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방인의 헨리크 입센 작 소두영 번역 김태수 연출의 유령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헨릭 입센(Henrik Ibsen 1828~1908)근현대극의 시발점에 자리한 근대 사상과 여성 해방 운동에 깊은 영향을 끼친 20세기 북구의 위대한 극작가다.

노르웨이 시엔에서 출생한 입센은 집안의 파산으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15세 되던 해 그림스타드로 떠나 약방의 도제로 일했다. 독학으로 진학을 준비하며 신문에 풍자만화와 시를 기고하고, 파리의 2월 혁명에 감명을 받아 국왕에게 시를 헌정하는 등 정치와 사회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입센은, 1850년에 발표한 단막극 <전사의 무덤>이 공연되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희곡 집필에 몰두하는 한편, 친구들과 함께 사회주의적 성향의 주간 신문 <사람>을 창간하여 활동한다.

1851년 노르웨이 극장의 전속 작가 겸 무대 감독으로 취임하여 극작을 위한 밑거름을 쌓던 입센은, 1864년 유럽 전역을 떠돌며 주요 작품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1906년 뇌졸중으로 사망할 때까지 꾸준히 집필한 희곡 30여 편은, 한 작품 한 작품 극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며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입센의 대표작이자 근대극의 대표작이라고 일컫는 <인형의 집>과 <유령>은 초연과 동시에 그 파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뜨거운 호평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남편의 이중성을 느끼고 집을 떠나는 <인형의 집> 속 노라와, 마치 〈가출하지 않은 노라〉를 가정한 듯한 <유령> 속 알빙 부인의 모습을 통해, 입센은 여성성의 허구와 진실을 그려내고 나아가 종교와 사회의 부패 그리고 인습과 고정관념을 비판적 시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근대 사상과 여성 해방 운동의 단초를 제공했다. 입센의 다른 작품으로는 운문극 <브란>과 극시 <페르 귄트>를 비롯해 <들오리>, <바다에서 온 여인> 등이 있다.

번역을 한 소두영(蘇斗永) 교수는 경북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졸업. 조선일보 논설위원. 숙명여자대학교 불문과 교수·문과대학장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구조주의> <언어학원론> <구조주의 이해>, 옮긴 책으로는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유령> 알렉상드르 뒤마의 <암굴 왕>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의 편지> <프랑스 수필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성찰> <철학의 원리> <세계론> <정념론>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 등이 있다.

연출을 한 김태수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서 연출전공을 한 젊고 미남인 연출가다.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 작 <천사여 고향을 보라>에서 조연출을 맡았고, 헨리크 입센의 <유령>에서 첫 연출을 맡은 신진 연출가다.

 

무대는 알빙 부인의 저택의 거실이다. 의자와 탁자가 여기 저기 배치되고 탁자위에는 아름다운 꽃이 꽂힌 병도 있다. 배경 좌우에 통로가 있고, 저택의 현관과 지하 창고로 내려가 와인을 꺼내 온다는 설정이다. 벽에는 액자처럼 생긴 조형물 여러 개를 붙여놓았다. 조명효과로 벽 뒤에서 몸을 밀착시키는 남녀 출연진의 모습이 유령처럼 보인다는 설정이다.

<유령(Gengangere)>의 여주인공 알빙 부인은 애정이 없는 결혼에 못 견디어 집을 나간다. 알빙 부인의 첫사랑의 남성이었고 현재는 성직자인 만데르스 목사의 설득으로 알빙 부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사회적 명성은 있었으나 방탕한 생활로 몸을 버려 폐인이 된 남편의 시중을 들고, 남편의 사후에는 그 유산으로 남편을 기념하는 고아원을 세우려 한다.

마침 그때 프랑스에 유학을 보낸 실력 있는 미술계의 유망주인 알빙 부인의 외아들 오스왈드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림그리기를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스왈드는 과도한 주벽을 드러내고, 자신의 집 하녀에게 욕정을 폭발시키지만, 하녀인 레지이네가 바로 아버지와 자신의 집 하녀와의 불륜으로부터 태어난 자신의 누이동생이라는 것을 극의 후반부에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레지이네를 어렸을 때 데려다 기르며 이집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엥스트란드는 레지이네의 아버지 노릇을 하는 대신 알빙 집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

비열한 인간성의 소유자인 엥스트란드는 성매매 전문 숙박업소를 건립할 목적으로 간특한 흉계를 꾸며, 고아원에 불을 지른 뒤에 그 혐의를 만데르스 목사에게 뒤집어 씌운다. 만데르스 목사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결국에는 혐의를 벗기 위해 엥스트란드가 원하는 대로 러브호텔이나 다름이 없는 숙박업소를 짓는데 성직자답지 않게 조력하기로 약속한다.

화재 사건의 발발과 함께 오스왈드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성병이 골수에까지 퍼져 죽음에 도달하게 되고, 자식의 죽음 앞에서 알빙 부인은 오스왈드가 늘 품에 지니고 다니던 몰핀을 꺼내 들고는, 몰핀을 먹여 안락사를 시키느냐 마느냐 하며 주저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보배가 알빙 부인, 노 경이 만데르스 목사, 장준혁과 뮤규민이 오스왈드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차현지가 레지이네, 조민국이 엥스트란드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열정과 패기가 똘똘 뭉쳐 등장인물의 성격설정에서부터 연기력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열정을 다해 극적 분위기를 100% 상승시키며 연극을 성공작으로 이끌어 간다.

무대 정소윤, 조명 김지우, 의상 백현철, 음향 이명선, 분장 박남희, 종연출 엄예솔, 에술감독 최종혁, 프로듀서 신재철, 프로덕션디자인 배현아, 기획행정 박민수, 홍보영상 노경민, 북디자인 김지희, 의상팀 이소윤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이방인의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작, 소두영 번역, 김태수 연출의 <유령(Gengangere)>을 관객의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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