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너티 멜로 '그대 너머에' 전국 극장 개봉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가장 독보적인 올해의 예술영화 '그대 너머에'가 9일 개봉과 함께 극장 관람을 놓칠 수 없는 세 가지 포인트를 공개했다.

'그대 너머에'는 시네아스트 박홍민의 세 번째 장편영화로 존재와 기억, 망각을 다루며 관객을 매혹시킨 '물고기(2013)', '혼자(2016)'에 이어 다시 한번 자신만의 내밀한 세계관을 펼쳐낸 예술영화다.

기억의 미로 속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에 완벽히 몰입한 배우 김권후와 오민애의 열연과 신인 윤혜리의 발견 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역시 돋보인다.

'그대 너머에' 에서 놓칠 수 없는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기억이라는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스토리텔링이다.

영화감독인 ‘경호’는 자신의 첫사랑 ‘인숙’의 글과 함께 갑작스레 찾아온 의문의 소녀 ‘지연’으로 인해 기억의 미로 속으로 던져진다.

‘경호’가 자신의 생부라고 주장하는 ‘지연’으로 인해 ‘경호’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인숙’과 다를 바 없이 기억의 미로 속에서 기억과 망각을 넘나들며 혼란을 겪는 모습은 우리가 가진 수많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며 낯선 세계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후반부는 전반부가 변형된 이야기인데 이는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을 보다 사려 깊고 내밀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사실 완벽하게 과거를 떠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박홍민 감독이 전제한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관객들 역시 전반부를 기억해내면서 후반부의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비교하게 하는 정교하게 계산된 구성 방식이다.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독창적인 미장센을 창조한 촬영 기법이다.

개미를 초밀착 접사로 촬영한 장면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영화 제작에 임했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개미는 연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 촬영 이후 개미 촬영만 무려 2 회차를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기억의 미로를 헤매는 ‘경호’와 ‘지연’이 좁고 복잡한 골목을 헤매는 장면을 움직이는 롱테이크 촬영을 통해 담아낸 것 역시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롱테이크 촬영도 어려운데 골목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는 주인공을 트래킹하는 롱테이크 촬영은 말할 것도 없다.

감독은 원활한 촬영을 위해 본 촬영 전 소형 카메라 혹은 핸드폰으로 영화 속 공간을 촬영하고 배우들과 모니터하며 동선과 대사를 맞추는 리허설을 진행했다.

덕분에 사전에 약속된 움직임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 연기를 오롯이 담아내는 롱테이크 촬영이 가능했다.

세 번째 관람 포인트는 추상적인 관념을 이미지로 구현한 완벽 로케이션 미학이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야외의 좁고 빽빽한 골목과 실내의 ‘경호’와 ‘인숙’ 집을 두 축으로 공간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실내 공간 중 ‘경호’의 집에서는 시나리오를 거절당하는 현재와 갑자기 찾아온 자신의 과거에 의해 혼란을 겪는 인물의 내면을, ‘인숙’의 집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붙잡으려는 ‘인숙’과 이를 지켜보는 ‘경호’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는 인물들의 처지를 표현한 야외의 골목 역시 돋보인다. 비좁은 골목을 다니며 ‘경호’를 자신의 생부라고 주장하는 ‘지연’을 따라가는 ‘경호’의 모습은 과거의 기억을 찾아 헤매는 것으로 느껴진다.

‘인숙’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지연’을 찾는 절박한 외침만 들리는 골목의 모습은 적막함과 처연함이 느껴진다.

골목이라는 한 공간의 다양한 측면을 포착하여 ‘경호’와 ‘인숙’의 서로 다른 처지를 묘사한 박홍민 감독 특유의 사려 깊은 관찰이 돋보인다.

이터너티 멜로 '그대 너머에'는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농부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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