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수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 하병훈 예술감독 구태환 연출의 나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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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극단 수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 하병훈 예술감독, 구태환 연출의 <나생문(羅生門)>을 관람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 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 1892~ 1927)는 일본의 근대 소설가다. 도쿄(東京) 출생. 도쿄대학 영문과 졸업. 도쿄대학 재학 중에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문하에 들어가 구메 마사오(久米正雄), 기쿠치 칸(菊池寬:본명 히로시) 등과 제3차 '신사조'(新思潮)를 발간하여 처녀작 '노년'(老年)을 발표했다. 이어서 신사조에 '코'(鼻)를, 신소설에 '고구마죽'을 발표하여 문단의 인정을 받았다. 그 후로는 역사소설로써 역설적인 인생관을 나타내려고 하는 이지적 작풍을 주로 하였다. 다자이 오사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랑은 동문 사이이긴 한데 어째 서로 영 사이가 나쁘거나 혹은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

합리주의와 예술지상주의 작풍으로 일세를 풍미하였으나, 만년에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두 등 시대의 동향에 적응하지 못하여 회의와 초조와 불안이 쌓였다. 결국 심한 신경쇠약에 빠져서 "어렴풋한 불안"(ぼんやりとした不安)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1927년 7월 24일 35세의 젊은 나이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음독자살한다.

죽기 전, 친구였던 구메 마사오에게 어떤 바보의 일생이란 작품을 건네었다. 해당 작품을 읽어보면 냉소적인 자세와 삶에 대한 열망이 어지럽게 교차되어 묘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잡한 가정사정과 병약한 체질이 그의 생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 일찍부터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인생관을 간직하고 있었다. 대표작으로는 <라쇼몽(羅生門)>과 <어떤 바보의 일생>, <톱니바퀴>,<'캇파(河童)> <서방인(西方人)>, <덤불 속, 藪の中> 등이 있다.

그를 기리기 위해 1935년에 아쿠타가와상이 제정되었으며, 지금도 나오키 상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두 개의 문학상중 하나로 손꼽힌다.

<라쇼몽(羅生門)>은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1910~1998)가 영화로 만들어, 1950년에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블루리본 상을 수상함으로써 원작자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의 명성이 세계에 알려졌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칠인의 사무라이는 황야의 칠인(The Magnificent Seven)을 비롯해 별들의 전쟁(Battle beyond the Stars), 벅스 라이프(A Bug's Life) 등으로 계속 변주됐다. 

그 후 라쇼몽에 담긴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토리 구조는 하나의 전형이 되어 소설과 영화, 연극을 통해 수없이 발표되고 있다.

   
 

연극 <나생문(羅生門)>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의 소설 <덤불 속, 藪の中>의 내용을 복합해 재창작한 작품이다.

무대는 대나무 숲이 조성되고 군데군데 통로가 나 있다. 중앙 오른쪽에 나무판자로 된 낡은 문이 있고, 그 안에 시체를 버리는 장소로 설정이 된다. 문 위에 나생문(羅生門)이라는 간판이 걸렸다.

전란이 난무하는 헤이안 시대, 억수 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라생문>의 처마 밑에서 나무꾼과 스님이 '모르겠어. 아무래도 모르겠어' 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시 비를 피하러 그곳에 들른,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베어 가발을 만들어 파는 남자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 한다. 이들은 이 남자를 상대로 최근에 그 마을에 있었던 기묘한 사건을 들려준다.

사건이 벌어진 배경은 녹음이 우거진 숲속. 사무라이가 말을 타고 자신의 아내와 함께 오전의 숲속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낮잠을 자던 산적 타조마루는 슬쩍 사무라이 아내의 예쁜 얼굴을 보고는 음심을 품고 그녀를 차지할 속셈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속임수를 써서 사무라이를 포박하고는 사물라이의 아내를 겁탈한다. 오후에 그 숲속에 들어선 나무꾼은 사무라이 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곧 타조마루는 체포되고, 행방이 묘연했던 사무라이의 아내도 불려와 관청에서 심문이 벌어진다.

문제는 겉보기에는 명백한 듯한, 이 사건이 당사자들의 진술을 통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즉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먼저 산적 타조마루는 자신이 속임수를 썼고, 사무라이이의 아내를 겁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라이와는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떠벌린다.

하지만 사무라이 아내의 진술은 그의 것과 다르다. 자신은 대대로 남편의 집 종노릇을 하던 어머니로부터 태어났고, 자신이 겁탈당한 후, 남편을 보니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초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간 그녀는 혼란 속에서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무당의 힘을 빌려 강신한 죽은 사무라이는 또 다른 진술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 타조마루가 자신을 옹호해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진술 속에는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있다. 좀처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이때, 실은 그 현장을 목격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무꾼이다. 그는 사무라이의 아내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를 부추겨서 결투를 붙여놓고 도망쳤고, 남은 두 남자는 비겁하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개싸움을 벌여 양쪽이 다 죽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이 다투면서 희대의 보검이라고 하던 단도의 행방이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가발장수와 스님은 나무꾼의 이야기도 믿지를 않는다. 가발장수는 비가 그치자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이때, 아이의 울음이 들린다. 가발장수는 내다버린 아기 바구니에서 기모노를 벗겨 낸다. 나무꾼이 행인의 인면수심을 비난하자, 가발장수는 네가 단도를 훔친 거라며, 그래서 법정에서 똑바로 나서지 못했던 것이라고 나무꾼을 비웃으며 가버린다. 나무꾼은 스님에게 안고 있는 아기를 달라고 한다. 스님은 믿을 수 없다며 주려하지 않는다. 나무꾼은 자신에게 아이가 여섯이라며, 하나 더 보탠다고 크게 달라질게 없다고 스님을 설득한다. 스님은 이제야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다며 나무꾼에게 아기를 맡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윤희가 산도적, 밥초롱이 무사의 아내, 임지환이 무사, 정재성이 승려, 이도엽이 나무꾼, 황세원이 노파·무녀, 김성철이 가발장수, 그리고 혼령으로 나성우·임보고·이상경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태훈, 이항나, 박근수가 더블 캐스팅되어 호연을 보인다.

예술감독 하병훈, 드라미트루기 김재권, 조연출 노현열, 음향 안창용, 조명 남진현, 무대 이은규, 조명오퍼 오택조, 음향오퍼 박소진·임유진, 분장 김선희·주찬양·김희주, 의상 임예진, 고수 최명진·한덕규·김인수, 조연출보 임유진, 사진 김호근, 기획 홍보 코르코르디움 등 스텝 진의 열의가 반영되어, 극단 수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 작, 구태환 연출의 <나생문(羅生門)>을 기억에 남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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