아나운서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 했던 시간도 있었어요.

지금은 누군가에게 영향력있는 말을 할 수 있는 누구나가 '아나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아나운서 매력에 대해 듣고 싶어요.

아나운서 매력이요?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나요? (웃음)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죠. 그만큼 자신의 말의 파급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직업이구요.

개인적으로는 언어의 보존에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이라도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건, 늘 카메라와 함께 한다는거죠. 그리고 그 때의 긴장감, 끝났을 때의 뿌듯함이나 성취감 등 그런 것들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본인이 함께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무엇이었는가요?

제 첫 방송이기도 했던 '2012년 보령 머드축제 생중계' 가 있었죠. 대학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시절, KBS DMB 국에서 방송인들과 대학생 들을 모집해서 DMB중계를 실험해보는 프로젝트였어요.

당시만해도 DMB라는 기능이 꽤나 주목받는 시기였고, 방송국에서 이를 원활하게 송출하기 위해서 이원 생중계를 하는 프로젝트였죠. 저는 대학생 아나운서로 참여했고, 다른 학생이나 이미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중이었던 분들도 촬영, 편집 등 으로 함께하게 됐어요.

KBS PD님들이 함께 참여해서 약 2주정도 함께 보령에서 먹고 자고 지내면서 방송을 했어요. 머드축제 기간 동안 리포터가 되어서 실황 중계를 하기도 했고, 해변의 특설 무대에서 MC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 때 인연이 됐던 친구들이나 피디님들과 꾸준히 연락해오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연말 모임을 했었는데 지금은 다들 바쁜지 연락이 잘 안되긴 하지만, 잘 지내고 계시겠죠? (웃음)

아련한 추억이자 첫 방송 경험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것 같아요. DMB를 이용해서 이원 중계를 실시간으로 하고, 보령시에서는 축제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축제를 DMB로 즐길 수 있도록 방송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방송 또는 강연 전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하는가요? 징크스가 있다면?

방송이든 강연이든 사실 가장 중요한건 연습이죠. 다행히 저는 오독은 거의 없는 편이라서 방송할 때는 대본을 미리 받게 되면 어려운 단어부터 체크해서 발음 연습부터 했고, 읽는게 아니라 말하듯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제 입에 익을 때 까지 반복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강연은 교육 담당자나 교육생이 가장 필요로하는 부분을 적확하게 코칭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와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요, 최대한 적확한 내용들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이 때에 아나운서로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단, 신뢰감있는 목소리가 가장 중요해요. 이건 이제 고쳐지지 않는 직업병이 되었어요. 정확한 발음이나 제스쳐 등이 확실히 조금 더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 드니, 교육 현장에서의 반응도 좋은 편이에요.

저는 특별한 징크스는 없는데, 특이한 모습이 하나 있어요. 긴장하거나 떨리면 목 부분이 빨갛게 달아오르거든요. 그런데 제가 약간 몸이 풀렸다, 긴장이 풀어진다 싶으면 다시 하얘져요.

방송할 땐 이거때문에 목에도 두껍게 메이크업 하기도 했는데, 제가 그 환경에 익숙해지고 나면 괜찮았기 때문에 초반 몇회는 목이 좀 빨갛게 나오는 단점이 늘 있습니다. 

아나운서로 활동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 듣고싶어요.

PD님께 혼나는거죠. 인이어를 처음 꼈을 때, 피디님 말에 "네" 라고 대답해버려서 지금 대답하면 어떻게 하냐고 불호령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다 제가 미숙해서 생겨난 실수들인데, 지금은 제 잘못이라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엄청 서러웠어요. 그 밖에는 야외 촬영하며 지나가는 시민분들이 슬쩍 뒤에서 사진을 찍어가신다거나? (웃음) 

사실 야외방송이 가장 힘들어요. 특히 추위, 저는 추위를 잘 타는 편이라서 더더욱 겨울철 야외촬영이 힘든 편이에요. 한번은 올레길을 걷는 리포팅을 하는데 날씨가 초가을인데도 산은 춥더라구요.

얇은 등산복 하나 입고 올레길 하나 걷다가 잠시 피디님이 녹화버튼 끄고 나시면 작가님이 옆에서 패딩 입혀주셨어요. 다시 녹화시작하면 패딩 벗고 활짝 웃으며 힘차게 올레길을 걷는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청 추웠는데, 재미있었던 촬영이었어요.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아나운서' 김혜연이 생각하는 아나운서 가치관을 듣고 싶어요.

