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선형 (주)중원건축사사무소 대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져 왔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소비 사회에서는 대중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상품이 되고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대중=소비자 등식도 어렵지 않게 성립된다.

어떤 기준이 생기려면 가치 판단이 많이 누적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우선 시각적으로 평가할 대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모집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곳이 과연 어디일까.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스타그램이 출시되었다. Instant Camera 와 Telegram이 합쳐진 단어인 instagram을 조금 더 뜯어 그 어원을 살펴보면, 순간의(Instantantaneous) 새겨짐, 기록(-gram)이다.

이용자들이 기록한 순간의 사진을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설계된 앱인 것이다. 이름마저 생소했던 앱은 이제 10억명이 넘는 사용자가 동시간대에 이용하는 괴물 미디어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모집단을 확보하였다. 

 

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그램에 올릴만 한가. 지금 우리 시대에 하나의 미적 기준이라고 할 만한 단어이다. 앞서 말한 초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10억명 유저들이 올리는 사진들이 수억장의 정사각형 타일로 정렬되어 올라온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아름다움의 평가가 좋아요의 수로 계량된다. 이렇게 미에 대한 기준이 이 2진법적인 단어에 의해 일원화되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음식의 소비가 늘어나고 음식의 색깔등 시각적인 퀄리티가 중요해 졌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이라면 험지도 마다 않는다.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도시들도 인스타그래머블의 한 정도에 따라 관광객 수가 재편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으로 실제의 가치가 결정된다. 이러한 세계관 아래서 누군가 나의 계정을 방문했을 때 첫인상이 되는 ‘그리드(Grid)’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장소는 드러내고 지저분한 것은 카메라 화면 밖으로 치워야 하며 눈에 자극적인 옷을 입어야 하고 보기 좋은 외모까지 지녀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요즘은 건축이 이 소셜 미디어 안에서 일종의 대중문화의 하나로서 확실히 자리잡은 듯 하다. 이제는 누구나 멋진 공간을 추구하고 그 공간을 배경으로 혹은 그 공간안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생산된 건축 이미지들은 실시간으로 앱에 공유된다.

코로나까지 더해지며 비대면의 시대에 이르자 이 현상은 더 심해졌다. 실제로 못가는 공간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작동해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이쁜 공간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개인적인 호불호를 말한다. 이제 내가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전 세계의 공간들을 내 핸드폰 안에 가둬둘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기반으로 한 SNS이다. 수억장의 이미지들은 이용자에게 0.1초 단위로 일사분란하게 공급된다. 시각 정보인 이 이미지들은 우리의 오감중 시각이 반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재다. 그러한 소비재의 공급이 많고 빠를 수록 우리 눈에 의한 그 정보의 처리량도 늘어나고 빨라진다. 

이 정보처리를 독서에 비유해보자. 이러한 환경 안에서의 독서는 수평적으로 일어난다. 더 얇고 더 광범위하게 읽는다. 진지하고 깊이 있는 생각보다는 순간순간의 정보처리를 강요받고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고 음미할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초단위로 갱신되는 일간지, 아니 초간지의 텍스트들을 순간적으로 읽고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이 짧은 사이클 안에서 소리내어 읽는 것은 사치이다. ‘눈’으로만 속독하기를 반복한다. 

모든 감각은 외부 정보를 처리함에 있어서 일종의 내성이 생기는데 시각도 마찬가지이다. 미각과 마찬가지로 시각은 점점 더 강하고 자극적인 Input을 원한다. 이와 같은 원리로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진 우리도 점점 더 아름답고 점점 더 이쁜 것에 대한 ‘시각추구’가 생긴다.

처음 접한 순간부터 그 반응 및 평가까지 아주 짧은 호흡안에 일어나야 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이 시각추구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그 판단 기준은 강화된다. 어제의 아름다움이 오늘의 추함이 될 수도 있다.

 

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이러한 미디어 환경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근본 과정인 건축주와 건축가의 소통 방식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건축은 결국 지어지지 않은 건축물을 상상하며 구체화 시켜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설계 단계에서 그림에 의한 의존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높다. 건축주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본인이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인스타그램 등 스마트폰 앱에 손쉽게 모으며 그 공간 안에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연상하고 소통한다.

건축가의 스케치나 설명에 의존하던 이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 환경이다. 이제는 건축주의 머리 속에 전세계 각지의 건축 공간들이 잔상처럼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잔상들은 시각 추구에 의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순간의 것이다. 

인류의 출현 이래 동굴에서 시작된 건축은 사실 그 관성이 지독하게 강한 분야이다. 사회 변화에 반응하지만 비교적 보수적이며 느리게 반응한다. 건축은 ‘순간’보다는 ‘지속’에 관한 문제이며 얇은 이미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실재하는 두께와 깊이를 만드는 기술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결국 시각만이 아닌 몸의 공감각적인 체험을 계획하는 과정이다. 내 핸드폰 액정에 있는 보기 좋은 공간들은 휘발성으로 소모되는 시간이 아닌 지속 되는 시간 속에 축적된 기술로 완성되었다.

그 공간들은 빛을 소리로 느끼게 하고 냄새로 감촉을 느끼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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