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힐튼, 남산을 감싸는 병풍의 형태로 지어져
건축계, 힐튼호텔 보전 움직임 일어
매각 철회되어 호텔 운영 지속 밝혀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행 업계와 호텔 업계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이다.

작년 말부터 르메르디앙(강남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서초구), 크라운관광호텔(이태원) 등 국내 특급 호텔들이 연달아 매물로 나와 현재 철거 중 혹은 철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 놓여있다.

남산 힐튼호텔의 전경
남산 힐튼호텔의 전경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이하 힐튼호텔) 역시 매물로 나와 있었던 특급 호텔 중 하나로 매각 시 오피스 건물로의 재건축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힐튼 서울 최대 주주 CDL호텔코리아는 매각을 철회하며 호텔 운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건축계에서 힐튼 호텔을 보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주목받았는데 한국의 건축사를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한국 건축의 1세대이자 미스 데어 로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 건축가 김종성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김종성/사진=서울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공식홈페이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김종성/사진=서울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공식홈페이지

건축가 김종성은 故 김수근, 故 김중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건축 1세대 대표 건축가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서울 힐튼호텔, 서울 올림픽 역도경기장, 해운대 파라다이스비치호텔, 경주 힐튼호텔, 선재 현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SK 신사옥, 서울대학교 박물관 등이 있다.

김종성 건축가는 위의 작품들로 한국건축가협회상, 서울시 건축상 금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등을 수상하며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건축가 김종성은 20세기 근대 건축의 대표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이하 미스)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지만, 미스의 건축을 보고 당시 미스가 있었던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건축학과에 진학하여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61년부터 1972년까지 약 11년간 미스 반 데어 로에 건축 연구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1966년~1978년 IIT 건축대학 교수, 1972년~1978년 IIT 건축대학 학장 서리 역임했다.

미스는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이라고 불린다.

미스는 ‘Less is more’이라는 절제의 미학을 담은 건축 철학을 내세우며, 현대의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많은 고층 빌딩들의 건축 양식을 만들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1929), 판스워스 주택(1951), 크라운 홀(1960), 그리고 시그램빌딩(1957)이 있다.


남산을 감싸는 병풍의 형태를 닮은 밀레니엄 힐튼 호텔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김종성 건축가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 건축 활동을 하던 그를 한국으로 돌아오게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다. 특히 힐튼 호텔은 남산을 배경으로 등지고 있는 남산과 인접한 다른 특급 호텔들과는 달리 남산을 마주 보며 감싸주는 형태를 띠고 있어 호텔 고객들에게 아름다운 남산의 모습을 선사한다.

위대한 건축가에게 경사진 대지는 단점이 아니라 기회였던가. 산 중턱의 대지는 오히려 주 출입구 쪽을 높은 곳에 있게 하여 정문에 들어서게 되면 건너편에 있는 로비라운지까지 약 64m에 달하는 공간이 수평적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경사진 대지를 활용한 약 18m에 달하는 수직의 아트리움 공간이 더해져 높은 개방감과 확장감이 느껴진다.

남산 힐튼호텔의 개방감이 돋보이는 아트리움
남산 힐튼호텔의 개방감이 돋보이는 아트리움

미스 건축의 정통 계승자 건축가 김종성의 작품답게 미스의 건축과 유사한 느낌을 힐튼호텔 외관에서 받을 수 있다. 거대한 매스(부피를 가진 하나의 덩어리로 느껴지는 물체)의 건물이면 자칫 잘못하면 건축물이라기보다 거대한 덩어리가 자리한 것 같이 보이기 쉽다. 

하지만 비례를 중요시한 미스가 시그램빌딩 설계에서 바닥부터 천정까지 1:2 비율의 통창을 통해 답답함을 해소한 것처럼, 김종성 건축가는 남산 힐튼호텔의 거대한 매스도 변형과 통창의 배치를 통해 단조로움 없이 개방된 느낌을 주어 38년이 지난 지금도 건물이 지루하지 않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God is in the details

남산 힐튼호텔/사진=힐튼호텔 서울 공식 홈페이지
남산 힐튼호텔/사진=힐튼호텔 서울 공식 홈페이지

미스는 건축이란 디테일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건축을 살펴보면 정말 예술 작품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남산 힐튼호텔에서 느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섬세한 디테일이 느껴지는 예술 작품 같은 이 공간을 나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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