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필통의 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의 '돌아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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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필통의 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의 <돌아오면>을 관람했다.

선욱현(1968~)은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뛰어난 배우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극단 필통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강원도 도립극단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정범철(1976~)은 경기대학교 무역학과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작가이며 연출가다.

이 연극은 산자락에 자리한 한 막걸리 주점에서 벌이지는 일이다. 아름다운 서예글씨로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액자가 걸려있고, 이곳을 찾는 손님 하나하나의 그리움의 대상 뿐 아니라, 망자까지도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등장한다.

사람이 어찌 그리움의 대상이 없으랴? 독일의 문호 괴테의 그리움과 관련된 명시를 소개한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알아줍니다.
홀로 이 세상의 모든 기쁨을 등지고
멀리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지금 먼 곳에 있습니다.
눈은 어지럽고
가슴은 찢어집니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알아줍니다.

이 주점은 정면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공간을 통해 밖의 풍경이 내다보인다. 바로 문설주 위에 아름다운 서체의 붓글씨로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액자가 서예가의 낙관과 함께 걸려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창 오른편에 주전자와 잔을 놓은 작은 진열장이 있고, 그 옆으로 주점의 출입구가 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우리가 늘 상 보던 원통형의 받침과 그 위에 원형의 철판을 깐 술집 탁자가 무대 중앙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네 개가 마련되어 있고, 무대 왼쪽에는 객석 가까이에 카운터로 사용되는 테이블과 의자, 그 뒤 쪽으로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주점 건물의 외곽으로도 통로가 나 있고, 망자들이 사용을 한다. 창과 주점 여기저기에 막걸리라는 글씨를 써 붙여놓고, 안주꺼리 이름도 적어 붙였다. 주점 왼쪽 처마 끝에 달린 풍경과 맑은 음이 눈길을 끈다.

주점주인은 중년남자이고, 주인도 늘 상 술을 마시며 손님을 접대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파지를 모으며 아들을 기다리는 노파가 주점 손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모습에서, 전주 해장국집의 욕쟁이 할머니를 연상시키고, 인근 사찰에 새로 부임하는 주지승, 이 주점을 구입하려는 복부인과 부동산소개소의 여사무원, 그리고 부근 대학교 교수라는 초로의 시인과 그와 동행을 하는 젊은 교수, 그리고 부근 어린이 학교의 선생노릇을 하는 재일교포 여인, 이 주점에서 일을 하며 글을 쓰는 여류작가, 주점주인의 아들과 결혼상대 여인, 부근 대학의 청년학생, 그리고 망자 부부가 출연해 연극을 펼쳐간다.

주점주인은 자신의 아들을 길러준 아버지가 늙은 후에 치매를 앓자, 자가용에 동승시켜 어디론가 가다가 잠시 차를 멈추고 볼일을 보고 온 사이에 노인이 행방불명이 되고, 그 후 주점주인의 아들이 주점 매매계약문제로 약혼녀와 함께 찾아오지만, 노인을 찾지 못한 사연을 두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를 않고 하대하는 모습이 부각되고, 승려는 어릴 적에 헤어진 어머니를 찾고, 욕쟁이 노파 역시 잃은 아들을 찾으며 평생을 보낸다. 재일교포 여선생은 후에 죽은 아들의 유골을 품에 안고 들어오고, 망자 내외가 서로를 스쳐지나가면서도 알아보지를 못하는 정경이라든가, 후에 욕쟁이 노파의 아들이 승려이고, 주점주인 부자의 갈등이 결국 아버지가 아들에게 져줌으로써 해결국면을 기대하지만, 결국 이별의 길로 가는 모습, 이러한 각자의 그리움의 상대와 대상이 여류작가에 의해 한 폭의 움직이는 풍경화로 묘사되는 독특하고 서정적인 연극이다.

윤상호, 김곽경희, 리우진, 유 안, 리 민, 강유미, 정연심, 김소영, 신진철, 박복안, 한일규, 명인호, 배은아, 이해미, 맹선화, 문학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제대로 드러나 갈채를 받는다.

기획 문학연·이민영, 무대디자인 이창원, 조명디자인 배대두, 음악 이재진, 사진 김 솔·신정은, 그래픽디자인 김 솔, 조연출 한정원, 무대감독 김경남, 조명오퍼 김성진, 음향오퍼 문성규, 풍경소리 이정하, 진행 맹선화·주진오 등 스텝 진의 열정도 부각되어, 극단 필통의 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의 <돌아온다>를 친 대중적이자 서정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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