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지원 창작뮤지컬
화려하고 찬란한 날은 지금임을 일깨워주는 무대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영화로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작품이 가진 독특한 소재, 벤자민 버튼이라는 사람의 외모가 이미 늙게 태어나 점차 젊어지고 어려져 간다는 설정. 결국 말하고 생각하는 것, 표현하고 추억하는 것의 주체는 육체가 아닌 영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내 속에 있는 마음과도 같은 게 내 몸을 이끄는 것이다.

사진=CJ문화재단 제공
사진=CJ문화재단 제공

영화가 아닌 무대극에서 한 인생의 시간을, 그것도 거꾸로 가는 외모를 연출하는 것이 관건일 터.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인 리딩 쇼케이스에서는 주인공의 시간과 외모 변화를 ‘퍼펫’ 즉 인형으로 구현했다. 보통 무대의 퍼펫은 오브제나 장식으로, 또 물체의 적극적 활용으로 쓰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배우와 대등하게 호흡을 나누고 교감을 모색한다. 

그 가능성은 호흡에서 출발한다. 신께서 흙으로 사람의 형태를 만들고 호흡을 불어넣으니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성경 내용이 생각난다. 이처럼 퍼펫을 숨 쉬게 만들어 살아있다는 착시를 만드는 건 무대 위 생동감 있는 배우들의 역량에서 비롯된다. 퍼펫의 고갯짓, 손짓과 발짓을 표현해내기 위해 배우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하게 집중한다.

그 효과로 주인공 벤자민이 다른 인물들과 반대로 흐르는 시간 속에 느낄 소외감이 눈코입귀가 없는 퍼펫으로 표현하기에 알맞다는 생각이다. 


마마 연기한 중년 배우 김나윤의 빛나는 자신만의 표현법

공연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원안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소위 ‘재즈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이다. 경제 대공황이 오고 그렇게 사라져가는 재즈, 작은 클럽들에서 점차 사라지는 노랫소리. 

벤자민 버튼의 연인인 블루는 재즈 가수이다. 그녀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는 것을 보며 단지 이 공연은 벤자민 버튼만이 아닌 블루나, 재즈클럽을 운영하는 벤자민의 대모 마마를 통해서도 다양한 서사를 깊이 있게 연결한다. 

사진=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사진=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한 인물의 일대기이지만 벤자민이 노인의 모습으로 삶을 시작하고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은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물들 서로에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들이 관객에게 닿으며 무감각했던 감정에 다가설 수 있었다.

특히 마마를 연기한 중년 배우 김나윤은 극을 더욱 탄탄하게 했다. 그의 연기는 ‘연기’ 같지 않았다. 자신만의 표현법이 있어 보였다. 무심한 듯 과장하지 않고 던지는 대사들로 현장에 있는 관객들을 사랑에 빠지게 했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정식공연이 된다면 많은 관객을 모으는 역할을 할 것 같았다.

극 속 ‘스윗 스팟(Sweet Spot)은 자신의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순간을 말한다. 그 노래만큼은 오로지 관객들을 위해 부르는 것 같았다. 현재 당신이 지내고 있는 시간이 그 지점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주인공은 남들에겐 평범할 수 있는 날들을, 매 순간 다르게 체험한다. 언젠가 화려한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또 지나가 버린 화려했던 순간을 되돌아보며 추억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또 싸움과 갈등, 혐오에 지쳐가는 관객들에게 일상과 사랑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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