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6시 KBS 방영

KBS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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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이수현 기자] 전남 여수의 한 바닷가. 봄을 가장 기다려온 소년이 있다.

소년의 바다

봄을 맞는 재윤이의 각오는 남다르다. 6살 무렵부터 해온 낚시. 얼굴엔 햇볕에 그을린 마스크 자국이 선명히 드러날 정도로 날이면 날마다 낚싯대를 드리운 바다다. 열한 살 어린 소년이 이토록이나 애타게 물고기를 낚으려는 건, 바로 홀로 자신을 키워온 아빠와 연로하신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2살 때 떠나버린 엄마를 그리워하기보다는 물고기 한 마리라도 잡아 돈을 만들고 싶은 간절함이 더 큰 재윤이. 없는 살림에 늘 단출한 밥상, 투정 한 번 않으면서도 날로 입맛을 잃어가는 할머니 걱정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냉면 한 그릇을 사는 것이 올 봄,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잡은 물고기가 얼마나 하는지, 냉면값은 얼마나 하는지, 세상 물정은 몰라도 아빠와 할머니에 대한 사랑만큼은 바다만큼이나 넓고 깊다. 

KBS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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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를 위한 고군분투

남들처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선박 수리공으로 일하며 다만 밥걱정은 안 하고 살아왔던 아빠. 9년 전 아내와 헤어진 후로 어린 아들을 업고 일터를 전전하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텨왔건만,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19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육지며 바다 할 것 없이 일이 뚝 끊기자 당장 삼시 세끼 먹고살 걱정부터 해야 하는 하루하루. 마지막 희망을 걸고, 어렵사리 구한 낡고 오래된 배 한 척으로 고기를 낚아 생활비, 반찬거리에 보태온 아빠였는데 이젠 그마저도 녹록지가 않다. 그런 자식이 안쓰러워 여든이 넘은 연세에 허리와 무릎 통증을 달고 살면서도 금이야 옥이야 손주를 키워온 할머니. 몇 해 전부턴 치매로 자신조차 돌볼 여력이 안 되자, 해줄 수 없는 마음에 안타까움만 쌓여간다. 아침 한 끼를 해결하면 당장 점심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답답하고 기가 막히는 현실. 재윤이에게만큼은 이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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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三代)의 소원 

흙집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재윤이네 집. 5년 전 어렵사리 구한 이 월세 집마저도 삼대가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이다. 오래돼 손볼 곳이 많고 곰팡이로 가득한 상황. 비바람이라도 피해 사는 것이 어디냐 싶어 감지덕지하며 살아온 이곳을 사정상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자 아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떻게든 세 식구가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방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빠. 근심 가득한 아들의 모습에 아픈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뭐든 보태보려는 할머니와 또 그런 아빠와 할머니 걱정에 마음이 쓰인 재윤이는 물고기 한 마리라도 낚기 위해 매일 바다를 찾는다. 하지만, 바다를 가까이하는 아들을 보는 아빠 마음은 편치가 않다. 아들 재윤이만은 자신처럼 고된 바닷일 하며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언제쯤이면 잔잔한 파도가 일지 알 수 없지만, 재윤이네 가족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한편, KBS '동행'은 10일 저녁6시 KBS에서 방영된다.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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