아나운서 가치관, 직업적인 가치관일까요? 저는 아나운서는 읽는 사람이 아니라 전달하는 말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늘 하는데요.가끔 아카데미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모든 내용을 장르에 관계없이 다 읽어버리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럴 때 마다 제가 하는 이야기는 "대본의 모든 글자를 다 똑같이 읽을 필요는 없어. ~하죠. 와 ~합시다 가 의미의 차이가 없다면, 네가 말하기 쉬운 대로 하면 돼"라고 이야기 합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AI처럼 읽는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를 말 이라는 매개로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돼요. 그리고 바른 언어 사용이 생활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KBS에는 한국어연구실이 있고, 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보면, 아나운서는 한국말을 제일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요.

그만큼 한국어를 올바르게 구사하는 것 역시 아나운서의 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릴께요.

현재는 주로 오디오북과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행사 진행도 하고있고요. 아무래도 직장이 있다보니 주 업은 강의가 되는데요. 강의도 방송처럼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되고 나서는 더더욱 카메라와 아이컨택하며 강의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방송하듯 강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분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스피치 강의 부터 프레젠테이션, 미디어트레이닝, 강사양성과정, 퍼실리테이션 등의 강의를 주로 하고 있어요. 

결국 다 말하는 일이네요. 아나운서나 강의나 말이죠. (웃음)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아나운서를 꿈꾸는 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요. 수 없이 자책하게 되고, 스스로를 낮춰보게 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존감이 깎이는 일들이 많을거에요.

또 누군가의 신랄한 평가 역시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과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해요. 

저 역시 뉴스를 못한다고 혼나는 것 보다 "너는 어깨가 너무 좁고 팔이 짧아서 어떤 옷을 입어도 안어울린다" 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팠고 슬럼프의 시작이 되기도 했었어요.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나보다 먼저 합격하는 날이면, 축하한다고 메시지는 보내면서 혼자 울게되는 날이 많을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나운서 준비는 오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직업이 있고, 본인이 가진 재능은 아나운서라는 직업 말고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저 역시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성공하는 사람의 기본이라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빨리 알아내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게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많이 예뻐하고 사랑해주는거에요. 아나운서 준비생, 아준생들은 늘 평가와 피드백 속에 생활하는데 그러다보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전부 남들의 생각이나 말 한마디에 흔들리게 되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 알잖아요. 나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라는걸 말이죠.

지치고 힘들때 어떻게 해소하는가요?

저는 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틀고 우선 씻어요. 일단 눈에 거슬리는 집안의 어떤걸 찾아내요. 커튼 주름이 맘에 안든다거나, 액자가 비뚤어져 있다던가 말이죠.

정리정돈도 하고, 빨래도 개고 옷장 정리도 괜히 한바탕 하고요, 바닥도 닦고 설거지도 해요. 그렇게 몸을 막 움직이고 나면, 땀이 나죠. 그러면 샤워를 해요. 

좋아하는 말 중에 '우울은 수용성이다. 물이 닿으면 씻겨내려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우울한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잖아요, 그럴 때 일단 샤워를 하면 기분이 훨씬 나아져요. 

그런데 이미 집안 청소를 했잖아요? 씻고 나오면 우울한 건 사라지고 깨끗해진 집과 내가 좋아하는 바디워시의 향기만 남아 있어요.

그것도 안되면 그냥 우울한 기분 그대로 있기도 해요. 원래 안 움직이면 좀이 쑤시는 타입이라 그런가봐요. (웃음)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김혜연 아나운서 제공

이 일에 대해 어떤면에 행복을 느끼시나요?

방송을 할 때는 내가 멋지게 무언가를 해냈다하는 뿌듯함이 있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 오늘 너무 좋았다, 라거나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세요? 하는 주변 분들의 칭찬이 기분좋게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저는 촬영 끝나고 장비를 철수하는 스탭분들과 인사 나눌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 하며 '오늘 우리의 팀워크가 괜찮았어!' 하는 기분을 나누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아나운서는 혼자만 잘해야 하는 일이 아니고, 모든 촬영 스탭 분들과의 합이 중요한데 그런걸 피부로 느끼는 순간인거죠.

아나운서에서 아나테이너로 점점 영역이 넓혀지고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아나운서의 역량 중에서 전달력을 무기로, 자신의 끼를 발산해야겠죠? 엔터테이너와 아나테이너의 차이는 전달력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계획 활동 또는 소망하고 싶은일이 있다면요?

전문성 있는 강사가 되려면 더 많이 공부해야 할거고, 아나운서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려면 저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겠죠. 결국 또 저와의 싸움이네요. 늘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어요. 

HRD 전문성을 갖춘 강사이자,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나운서 김혜연이 되고 싶어요.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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