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말 유시프, 귀족, 1940년대, 나무판에 유채, 47x38cm, 샤르자 미술재단 소장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2017년 덕수궁관 첫 전시로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전을 7월 30일까지 덕수궁관 전관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샤르자미술재단, 이집트 문화부, 카이로아메리칸대학의 협력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 세계와 그들이 이집트 근현대미술사 및 국제 초현실주의계에 남긴 눈부신 유산을 조명한다. 또한, 탈서구 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이집트 근대 시기의 다양한 면면과 20세기 국제사회의 상호연계성을 탐구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가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 展'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김민경 기자

기자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는 전시 취지에 관해 "서구만을 중심으로 근대성을 논의할 수 없으며, 다양한 관점으로 근현대 미술을 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원 학예연구원은 "어떻게 한국 관객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이집트 근현대 미술 관련 주제들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아카이브 섹션 등을 준비 중이며, 한국에서 연구 성과로 관련 도록을 처음으로 발간했다"라고 설명했다.

▲ 라팁 싯디크, 어머니들-평화의 행진, 1940년대 초, 캔버스에 유채, 132x194cm, 카이로이집트근대미술관 소장

본 전시는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 '팰리스 오브 아트(Palace of Art)'에서 진행되었던 동명의 전시 'When Art Becomes Liberty: The Egyptian Surrealists (1938-1965)'(2016. 9. 28.~10. 28.)의 확장판 전시로 '국제적 관점에서 본 이집트 초현실주의' 섹션, '이집트 초현실주의 사진' 섹션 등이 새로 추가되어 풍부함을 더한다.

이집트 초현실주의 시작은 당시 프랑스에서 제 1차 세계대전의 대량학살 비극을 겪은 예술가들이 현실을 초월하고, 자유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고자 일으킨 초현실주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의식에 기반을 둔 사회적, 문화적 현상은 유럽사회를 넘어 남미 등 전 세계적으로 퍼졌고, 이집트의 시인 '조르주 헤네인'은 프랑스 유학 중 초현실주의 운동을 주도했던 앙드레 브르통 등과 긴밀한 교류를 맺으며, 귀국 후 이집트 예술가들과 새로운 초현실주의 모임을 조직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이집트 초현실주의는 이집트 내 차별, 억압에 대한 비판 등 근대 시기 사회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예술 운동으로 자리매김하며 이후 이집트 예술계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 사미르 라피, 꽃을 든 젊은 여인, 1955, 판넬에 유채, 80x52.5cm, 마이&아딜 유리스 카드르 소장

전시는 이집트 초현실주의가 걸어온 흐름에 따라 크게 5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1부 국제적 시각에서 본 이집트 초현실주의는 유럽에서 초현실주의가 시작되어 이집트로 전파되는 과정과 영향들을 살펴본다. 2부 '예술과 자유 그룹'(1938-1945)에서는 이집트 초현실주의를 이끌며 표현에 대한 자유와 인간의 감정을 제한하려는 권위에 저항하고자 조직된 '예술과 자유 그룹(Art and Liberty Group)'을 조명한다. 3부 이집트 초현실주의와 사진은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예술 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사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중노출, 뒤틀림, 조합 인쇄 및 포토몽타주와 같은 사진 기법들은 예술가들이 무의식의 탐구를 도모하고 합리적 사고를 뛰어넘어 꿈, 황홀경 등 제한 없는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4부 '현대미술그룹'(1946-1965)은 이집트 현대 예술운동의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한 현대미술그룹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예술이 현대국가로서의 이집트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믿고 서구의 학구적인 예술 교육을 비판하며 평범한 이집트 국민의 일상, 빈곤과 억압을 주로 묘사하였다. 5부 이집트 초현실주의 그 후 (1965년부터 현재)에서는 이집트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아 근대 시기 사회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70년대부터 90년의 이집트 예술계를 만나볼 수 있다.

▲ '케말 유시프' 작품 전경

이번 전시를 통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구 초현실주의자들과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관계, 그리고 국제주의적 시각에서 반(反)파시즘, 탈식민주의 운동에 이바지한 지난 궤적들을 돌아보며 비서구 지역에서 전개되는 모더니즘 예술과 문학의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기존 체제에 강렬히 저항하고자 했던 황금의 왕국 이집트의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 166여 점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번 전시가 그간 '미라', '피라미드'로만 인식되어 온 이집트와 새로이 마주하게 될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출품작 중 상당수가 해외 최초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집트 미술이 생소할 관람객의 더욱 쉬운 이해를 위해 아카이브 섹션을 강화하고, 기존의 아카이브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자료를 '모션 그래픽'으로 제작하여 보여준다. 전시장 내부를 360도 VR 영상촬영, 도슨트 가이드를 더해 관람객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모바일 앱을 통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 전시 전경 ⓒ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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