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소안 화가의 221편의 소나무 작품에 해림 한정선 화가 24편의 시
홍소안의 소나무는 인간의 자존과 삶의 의지로서의 메타포

시화집 표지 (그림∙홍소안 ∥시∙해림 한정선)
시화집 표지 (그림∙홍소안 ∥시∙해림 한정선)

 

[문화뉴스 주진노] 소나무 화가로 화단(畫壇)에 알려진 홍소안 작가가 동료 화가인 해림(海林) 한정선 작가의 시를 넣은 도록(圖錄)을 겸한 시화집(詩畵集)인 ‘한국의 소나무 - 목신(木神) 사랑’을 발간했다. 

이번 도록 겸 시화집에는 홍소완 작가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그린 221편의 소나무 작품들에 한정선 작가가 쓴 시 24편이 실려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시간적 배경으로, 산과 들과 강과 해안 절벽 등에 서 있는 다양한 소나무들과, 그 소나무들에 감정을 입힌 시들을 접할 수 있다. 

 

(2012년), 광목천, 아크릴 혼합재료, 180x353cm, 홍소안 作
(2012년), 광목천, 아크릴 혼합재료, 180x353cm, 홍소안 作

 

 홍소안 작가는 30년 이상을 일편단심 소나무만 그려왔다. 대형 화폭 속 그의 소나무는 매우 생생하다. 한전갤러리 민병근 학예실장은 “작가는 오랜 관조를 통해 소나무의 물성(物性)을 깊이 이해하고, 가장 효과적인 수법을 골라서 화면을 채워 간다. 캔버스 대신 질긴 광목천을 쓰고 접착성이 강한 배경색을 바른 다음, 마르면 거칠게 비벼서 균열을 일으키며 배면에 효과를 주었다.

이런 방식의 마티에르(matiere)는 작가의 작품에 어느 소나무 그림보다도 더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는데, 공기의 흐름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소나무의 시시각각 변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포착한다”고 평가한다.

 홍소안 작가를 오랜 세월 화우(畫友)로서 지켜 본 한정선 작가는 홍 작가의 소나무에 대하여 “인간의 자존과 삶의 의지로서의 메타포”이며 “한계상황에 직면해 살아가는 존재임과 동시에 끈기의 표상”이라고 평한다.

한 작가는 장엄한 얼굴로 감상자를 압도하는 대형 화폭 속 소나무는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영웅의 모습을 본다. 동시에 굴절된 가지와 갈라터진 껍질을 통하여 그 영웅의 내면에 감추어진 연약한 속살도 본다.

그런 의미에서 “소나무는 화가의 페르소나(persona)”라고 말한다. 소나무를 그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나무가 되어 버린 화가. 그가 바로 홍소안 작가라고 평한다.

홍소안 작가의 소나무 그림은 오는 10월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 1층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홍소안 작가의 소나무에 한정선 작가의 서정적 시를 입힌 시화집(詩畵集)인 ‘한국의 소나무 - 목신(木神) 사랑’은 개인전에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2017년), 광목천, 아크릴 혼합재료, 150x109cm
(2017년), 광목천, 아크릴 혼합재료, 150x109cm

겨울을 나는 뿌리 (시∙해림 한정선 作)

죽을 만큼 목이 탔는지 땅 밖으로 기어 나온 굵은 소나무 뿌리들이 
너럭바위 틈새로 비집고 구불구불 뻗은 모양새인 청계천 먹자골목 
어른 팔 세 폭 쯤 되는 비좁은 돼지곱창 집에,

비둘기 깃털 머리를 한 아재 몇이 소주병 터는 엄동설한 어스름 녘 
달곰한 소주 들이마시고도 한속이 드는지 오스스 어깨를 떤 
아재가 부속품 납품일하는 앞자리 친구에게 
요샌 좀 나아졌냐  
근근이 버티고 있다

늦은 밤, 얼근하게 목을 축인 아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소 대창 같은 골목을 나갔다. 
갈증 난 나무 뿌리들이 밖으로 뻗어 나왔다가 
다시 수맥을 찾아 땅을 후벼 들어가듯 
아재들은 지하도 계단을 비척대며 내려갔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굵은 겨울 뿌리들이 따로 따로 갈라지기 전에 
겨울 잘 넘기고 봄에 보자.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