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사진=KBS교향악단 제775회 정기연주회(지휘: 피에타리 잉키넨, 바이올린: 바딤 레핀), KBS교향악단 홈페이지>

KBS교향악단의 인기가 2022년 올해 연초 임기를 시작한 제9대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취임을 계기로 회복하고 있다.

전임 요엘 레비의 재임기간 2014-2019년의 악보를 보지 않고 요엘 레비가 무대에서 지휘하던 것에 시간이 흐르며 식상함과 다소 매너리즘을 느끼던 관객들이 ‘새 술은 새 부대에’의 쇄신효과와 맞물려

 

자국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연주곡을 레퍼토리로 올리고 피에타리 잉키넨의 젊은 지휘자로서의 신선한 이미지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1,2,3층과 합창석까지 관객을 다시 객석으로 불러 모으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에서 섬세한 연주의 연속을 선보여 마치 KBS교향악단이 되돌아왔다(!)는 착각마저 내게 불러일으켰던 지난 1월28일 금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제9대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취임 연주회에 이어,

2월26일 토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잉키넨의 두 번째 연주회는 이런 KBS교향악단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새로운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공연월간지 ‘객석’은 KBS교향악단의 제9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피에타리 잉키넨의 특집기사를 게재, ‘경험을 통해서, 모험을 통해서’ 수년을 돌아 무수한 악단의 색깔을 입고 새로 취임한 잉키넨이 국내 교향악단에 어떤 새 바람을 몰고 오게 될지 집중 조명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최근 월간 객석의 커버스토리가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가기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소프라노 서선영’, ‘부소니 콩쿠르 우승후 6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음악과 소통하는 법’, ‘파리 오페라 발레 수석무용수 박세은-춤으로 딴 파리 하늘의 별’등 연주자 위주의 대표적 솔리스트들을 주로 커버스토리들로 다뤘기에 지휘자 커버 부각은 다소 예외이기도 해서 피에타리 잉키넨의 집중 조명은 내게도 큰 관심으로 다가와 흥미롭게 여러 섹션으로 꾸며진 전편의 기사를 다 읽어봤다.

 

 

지휘자로서 무수한 악단의 색깔에 주목받는 피에타리 잉키넨

피에타리 잉키넨을 집중 조명한 이 커버스토리의 주류는 ‘젊은 기운을 담아 새 출발“하며 무수한 악단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잉키넨의 국제성에 주목한 듯싶었는데 사실 잉키넨은 2017년부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를 역임하고 있으며,

최근 2025년 6월까지로 임기를 연장했고 2016년부터는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겸임하고 있다.

잉키넨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고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등의 많은 무대의 지휘를 앞두고 있으며 KBS교향악단의 제9대 음악감독으로서도 자국 작곡가인 시벨리우스를 통한 청사진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1980년생인 피에타리 잉키넨의 전도유망한 지휘행보는 그의 두 번째 국내에서의 연주회 지휘곡들인 시벨리우스의 축제풍 안단테, 바딤 레핀과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지휘를 통해 관객들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축제라는 명칭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의식과 관련 있는 장중한 종교적 찬가 시벨리우스의 축제풍 안단테의 연주는 잉키넨이 KBS교향악단과 계속 시벨리우스 연주곡을 레퍼토리로 삼아야 함을 설득력 있게 얘기해주는 듯싶었다.

지난 1월의 취임 연주회에서 피에타리 잉키넨이 서곡 연주로 시벨리우스 카렐리야 서곡을 택하고 메인으로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 작품 22 연주에 이어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앙코르곡으로 마무리한 것이 잉키넨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십분 부각한 듯 한 것처럼 말이다.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은 펜데믹 와중에도 지난해 2021년 10월초 러시아 페스티벌(Russian Festival) 무대에 이어 국내 무대에서도 관객에게 친숙한 대표적 친한 바이올린 연주가의 한명.

지난 2월26일 오후 바딤 레핀이 연주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레핀의 최애 협주곡의 하나이기도 한 듯싶은데 거의 20년 전인 2001년에 녹음한 레핀의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이나 2008년 베를린필 및 사이먼 래틀과 모스크바에서 레핀이 협연무대에서 연주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는 나이나 세대를 달리 하면서 면도날 같은 때로는 신사적 스탠더드 연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줄 연주를 들려줬다는 생각이다.

 

 

레핀의 스탠더드 연주, KBS교향악단과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도 현현

2001년의 레핀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연주가 솔직히 젊음에의 힘이 넘치는 젊음만큼이나 찬연한 3악장의 경우 활화산같이 느껴지는 연주였다면 이제는 50대를 넘긴 바딤 레핀은 지나친 과시욕의 큰 보잉이나 연주에 흥분하는 타입이 아닌 차라리 냉정한(冷靜漢)에 가까웠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2015년 5월인가에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하기 위해 바딤 레핀이 차이콥스키의 명상 op.42 no.1, 멜로디 op.42 no.3, 왈츠스케르초 op.34, 그리고 라벨의 치간느를 연주한 세종 솔로이스츠와의 협연무대를 담백하게 감상한 적이 있다.

21세기의 하이페츠로 불리는 바담 레핀은 불타는 열정과 완벽한 테크닉, 시적 감수성을 자랑하는데 당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바딤 레핀의 스탠더드 연주 같은 느낌이 이번 KBS교향악단과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의 연주에서도 같은 감상으로 개인적으로 다가왔던 듯하다.

지난해 10월17일 일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러시아시즌의 일환으로 열린 바딤 레핀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선 천재성과 세월의 중후함이 스며든 바이올리니스트라기 보단 젊음의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이 이날 레핀이 연주한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연주에서 그대로 드러났었다.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이날 바딤 레핀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 했으며 이어진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중 렌스키 아리아, 차이콥스키 왈츠 스케르초, 퐁세의 에스트렐리타 (작은 별) 하이페츠 편곡 앙코르 곡 3곡의 연주는 바딤 레핀 바이올린 연주의 특성인 시적 감수성을 현현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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